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사고, 막을 순 없을까?
작성자 : 김도희 부산대학교 박사 2025.03.31 게시해양 사고 관련연구 리뷰
해양 사고, 왜 중요한가?
해협을 중심으로 한 해운 산업은 글로벌 경제와 무역의 핵심적인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산업의 특성과 해양 환경으로 인해 사고가 자주 그리고 크게 발생한다. 이러한 사고는 해양 생태계, 인명 안전,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며, 지속 가능한 해운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해양 사고를 예방하고 해상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며, 이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주요 목표와도 일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요건과 해상 교역의 발달로 해상 물동량 및 통항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어업 활동 및 해양 레저 활동 등 해상 교통 환경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양 사고 위험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의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2019년-2023년) 해양 사고 발생건수 총 14,802건(평균 2,960건), 사고 발생척수 16,446척(평균 3,289척), 사망, 실종, 부상과 같은 인명피해 2,542명(평균 508명)이 집계되었다.

그림1. 해양사고 추세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
해양 사고는 사람과 물류의 운송에 사용되는 선박과 어선도 포함하고 있으며, 다른 운송 수단 사고에 비해 사고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인명 피해, 선박 수리 비용 등 다양한 면에서 상당한 손실을 초래한다. 해양 사고의 원인은 크게 충돌, 좌초, 전복, 화재/폭발, 침몰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해상 악화 등의 자연적 요인과 선박의 노후화와 같은 선박 요인보다 인적 과실로 인한 발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양 사고를 예방하고 해양 안전 의식을 높이기 위한 안전 교육 및 예방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해양 사고 수 및 피해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본 고에서는 최신 해양사고 관련 연구의 동향과 이를 데이터 관점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필자의 연구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연구 분야 1) 해양사고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요인은 무엇인가?
해양 사고와 인명 손실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 논문의 급격한 증가는 지난 20년 동안에 나타났다. 해양 사고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1)해양 사고 원인 규명 , 2)해양사고 심각도 도출 연구로 나눌 수 있다. 해양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대부분 인적 요인(사고의 80% 이상), 환경적 요인, 기계적 요인, 관리적 요소로 구체화하여 원인을 도출하였다. 베이지안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고에서의 원인 요인 간 관계를 분석하거나, 최근 BERT와 같은 자연어처리 기법을 통해 키워드 등을 도출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의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에서도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사고 재결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양사고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를 아래와 같이 제공하고 있다. 사고 유형별로 전체/환경/인적/설비 요인으로 나누어서 빈도/TF-IDF 기반으로 워드클라우드를 도출한다.

그림2. 해양사고 키워드 분석 워드클라우드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
우리나라에서는 해양수산부 중앙안전심판원의 해양안전심판 재결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텍스트 기반의 원인 분석 연구들이 이루어진다. 해양사고는 크게 심판불필요건과 심판필요건으로 나뉜다. 해양사고 발생 시 조사관은 사고 통지 또는 사고를 자체 인지하여 이를 해양 사고로 접수하게 되고, 이때 조사 결과 원인이 간명하여 심판에 붙일 필요가 없다고 인정도는 경우 심판불필요처분 (경미한 사고 또는 원인이 간명한 것)을, 이외 일반 사건에 대해서는 심판을 청구하며, 사람이 사망 또는 실종, 부상을 입은 사고 또는 선박이 멸실, 유기되거나 손상되는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는 해양사고 조사심판 정보에 따라 해양사고가 해기사, 도선사의 직무 상 고의 또는 과실, 즉 사람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인정할 때에는 재결로서 이를 징계하고, 해양안전심판 재결서라는 문서로 기록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해양사고 재결서 데이터로 분석을 진행 시 중대한 사고에 대한 원인 등을 도출할 수 있는 반면 사고 횟수가 굉장히 적기 때문에 모든 사고를 대표하고 해석되기는 어렵다. 또한 해양 사고 유형 별로 원인을 분석한 경우는 존재하였으나 해역 별, 시간대 별과 같은 다양한 관점의 분석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우리나라 연안에 국한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국외의 경우도 중국의 경우 해양사고 보고서를 바탕으로 원인을 도출하는 연구가 있었으나, 다른 나라의 경우 재결서 데이터는 주로 공개되어 있지 않고 텍스트데이터의 특성 상 각 나라의 언어로 사고 보고서의 키워드를 추출하고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를 활용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단순히 원인을 도출하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출된 요인들을 바탕으로 인과 관계 규명과 시나리오 도출 등 사고 예방 및 대책 수습을 위해 지원이 될 수 있는 연구로의 확장이 필요한 실정이다.
(연구 분야 2) 해양사고 심각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을까?
해양사고 심각도 예측 문제는 최근 굉장히 많은 연구 논문이 나오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회원국은 자국적 선박의 사고 조사를 수행하고, IMO에 관련 조사 내용을 제출하는 것을 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IMO는 해양사고 보고를 위해 해양사고를 심각도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종류 | 정의 |
매우 중대한 사고 | 선박의 전손, 인명 사상 또는 심각한 오염을 초래한 사고 여기서 심각한 오염이란 MEPC 37/22에 따라 오염에 영향을 받은 연안 국가들 또는 기국 정부가 평가한 바에 따르면 환경에 중대한 해로운 영향을 미치거나 적절한 예방조치가 없이 그러한 영향을 초래한 오염의 경우를 말함 |
중대한 사고 | “매우 중대한 사고”로 분류되지 않고, 화재·폭발·충돌·좌초·접촉·기상 악화로 인한 손상·빙하로 인한 손상·선체 균열 또는 선체 결함으로 추정되는 것이 다음의 결과를 초래한 사고를 말함 - 주기관의 작동 불가, 광범위한 거주구역 손상, 수면하 침수와 같은 심각한 구조적 손상 등으로 인해 선박이 항행하기에 부적합한 경우 - 오염(오염량과 관계없음) - 예인 또는 육상의 지원이 필요한 고장 |
경미한 사고 | “매우 중대한 사고”와 “중대한 사고”를 제외한 선박 사고로, 시사점을 기록할 목적으로는 “위험한 준사고”나 “니어 미스(near misses)를 포함한 준사고도 해당함 |
해양 준사고 | 해양사고(Marine Casualty)를 제외하고 선박의 운항과 직접적으로 관련하여 발생한 사건 또는 일련의 사건을 의미하며,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선박, 승선자 또는 다른 사람이나 환경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음 |
표1. IMO의 심각도별 해양사고 정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AIS 데이터 기반 해상교통 안전 평가모델 개발 연구"
이에 맞춰 사고 심각도를 네가지 범주로 분류하거나, 해양 사고 자체를 예측하는 연구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고의 심각도를 불필요처분과 필요처분으로 나눔에 따라 IMO에서 정의한 해양사고 심각도와의 통합을 통한 사고 심각도 정의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관련해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는 우리나라 해양사고의 심각도 분석을 위해 IMO의 심각도 별 사고 정의 기준과 우리나라 해양사고의 심판불필요처분 기준 및 심각도 관련 법령을 참고하여 다음과 같이 심각도 기준을 제시하였다.
종류 | 기준 |
매우 심각한 사고 | - 선박의 전손 - 심판이 진행된 사고 중 2명 이상이 사망한 사고 |
심각한 사고 | - 매우심각, 심판불필요처분을 제외한 6대 해양사고(충돌, 좌초, 침수, 침몰, 전복, 화재)와 사망, 실종자가 발생한 사고 |
경미한 사고 | -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사무처리요령> 제 46조(심판불필요처분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고 |
표2. 심각도 별 해양사고 기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AIS 데이터 기반 해상교통 안전 평가모델 개발 연구"
하지만, 이를 활용하여 심각도를 정량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예측에 활용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필자는 관련 기준을 바탕으로 범주화할 수 있는 통합 심각도 기준을 정의하였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서 제공하는 해양사고 재결서 데이터 (텍스트 데이터)와 해양사고 데이터(통계 데이터)를 활용하여 아래와 같이 심각도를 정의한다. 데이터의 오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인적 피해 등은 값이 정확한지 확인하여 이상이 있는 데이터들은 제거 후 진행하였다.
종류 | 기준 | 정량화 |
매우 심각한 사고 |
- 재결서 데이터에서 '전손' 키워드가 존재하는 경우 - 재결서 데이터와 사고 통계 데이터를 매칭 시 2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
1.5 |
심각한 사고 |
- 재결서 내 사고 유형 구분에서의 6대 해양 사고(충돌, 좌초, 침수, 침몰, 전복, 화재) - 재결서 데이터와 사고 통계 데이터 매칭 시 사망, 실종자가 발생한 경우 |
1 |
경미한 사고 | - 재결서가 존재하는 사고 | 0.5 |
표3. 심각도 별 해양사고 기준(저자 작성)
저자 작성, "해양사고 데이터 기반 해역 그리드화 및 심각도 지표 도출 연구"
이는 활용하여, 해양사고 데이터와의 결합을 통해 최종 심각도 도출 기준을 정의한다. 재결서 데이터가 중대한 사고를 다루고 있지만, 전체 사고 중 95% 정도가 불필요처분사고에 해당되는 점에 주목하여, 현재는 심각하다고 판단되지 않더라도 향후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들을 반영할 수 있는 심각도 정의 기준을 도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앞서 언급했던 해양사고 원인 키워드(KeyBERT 사용)와 심각도를 해역에 그리드 별로 표현한 예시 서비스 화면은 다음과 같다.

그림3. 해역별 해양사고 심각도 및 원인 도출 서비스 화면
저자 작성
이 밖에도 해양 사고 심각도를 예측하거나 해양 사고의 발생을 예측하는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머신러닝 기반의 다중 클래스 분류 모델들을 활용하여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하나의 사고 유형 혹은 이진 목표 변수에만 초점이 맞춰져있고, 국내의 경우는 심각도 기준 자체가 모호하여 앞으로 해야하는 연구가 많다.
결론
해양 사고에 관련 연구 동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해양 사고에 대한 원인 분석에 대한 연구는 포괄적이진 않지만 어느 정도 기반이 될 수 있는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진 것으로 사료된다. 반면, 해양사고 심각도 및 이를 정량화하여 데이터 기반의 AI 모델에 활용하기 위한 노력들은 아직 많이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최신 각광받고 있는 기술 중 하나인 Large Language Model(LLM)을 활용하여 방대한 양의 사고 분석 데이터와 세계 사고 심각도 기준의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해양 사고를 예측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를 예방하고 빠르게 수습할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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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단어 | 해양 안전해양 사고원인 규명심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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