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운송(철송)은 악천후 등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친환경적이며, 에너지 효율도 높다. 하지만 최장 운송 거리가 500km 이하인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철도운송보다 유연성과 효율성이 높은 공로운송(육상운송)이 더 각광받고 있다.
코레일이 만성적자 탈출을 위해 2004년 블록트레인1)을 도입한 뒤 철도 물동량은 증가했다. 코레일은 이후 화차2) 단위 임대 방식을 없애고 전 노선 왕복 운행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운영사는 필요한 만큼 화차를 이용하지 못하고 화물 수량과 관계없이 열차를 통째로 빌려야 했다. 운영사가 철송을 기피하게 된 까닭이다.
이런 환경적, 정책적 이유로 현재 한국에서 철송은 주말과 월말 등에 발생하는 물동량 차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며, 전체 화물운송에서 철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웃나라 중국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2011년 이후 철송 활용도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철송은 전체 화물운송 가운데 15% 내외를 차지하는 등 비교적 활발하게 활용된다.
국가 차원에서도 2013년 ‘일대일로(一带一路)’ 프로젝트 이후 국제철도 노선인 TCR3)을 이용한 ‘블록 트레인 활성화 정책’을 내세우며 경제발전 전략계획을 수립하는 데 철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여기서는 나준호 상해교통대 포스트닥 연구원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중국 철송의 현황과 발전전략, 그리고 한국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Q1. 중국 전체 화물운송 가운데 철도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A1. 중국 내 모드별 화물운송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까지 약 20% 정도였으나, 그 비중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4년에는 15% 대까지 감소하였다. 화물 운송에서 가장 높은 비중은 차지하는 운송 모드는 해상과 내수로를 아우르는 수운(약 50%)으로서, 그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또한 공로 운송 역시 33-35%의 비중을 유지하여 왔다.
중국은 국토의 면적이 넓고 자원 분포와 산업 발전이 지역적으로 편중된 탓에, 전통적으로 중장거리 운송수요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1978년 개혁 개방 전까지 전반적인 운송 인프라(특히 도로)가 매우 낙후되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에서는 기존에 존재하던 철도 인프라를 활용한 철송이 사실상 화물운송의 근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개혁 개방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과 함께 지역과 지역을 잇는 도로 인프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2000년 이후 내륙지역의 경제 성장과 중국 전역의 도시화 정책으로 인하여 각 성(省)과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네트워크가 구축되면서 공로 운송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수출 주도 경제성장 정책으로 인하여 급증한 무역량은 자연스럽게 해상 운송의 증가로 이어졌다.
철도 운송은 대량화물 및 중장거리 운송에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다른 운송 수단과 비교하여 악천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며, CO2배출량과 에너지 효율에 있어서도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철송은 중국처럼 국토 면적이 큰 국가에서 중요한 화물 운송 수단으로 쉽게 자리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철도 운송은 운송 효율성, 운송 유연성, 그리고 연결성 측면에서 공로 운송에 비해 약점을 가지고 있다. 즉, 자유로운 운송 요구에 적용되지 못하며 이로 인한 적기 배차의 어려움도 있다. 운임 측면에서도 유연성이 부족하여 다른 운송 모드, 특히 공로 운송에 비해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톈진 구간의 고속철도 개통 이후 현재까지 2만km가 넘는 고속철도망을 구축했다. 즉, 2000년대 이후 철도에 대한 중국 정부의 투자는 고속철도를 중심으로 하는 여객 운송에 집중되고 있으며, 실제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총 연장 4.5만km에 달하는 확장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의 철도에 대한 투자 방향이 화물 운송이 아닌 여객 운송에 향해있는 것 역시 향후 철도를 이용한 화물 운송 수요 감소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여러 이유로 화물 운송에 있어서 철송의 비중은 점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철송은 전체 화물 운송 비중에서 15% 정도는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며, 국제 철도구간(TCR)을 활용한 국제 철도 화물 운송은 현재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Q2. 중국은 14개 국가와 국경이 맞닿아 있다. 국제 철도와 관련해, 국경을 접하고 있는 모든 나라의 철도운송 노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A2. 중국의 서쪽과 북쪽, 즉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과는 철도가 연결되어 국제 화물 운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부 동남아 지역과도 철도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국경을 접하고 있는 모든 나라의 철도 운송 노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동남아 지역과는 지형적 특성과 수요의 불일치 등으로 인해 철도 노선 연결이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Q3. 철도로 국제운송을 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철도노선의 확보할 때, 어떤 과정을 거쳐 노선을 확보하는가.
A3. 국제 철도 연결은 기본적으로 국가 대 국가로 진행된다. 우선 연결 협정을 맺고 각 국가의 철도 관련 기관 협의를 통해 철도 선로 연결에 대한 기본적 합의가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중국 내 구간에서는 중국 철도국 주도하에 국경까지 연결이 진행된다.
중앙아시아 국가와 러시아는 중국과 궤간이 달라 직접적인 연결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환적 시설을 갖춘 국경역에서 화물을 환적하여 목적지까지 운행하게 된다. 동남아 일부 국가는 협궤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이 지역에서도 환적을 통한 방식이 이뤄진다. 일부 동남아 국가 철도 연결에 있어서는 중국이 투자 개념으로 상대국의 철도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향후 상대국과 국제 화물 운송이나 여객 운송 협상에 있어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先)투자로 해석된다.
Q4. 한국 기업이 중국의 TCR 노선을 활용해 유럽 등으로 화물을 수출할 때의 장점은 무엇인가.
A4. 현재 국내 대기업 L사와 S사의 전자제품 사업부 및 H자동차가 중국의 TCR 노선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을 출발지로 하여 유럽까지 수출하는 경우보다 중국 현지 생산법인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앙아시아나 유럽으로 수출할 때 TCR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TCR의 비용은 경쟁노선이라 할 수 있는 TSR에 비해 높은 편이다. 따라서 한국을 출발지로 하여 유럽까지 가는 경우, 화주나 운송 대리인은 TSR4)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Q5. 중국의 철도운송 시스템이 가진 장점과, 간으성, 발전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A5. 넓은 국토 면적, 14개 국가와 육로로 연결되는 중국의 지정학적 특성, 철도가 중국 자체에 주는 여러 상징적 의미 등으로 인해, 중국의 철송 시스템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발전 전략 계획 수립에 있어서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중국은 정책적으로 인프라 및 발전 계획을 명확히 수립하고 제시하며, 제시된 기간 내에 계획을 완료한다. 중국은 2015 기준 총 연장 12만km, 고속철도 1만9천km를 보유하고 있다. 운영 거리 측면에서 한국의 30배 이상이다. 초기 철도 인프라 정책은 “4종4횡”이었으며, 이는 중국의 1선 도시 철도 인프라 시설에 치중되어 있었다. 이후 “8종8횡”으로 계획이 확장되었는데, 이는 2선 도시 간의 연결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2020년까지 고속철도망 계획에 총 4조 위안을 투입하여 총 연장 15만km의 고속철도 노선을 확보하겠다고 이미 발표하였고, 실제 이행 중에 있다. 더욱이 중국은 인프라 투자와 함께 철도 차량 및 신호 체계 기술개발을 통해 연관 산업과 동반 발전까지 도모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확실한 정책의 존재와 투자, 이를 통한 계획 실현은 중국을 철도(고속철도 포함) 강국으로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코레일이 블록트레인을 도입한 이후 오히려 철도 물동량이 감소했다. 중국도 2013년 ‘일대일로’ 프로젝트 이후, 국제철도 노선인 TCR을 활용한 블록트레인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블록트레인 활성화를 위해 출발지의 지방 정부는 보조금 지원을 통해 공격적인 화물 유치를 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구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물론 보조금 제도가 운영사의 자생력을 약화시키고 지방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그 위험성도 지적되고 있지만, 이 방식이 블록트레인 노선을 활성화하는 가장 빠른 길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이 철도 블록트레인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명확한 미래 발전 계획과 전략, 정책적 지원 등의 요소로 중국 철도는 단기간 내에 빠른 발전을 이루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다. 신호체계 이상으로 인한 고속열차 간 충돌 사고, 아직 완벽히 성숙하지 못한 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 정부 보조금 즉시 지급 불가로 인한 운영사의 자금 유동성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과도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신속하고 정확히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철도가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철도 인프라 및 기술 개발을 통해 현재 중국에서 공급과잉이 심각한 철강과 시멘트의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고속 철도 차량을 개발해 수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고속철도 인프라까지도 수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를 통해 국내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고 물류 측면에서 발전을 꾀하는 1차 목표를 달성한 후, 인프라와 기술 개발을 통해 잘 축적된 노하우를 수출하여 국익을 도모하는 것, 이것이 중국 철도가 던지는 가장 큰 시사점이라 생각한다.
1) 화차 단위로 임대되는 일반 화물 열차와 달리 열차 전체를 임대하여 운영하는 열차
2) 화물을 실어 나르는 열차를 줄여 이르는 말 ‘화차’
3) TCR(Trans China Railway): 중국횡단철도. 중국의 렌윈항(连云港)에서 시작하여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된 철도(출처: 두산백과)
4) TSR(Trans Siberian Railway):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시베리아 대지를 가로질러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총 길이 9,288km의 세계 최장 철도(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