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라인(Maersk Line)은 덴마크에 본사를 둔 해운업체다. 머스크는 2002년과 2008년 대규모 구조조정 프로그램 스타라이트(Starlight)와 스트림라인(Streamline)을 통해 조직문화부터 기업 시스템, 프로세스를 변화시켰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대거 교체도 일어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머스크는 성장 위주의 기업에서 성과 위주의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에 성공했고, 이는 업계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의 수익률을 내며 성공적인 구조조정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 위기를 맞이한 한진해운이 머스크를 배울 수는 없었을까. 본지는 관련하여 해운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연재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두 번째 만나볼 전문가는 오용식 한국해양대 교수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와 관련하여 오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해운시황은 늘 유동적이고 이러한 시황의 변화에서 자유로운 선사는 없습니다. 컨테이너 운임시황 역시 등락을 거듭해왔고, 컨테이너 선사들은 언제나 이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강요 받았습니다.
기억하기로 2000년대에 컨테이너 운임시장에 두 번의 커다란 파도가 있었고, 그 파도는 모든 선사가 타고 넘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모든 선사들의 대응이 적절한 것은 아니고, 시황의 한 고비가 지나고 나서야 그 결과가 드러납니다. 지금 드러난 결과로는 머스크보다 한진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볼 수 없겠지만, 머스크의 대응도 완전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해운업은 시황산업이라 불릴 만큼 시황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사실 구조조정은 상시적이어야 합니다. 구조조정은 내부에서 수행할 수도 있고,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머스크와 마찬가지로 한진해운과 같은 대기업은 유명 컨설턴트를 자주 활용합니다. 다만 유명 컨설턴트라고 해서 늘 좋은 해결책을 내어놓기는 어렵고, 해운산업과 같이 특수한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래서 컨설턴트가 동원된다고 하더라도 대개 결과는 최고 경영층의 의중을 포장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즉, 머스크의 구조조정안이 한진의 것보다 결과적으로 나은 것이었다면, 그것은 머스크 의사결정라인의 예측력과 대응력이 더 좋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아직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경영세습에 관해서는 우리나라만큼 관대한 곳이 드물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서구 선진국에서도 2세, 3세 경영인이 아주 드물지는 않지만, 대개 혹독한 훈련과정을 통해 지배구조(감시자들)의 승인을 획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해운업계에서처럼 남편이 죽었다고 해서 업계에서의 아무런 경력이 없는 부인이 갑자기 최고 의사결정자의 지위에 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본인에게도, 회사에게도, 우리 국민경제에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운업은 역사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통해 성장해온 사례가 많습니다. 다만 시장경제가 성숙해나갈수록 그러한 부분은 크게 줄어듭니다. 보호와 지원이라는 것은 결국 간섭과 통제의 다른 이름임을 알아가기 때문에 기업도 자율적으로 경영하고자 하고 정부도 민간산업부분에 적극 개입하려하지 않게 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몇몇 예외도 있지만 머스크 등 선진국의 해운선사들은 대개 국가의 지원에 크게 기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벤처를 육성하려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대기업을 지원하거나 특정 기업에 장기간 특혜를 주는 정부는 정상적이라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논리로 우리나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해운업에 대한 특혜적 지원을 해왔습니다. 그것은 대개 선대의 갱신이나 추가적인 선박의 도입을 용이하게 하는 금융과 세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러한 정부의 지원이 시장공급을 왜곡하여 오히려 업계에 ‘독’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상황이 시급하여 우리 해운업에 대한 정부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합니다. 다만 재원이 모두 국민의 세금인 만큼 특정 자본이나 특정 기업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선진국에서 정부가 특정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드문 사례이지만, 덴마크 정부가 머스크를 지원한 것은 고용과 국민경제를 위한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학계의 철저한 분석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금번 유동성 위기가 진정된 후의 중장기 해운업 정책의 방향은 철저히 교육과 고용, 국민경제를 중심으로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해운시장에서 기업과 자본의 활동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그에 대한 책임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합니다.
※ 국가의 기간산업은 매우 모호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마다 다를 수 있고, 시기마다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대저 한 국가의 근본이 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라면 민간기업에 맡기는 것보다 국가에서 직접 수행하는 것이 더 타당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