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넘보는 홍콩 라스트마일, 한국의 숙제는
작성자 : CLO 엄지용 기자 / LoTIS 2017.05.08 게시고고밴은 홍콩을 기반으로 2013년 7월 사업을 시작한 라스트마일 물류스타트업으로, 창업 2년 만에 홍콩 화물운송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했다. 고고밴은 홍콩 화물시장의 배송기사 70% 이상이 이미 고고밴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고고밴은 2015년 중국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업체 렌렌(Renren)과 저민 후(Zemin Hu) PPS 설립자로부터 1000만 달러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으며, 2016년 역시 알리바바 등으로부터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2017년에도 시리즈C+ 투자 라운드의 막바지 단계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날 고고밴은 ‘CNN이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핫한 스타트업 TOP10’에 뽑힐 정도로 성장했다. 실제로 고고밴은 홍콩, 중국, 대만, 싱가포르, 인도, 한국 등 아시아 지역 10여 개 도시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여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고고밴 관계자에 따르면 홍콩, 싱가폴, 대만에서는 이미 그 나라에서 가장 많은 운송기사를 보유하고 있다. 고고밴은 2016년 6월 기준 2백만 건 이상의 앱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으며, 15만여 명으로 구성된 배송기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총 2천만 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해왔으며, 총 거래 가격은 2억 달러를 웃돈다는 것이 고고밴의 설명이다. 국내의 어떤 물류스타트업도 달성하지 못했던 이례적인 성과다. 그렇다면 짧은 시간 안에 빠른 속도로 성장한 고고밴의 비결은 무엇일까?
도시락 배달에서 시작된 창업
고고밴의 창업자 스티븐 램(Steven Lam)은 미국 UC버클리에 재학 중이던 시절 중국음식점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기반으로 고고밴을 설립했다. 스티븐 대표는 당시 하루 6~8시간씩 2년 동안 수백 개의 도시락을 배달했다. 그러던 중 스티븐 대표는 도시락 박스가 광고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그리고 그는 홍콩으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했다. 홍콩에선 스티로폼 박스에 도시락을 담아서 배달한다. 스티븐 대표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스티로폼 박스에 상품 광고 스티커를 부착하여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사업은 승승장구하여 9개월 뒤에는 홍콩 내에서 십만 개 이상의 도시락을 배달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스티븐 대표는 한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그것은 바로 ‘물류’였다. 그들은 자차를 보유할 만한 자본이 없었다. 때문에 도시락 박스의 배달을 위해 콜센터를 이용해 차량을 수배해야만 했는데, 이 과정에서 하루 길게는 4~5시간 동안 수백 통의 전화를 통해 차량을 구하고 각각의 스케줄을 짜야 했다.
그림1. 스티븐 램 고고밴 CEO. 스티븐 램 CEO는 지난 2015년 5월, CLO가 주최한 ‘제2회 미래생활물류포럼’에 연사로 참여하여 국내 최초로 고고밴의 성장기를 현장에서 전달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스티븐 대표는 콜센터와 함께 운영되는 배송시장의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또 거기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게 됐다. 스티븐이 배송차량과 자신을 연결하는 중간 단계를 빼고, 직접 운송기사를 모으기 시작한 이유다. 이후 스티븐은 ‘왓츠앱’이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운전자를 직접 모아 교육하여 함께 일하기 시작했고, 3개월 후에는 홍콩 내 수천 명의 운전기사를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고고밴의 시작이다.
급성장의 비밀,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고밴은 단 한 대의 밴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애초에 고고밴은 운송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 ‘플랫폼’ 모델로 시장에 진입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고고밴은 화물자동차 운전기사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감을 얻을 수 있도록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을 활용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고고밴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공급자인 ‘화물운송기사’와 소비자인 ‘화주’ 양측의 니즈를 만족시키고자 했다. 고고밴을 사용하는 서비스 제공자(배송기사)가 얻는 이점은 간단명료하다. 배송기사는 고고밴을 이용함으로써 더 많은 주문을 확보할 수 있다. 배송기사는 고고밴을 통해 주로 일회성으로 진행됐던 배송업무를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고고밴을 이용해서 받는 주문에 대해 배송기사가 지급해야 할 수수료는 ‘제로’다.(2017년 2월 기준, 고고밴홍콩은 수수료 모델을 포함하여 ‘고고에너지’와 같은 제휴형 수익모델을 추가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에서는 여전히 수수료 무료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배송기사들은 고고밴을 통해 잠재적으로 더 많은 회사, 더 많은 고객과 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고밴 플랫폼의 재사용 비율은 매우 높다. 고고밴에 따르면 홍콩 배송기사들은 지속적인 주문과 더욱 큰 범위의 고객베이스를 확보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 고고밴은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모아 배송기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편 고고밴의 고객사(화주)가 얻는 이점은 신속성과 사용의 용이성, 저렴한 비용 등이다. 위와 같은 이점 때문에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인 배송기사 모두 고고밴 플랫폼에 남아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게 고고밴의 설명이다. 스티븐 대표는 “사실 고고밴의 빠른 성장은 그저 열심히 일한 결과일 뿐”이라며 “고고밴 사업을 시작한 후 3개월 간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운송 기사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그들을 교육했으며, 배송차량을 포함한 홍콩 전역에 고고밴 광고를 붙이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연결이 물류를 완성하다
고고밴은 서비스 론칭 이후 페덱스, 피자헛, 이케아, 캐리로지스틱스(Kerry Logistics)와 같은 다양한 기업과 협업해 왔다. 이 중에는 페덱스, 캐리로지스틱스와 같은 물류기업도 존재한다. 같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호경쟁 관계라 할 수 있는 이들이 고고밴과 협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고밴은 일찍이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시대의 변화를 인지했으며, 이에 따라 현재 고고밴과 제휴를 맺은 대부분의 기업들은 서비스 강화를 목적으로 고고밴에 먼저 제휴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고밴은 파트너들이 가진 역량과 고고밴의 플랫폼, 운전자풀(Pool)을 결합하여 사용자에게 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케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케아홍콩은 고고밴과 제휴 전에 100대의 트럭을 이용해 그들의 물류 수요를 해결하고 있었다. 그 중 70대의 차량은 직접 보유한 것이었고, 나머지 30대는 유동적인 수요에 대응해 빌려 쓰는 식이었다. 스티븐 대표에 따르면 이케아홍콩은 유동적이고 계절성이 강한 온디맨드 오더에 대응해야 했는데, 특히 배송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케아 담당자가 고고밴을 찾아왔고, 고고밴은 이케아의 정보를 제공받은 뒤 고고밴의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주었다. 이 때문에 이케아는 고고밴을 경쟁자로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케아 배송기사들이 오전에 일하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고고밴 시스템상의 주문을 수주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고고밴에 따르면, 2017년 2월 기준 키오스크 기반으로 당일배송만을 고고밴에 아웃소싱하던 이케아는 물류전체를 고고밴과 독점 계약할 계획이다. 스티븐 램 대표는 “협력업체와 고고밴 플랫폼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고고밴의 협업철학”이라며 “고고밴은 지금까지 아시아 국가의 많은 포워더 혹은 라스트마일(Last-mile) 배송업체들과 긴밀하게 일해 왔으며, 우리 자신을 모든 사업 주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앤플레이(Plug&Play) 온디맨드(On-demand) 물류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고 있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진출의 두 가지 기준
고고밴이 해외 진출 국가를 결정하는 데는 명확한 두 가지 기준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고고밴에 알맞은 사람을 찾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것을 누가 실행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때문에 좋은 지역 매니저를 찾는 것이 글로벌 진출 계획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게 고고밴의 설명이다. 두 번째 기준은 ‘시장 규모와 그 특성’이다. 실제 고고밴이 싱가포르 시장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는 싱가포르의 시장 특성이 홍콩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고밴은 홍콩에서의 운영 경험을 싱가포르에 적용할 수 있었다. 대만 또한 마찬가지다. 고고밴은 대만의 시장 규모가 사업 진출을 꾀하기에 적당한 수준이었고, 중국어가 통용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큰 변화를 주지 않고도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중국 역시 그 거대한 시장 규모 때문에 진출하기 좋은 시장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고고밴은 중국에서 효과적으로 일을 수행해줄 알맞은 팀을 찾을 수 있었고, 2015년 2월 중국 사업을 론칭했다. 고고밴이 한국에 진출한 이유도 한국에서 사업을 추진할 만한 시장 규모를 확인했고, 이에 적합한 파트너를 찾았기 때문이다. 스티븐 램 대표에 따르면, 한국 화물운송 시장 안에서 안정적이고 일관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객이 시장에서 ‘내가 사용하기에 알맞은 서비스가 무엇인지’ 빠르고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며, 기술을 통해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봤다는 게 스티븐 램의 설명이다. 스티븐 대표는 “서울만 하더라도 수천, 수만 개에 달하는 운송서비스의 공급과 수요가 존재하며, 고객들은 서비스를 제공받기까지 수많은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여 한국 내에서도 일관되고 안정적인 정보를 획득하고 선택할 수 있는 배송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고고밴코리아의 숙제, 플랫폼을 넘어
고고밴이 한국 서비스를 정식 론칭한지도 어느덧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고고밴코리아 역시 고고밴 본사와 마찬가지로 ‘플랫폼’을 기반으로 화물운송기사와 화주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홍콩과 차이가 있다면 한국 화물운송시장은 ‘퀵서비스’와 ‘배달대행’, ‘화물운송’ 등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고고밴코리아는 이중 ‘퀵서비스’와 ‘화물운송’ 서비스를 주선하고 있다.
그림2. 고고밴 홍콩본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밴. 한국은 이륜차, 사륜차(다마스, 라보 등), 화물차 등 사용되는 운송수단이 홍콩과는 차이가 있다.
고고밴코리아의 자체 평가에 따르면 주문수나 성장세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고고밴코리아는 2017년 2월 기준 800여 개의 기업고객을 확보했으며, 약 7000명의 등록 기사(다마스퀵을 포함한 화물차 50%, 오토바이 50%)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존재한다. 아직까지 명확한 ‘수익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고고밴코리아는 론칭부터 지금까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당분간 수수료를 붙일 계획도 없다. 오히려 고고밴코리아는 론칭 초기부터 ‘가격 정책’을 바로 세우는 데 주력하며, 더 좋은 단가의 주문을 배송기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고고밴코리아는 2017년이 변화의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고밴 홍콩본사에서 지역화(Localization)된 ‘한국 단독앱’ 개발 승인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고고밴은 우버와 같이 하나의 앱으로 ‘글로벌 생태계’를 아우르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물론 고고밴홍콩과 고고밴싱가폴은 지역화된 앱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이는 화주의 니즈에 의한 것이지 시장 특성으로 인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고밴이 한국에 지역화된 플랫폼 개발을 승인한 이유는, 본사가 한국만의 독특한 시장 특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며, 동시에 스티븐 램 대표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고고밴코리아의 설명이다. 2017년, 고고밴코리아에게는 몇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첫째는 단순히 ‘수수료 무료’나 ‘퀵서비스 업체-프로그램 업체 통합’이 아니라 시장 자체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파괴적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그것을 기반으로 실제 주문 규모를 늘려 유의미한 성장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7년은 고고밴코리아에게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경현 고고밴코리아 지사장은 “오랜 기간 본사를 설득한 결과 한국 단독 애플리케이션 개발 승인이 떨어졌다”며 “향후 온디맨드 플랫폼뿐만 아니라 벌크 물량과 유통을 아우르는 규모를 만들어 빠르게 성장할 것이며, 앞으로는 단순히 플랫폼만 바라보는 것을 넘어 오프라인 실단인 ‘물류’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 사이트(LoTIS. www.lotis.or.kr)의 콘텐츠는 무단 복제, 전송, 배포 기타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방법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 제 136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 핵심단어 | 고고밴고고밴 플랫폼 |
| 자료출처 | |
| 첨부파일 |
| 집필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