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의 하루를 쫓다

작성자 : CLO 양석훈 기자 / LoTIS 2017.11.24 게시

택배기사의 노동조건은 언제나 화두다. 열악한 물류현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택배기사의 노동조건은 자주 거론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그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CJ대한통운의 파주대리점을 찾아 한 택배기사(CJ대한통운에서는 택배기사를 내부적으로 SM이라 칭한다.)와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Q1.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A. 7시부터 터미널에 레일이 돈다. 나는 6시 10분쯤 도착한다. 레일이 돌며 물건을 커다란 권역별로 일단 분류하면, 각각의 SM이 자신의 구역에 배송해야 할 물건을 집어간다. 9시쯤 오전 하차가 완료되고 나면 오전 배송을 나간다. 배송을 나간 사이에도 레일은 계속 돌고 내 구역에 할당된 물량도 어김없이 쌓인다. 그것을 동료 SM이 받아준다.



내 경우, 1시까지는 오전 배송을 마치고 복귀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없는 사이 내 물량을 받아 준 동료 SM이 1시 15분에 출발하는 배송 일정을 맞출 수 있다. SM 간의 이러한 스케줄은 대리점에서 일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군대에서 분대장을 두듯이, 여기서도 분대장급 사람을 두고 그 분대장 책임 하에 스케줄 조정 등을 하는 것이다.



배송은 오전 한 번, 오후 한 번, 총 두 번(2회전배송) 한다. 파주지점은 불과 몇 달 전에 지금의 레일을 도입했는데, 이 레일이 생기기 전에는 일과가 조금 달랐다. 가령 예전에는 400개의 물량을 최종 하차가 완료된 오후에 한꺼번에 배송해야 했다면, 레일이 도입된 뒤에는 오전에 100개 정도의 물량을 우선 치고, 나머지를 오후에 배송한다.



이렇게 2회전 배송을 하면 오후 6시쯤 집에 도착한다. 예전에는 일부러라도 일을 더 했다. 그런데 요새는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일을 줄이고 있다.

Q2. 수수료 체계는 어떻게 되는가.

A. 세금 다 포함해서 박스 하나당 1,100원 정도를 회사에서 수수료로 떼어 간다. 이 수수료를 따져 보면 하루 최소 200~250개의 물량은 쳐야 한다.(그래야 돈이 된다.) 그나마 내 경우는 내 차에 내 남바(번호판)로 일을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떼어가는 수수료만 제하고 받으면 되는데, 동료 SM 중에는 지입 회사를 끼고 들어온 경우도 있다. 그러면 수수료가 이중, 삼중으로 빠지는 거다.



나 같은 경우 하루 평균 300개의 물량을 친다. 예전에는 400~500개까지도 했는데, 요새는 줄이고 있다.

Q3. 배송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관련해서 노하우가 있다면?

A. 택배기사에게는 속도가 생명이다. 우리는 걸어 다니지 않는다. 물건을 현관 앞에 가져다두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내려가 버려도 버튼을 다시 눌러 기다릴 틈이 없다. 그렇다 보니 할당된 물량을 빠르게 끝내는 것이 노하우다. 개인적으로는 ‘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이 집에는 이 시간에 방문하면 사람이 없다’, ‘이 집은 항상 소화전에 물건을 놓아달라고 요구한다’, ‘이 집은 애가 있어서 초인종을 누르면 싫어한다’와 같은 것들을 외우는 거다. 외우면 업무 효율이 올라간다. 일일이 집집마다 전화해, 지금 집에 사람이 있는지, 없다면 물건을 어디에 두고 가야할지 물어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나는 햇수로 9년차 이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자주 오는 곳은 외우게 되더라.



이와 더불어 고객들과 친해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더 원만하게 배송을 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내가 배송을 가는 아파트 단지의 인터넷 카페에도 가입했다. 원래 외부인은 가입할 수 없는 곳인데 카페지기를 만나 가입시켜 달라고 졸랐다. 이후 카페에서 택배 배송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고, 그래서 지금은 모두 나를 믿어 현관 앞에 택배를 놔두고 가라고 한다. 빠르고 효율적인 배송을 위해서는 이러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Q4. 그럼에도 실수가 발생하나?

A. 당연하다. 이 집을 가야 하는데 바쁘다 보니 다른 집을 가기도 하고, 차가 흔들려 물건이 뒤섞이기도 한다. 또 터미널에서 물건을 하차할 때 박스 겉에 매직으로 주소를 다시 한 번 적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를 하기도 한다. 1402호인데 402호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실수가 완전 없을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실수는 시스템이 어느 정도 보완해준다. 가령 4동에 배송해야 할 물건을 3동에 배송하는 경우가 있다. ‘물건을 전달했다’는 문자를 받은 고객은 ‘물건 못 받았다’고 답장을 보낸다. 그러면 시스템을 켜서 확인해보는 거다. 배송완료 카테고리의 월 마감현황을 조회하면 날짜별, 시간별 배송 이력이 쭉 뜬다. 그 목록에서 43번째 배송이 ‘4동’ 301호, 44번째가 ‘4동’ 501호, 45번째가 ‘4동’ 1201호 등인데, 중간에 ‘3동’ 301호가 끼어 있으면, 3동에 배송할 것을 4동에 배송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문제를 얼른 바로 잡을 수 있다.

Q5. 일을 하며 힘든 것이 있다면?

A. 나는 원래 물건 들고 뛰어다닌다. 그런데 요즘은 못 그런다. 허리가 아파서 그렇다. 직업병이다. 그렇다고 병원을 마음대로 갈 수도 없다. 택배기사는 설과 추석처럼,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날에만 쉬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가를 가는 것도 난처하다. 내가 가면 다른 누군가가 내 일을 대신 해줘야 한다. 그래서 3~4명이 분대 비슷하게 짝을 이뤄 돌아가면서 휴가를 간다. 그마저도 한 달에 하루 정도가 고작이다. 보통 ‘토일월’을 몰아서 쉰다.



점심 식사도 골치다. 스케줄은 지켜야 하는데 물량은 많다 보니 점심을 제대로 못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보통 일하다가 주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빵으로 때운다. 동료 중에는 도시락을 싸오거나 라면을 먹는 경우도 많다. 아침이나 저녁 식사야 원래 알아서 한다지만 아무래도 점심은 좀 처리하기가 애매하다.



요즘 가장 힘든 것은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없다는 거다. 아이는 점점 커 가는데, 집에 가서 밥 먹고 나면 금세 8~9시가 되고 TV 보다가 잠에 드는 경우가 많다. 요새는 허리가 아파서 에너지가 평소보다 더 빨리 소모된다. 아이에게 미안해서 사달라는 것을 다 사준다. 아이는 점점 더 조르고.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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