장기화되고 있는 이커머스 물류 혹한기

작성자 :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2023.10.05 게시

트렌드

커머스 업계에 긴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 들어 본격화된 금리 인상과 유동성 악화, 인플레이션과 소비 침체는 커머스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겁 없이 성장했던 이커머스 시장은 기저효과(base effect)의 영향으로 그 변화를 더욱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이커머스 업계에 있는 이들은 호황을 이야기하지 못하며, 다가온 성장 정체의 불황을 몸으로 견디고 있다.

숫자는 그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통계청이 집계한 2022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9조 8,790억원으로 전년(190조 2,231억원) 대비 10.3% 성장했다. 이는 2021년의 전년 대비 성장률 20.2%와 비교하면 반토막 난 숫자다.

혹자는 어떻게 보면 여전히 전체 리테일 업계의 성장세(통계청 소매업태별 판매액 기준 2022년 전년 대비 5.1% 성장)를 상회하는 괜찮은 숫자라고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엔 통계의 착시가 숨어있다.

2022년 이커머스 거래액 성장률은 엔데믹과 맞물린 여행 및 교통 서비스(83.7% 성장), 문화 및 레저 서비스(108.1% 성장), 이쿠폰서비스(20.1% 성장) 등 서비스 카테고리가 이끌었다. 이를 제외한 물적 이동이 발생하는 상품 카테고리의 거래액 성장률은 5.6%까지 떨어진다. 사실상 오프라인과 비교한 온라인 커머스의 압도적인 호황기가 저물었다 볼 수 있는 배경이다.
(단위: 백만원)

 

2021년

2022년

성장률

거래액

₩190,223,110

₩209,879,049

10.3%

여행및 교통서비스

₩9,105,134

₩16,727,674

83.7%

문화및 레저 서비스

₩1,156,701

₩2,407,195

108.1%

이쿠폰서비스

₩6,099,697

₩7,325,866

20.1%

기타서비스

₩2,206,387

₩2,213,771

0.3%

서비스 거래액 합계

₩18,567,919

₩28,674,506

54.4%

서비스 제외 거래액

₩171,655,191

₩181,204,543

5.6%

표1. 온라인쇼핑 거래액 변화 추이

통계청

불황은 2023년에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2022년보다 더욱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그 증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대한민국 온라인쇼핑 거래액(잠정치)은 53조 7,1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우리 일상과 맞물린 생활용품 카테고리는 전년 동기 대비 1.4% 역성장했으며,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특수를 누렸던 음식배달(음식서비스) 거래액 같은 경우 무려 10.7%나 거래액이 감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분기별로 조사하는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 변화 추이’를 보면 이커머스 업계의 위기는 직관적으로 나타난다. 경기전망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는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인데, 이커머스(온라인쇼핑)는 2022년 2분기부터 줄곧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100 이상=낙관, 100 이하=비관)
 

1Q(2022)

2Q(2022)

3Q(2022)

4Q(2022)

1Q(2023)

2Q(2023)

3Q(2023)

편의점

85

96

103

60

58

80

86

백화점

102

111

97

94

71

94

79

대형마트

88

97

86

76

83

87

93

슈퍼마켓

82

99

51

48

49

58

71

온라인쇼핑

107

96

88

80

65

66

71

표2. 소매업태별 경기전망지수 변동 추이

대한상공회의소

가시화된 물류의 위기

물류는 대표적인 파생산업이다. 재화의 이동이 발생하는 만큼 물류는 성장하며, 그런 의미에서 팬데믹은 물류산업의 호재였다. 불과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수출입기업들은 넘쳐나는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공급에 골머리를 앓았다. 해운과 항공운송을 막론하고 수요를 받을 만큼의 공간은 충분치 않았고, 운임은 치솟았다. 여기 수에즈운하 좌초, 미국 서부항만 노사 분쟁, 중국의 폐쇄 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대표되는 불확실성에 불확실성을 끼얹는 사건들이 시시각각 터지면서 공급망의 병목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시기 물류기업들은 전에 없던 호황을 누렸다.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수출입 기업들의 물량이 밀려들기 시작했으며, 이를 뒷받침 못하는 공급 부족으로 인해서 통상 물량을 가진 이가 갑이 되는 물류업계의 공식이 뒤집어졌다. 부르는 게 값이 된 물류비는 물류기업들의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팬데믹이 호재가 된 것은 ‘이커머스 물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제적인 비대면 사회 도래에 따라 폭발적인 온라인 구매 수요가 밀려들었고,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고업체들은 기존 인프라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고객 인입을 경험했다. 밀려드는 인프라 수요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 개발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물류센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물류업계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전 세계에 찾아온 소비 침체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맞이했기 때문이다. 물류 수요는 줄어들었고, 호황을 예측하고 늘어난 물류 공급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이슈는 물류센터 공급 과잉이다. 코로나19 이후 오픈을 준비한 물류센터가 2022년부터 하나둘 시장에 등장하는 와중, 정체기를 맞이한 이커머스 수요로 인한 공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쿠팡으로 대표되는 수요기업은 물류센터의 공격적 확장에 제동을 걸었으며, 물류기업 중에서는 이제 막 오픈한 물류센터를 폐쇄하는 아픈 결정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는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진 문제가 아니다. 그 아마존조차도 팬데믹 기간 동안 수요를 낙관하여 늘려놓은 물류센터를 정리했다. 미국 경제 방송인 CNBC가 물류컨설팅 업체인 MWPVL인터내셔널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2년 9월까지 44개의 물류센터를 폐쇄했으며, 25개 물류센터 오픈을 연기했다.

이 와중 이커머스의 성장과 맞물려 화주사의 물량을 차지하고자 펼쳤던 치열한 저단가 경쟁은 위기 상황에서 물류기업의 숨통을 옥죄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수십~수백억원의 누적 투자를 받아 수백~수천억원 단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물류스타트업들이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하여 회사를 매각하기도 했으며,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폐업 처리된 기업도 있다. 

현재, 물류시장에서는 이 겨울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2024년에도 물류는 계속해서 ‘생존’을 준비해야 한다.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물류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며, 비즈니스의 수익성을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동시에 제 살 깎아 먹는 저단가 경쟁을 벗어나, 불황으로 성장 정체를 맞은 화주사의 물동량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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