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네이버 보다 한 수 위인 이유 (ver.물류)

작성자 : 비욘드엑스 대표 에디터 김철민 / LoTIS 2020.11.10 게시

-  네이버와 쿠팡이 이커머스 역량의 끝판왕인 물류에서 맞붙었음

-  네이버는 국내 대형 택배사와 맞손을 잡았고, 쿠팡은 자체 역량 강화로 팔을 걷어붙였음. 이커머스 영역에서 쿠팡에 선제공격을 받은 네이버가 방패를 들었다면, 네이버에 기습을 당한 쿠팡은 창끝 날을 고쳐 세우는 양상임

-  온디맨드나 O2O 등 모든 플랫폼의 서비스 격전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영역임. 온라인에서 어떤 물건을 팔든 상품의 물리적 이동은 오프라인을 관통함.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온라인 경쟁을 평정한 후, 도로와 골목에서 오프라인 소매점들과 배치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음

-  필자는 네이버와 쿠팡이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함. 국내 이커머스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있는 네이버와 쿠팡이 아닌가. 그래서 이제는 네이버와 쿠팡이 ‘구조의 개선’으로 혁신의 방향성을 틀었을 가능성이 높음. 바로 그 교차로에서 네이버와 쿠팡이 맞붙은 지점을 물류 서비스의 고도화로 꼽을 수 있음

물류: 제도권과 비제도권 사이에서

-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의 협업으로 물류에 입문했음. 상호 지분까지 교환해 혈맹 관계를 맺었음. 네이버는 풍족한 물량을, CJ대한통운은 신속한 배송을 약속했다는 것은 서로 핵심 역량에 집중하자는 이해와 합의로 풀이됨. 이커머스 후발주자로 배송이 걱정됐던 네이버는 폐쇄적인 물류 시장에 무혈 입성한 셈임. 우선 네이버는 전국적인 배송 네트워크와 거점 확보, 인력 투입 등 천문학적인 투자를 피했음. 또 택배 기사 업무 환경 개선 등 특수고용직 노동 이슈에서도 자유로움. 업계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이 모두 알아서 처리할 일임. 네이버의 물류가 제도권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임

-  반면 쿠팡은 처음부터 ‘마이웨이’를 선택했음. 기존 택배 시스템을 거부한 것임. 그렇다고 해서 택배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님. 쿠팡은 쿠팡만의 배송 서비스에 방점을 맞췄다고 봐야 맞을 것임. 쿠팡은 이 때문에 제도권 물류 시장으로부터 거친 견제에 시달리고 있음. 쿠팡맨 택배 불법영업과 같은 화물자동차 유상운송행위는 2년여간 법정 싸움 끝에 대법원판결로 쿠팡의 손을 들어주면서 마무리됐음. 하지만 쿠팡플렉스로 불리는 일반인 자가용 배송 등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로 남아있음. 당일배송 등 속도경쟁을 내세워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별화를 내세운 쿠팡 입장에서 1박 2일 걸리는 전통적인 택배 서비스가 마땅치 않았기에 감행한 도전이었음

물류: 편의, 편리, 이득, 소비자는 다 안다

-  네이버와 쿠팡의 물류 서비스 경쟁은 소비자로서 ‘꿀잼각’임

-  네이버가 어떤 물류회사와 제휴를 하든, 쿠팡이 다시 택배 사업자를 신청하든, 택배기사가 배송하든, 일반인이 가져다주든, 풀필먼트와 배송이 어떻게 개선되느냐에 소비자는 관심이 없음. 지금 당장 산 물건을 누가 먼저 내 앞까지 갖다주느냐, 이왕이면 더 저렴한 가격인가를 좋아할 것임

-  쿠팡과 네이버가 물류 판에서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인다면 소비자가 “네이버 이겨라”, “쿠팡이 이긴다.” 등 응원의 메시지가 아마도 소비자 입장에서 편의와 편리, 그리고 이득에서 비롯된다는 걸 양사는 이미 잘 알고 있음. 배송 과정의 불법성을 놓고 쿠팡과 택배업계 간 격론이 일어났을때 소비자는 택배사보다 쿠팡을 더 응원했다는 사실을 기억함. 왜냐면 쿠팡의 서비스가 더 유용했고, 그 체험은 구매(보답)로 이어졌기 때문임

-  그렇다고 서비스 경쟁에 온갖 불법을 감행해도 좋다는 이야기가 아님. 보편적 서비스에 있어 불필요한 규제가 소비자의 선택을 가로막거나 산업의 발전과 다양화를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는 말임. 최근 물류 시장이 디지털 전환과 이커머스 등 각종 생활 편의형 서비스 제공자로 바뀌면서 겪고 있는 성장의 한계성이 여기에 있다는 점을 택배업체들도 잘 알고 있음

-  이런 측면에서, 쿠팡의 최근 인사를 주목할만함. 김앤장, 우버, 월마트, 나이키 출신 인재를 영입했는데, 필자는 물류 관점에서 쿠팡이 처한 법적 문제와 배차 기술 고도화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물류: 화물차 아닌 화물을 움직이는 것

-  쿠팡 발 물류 도전은 실험실을 박차 도로 위에서 이미 다양하게 진행 중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유배송이 대표적임. 직장인, 학생, 주부, 택시, 버스, 화물 기사 할 것 없이 상품을 제때 픽업해서, 정해진 장소에 갖다주고, 또 그곳에서 다른 상품을 픽업해 또 다른 장소로 옮기는 ‘화물의 이동’을 최적화하는 방법에 쿠팡은 골몰하고 있음

-  이를 진두지휘할 사람으로 올해 우버(Uber)에서 쿠팡으로 합류한 투안 팸(Thuan Pham) CTO가 지목되고 있음. 투안 팸은 우버에서 이미 ‘사람의 이동’에 대한 효율화 경험이 충분함. 특히, 투안 팸은 쿠팡의 물류센터인 캠프와 캠프를 운행하는 간선 차량의 배차 시스템을 고도화해 공차 비율을 줄이고, 적재 효율화를 높이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임. 투안 팸이 우버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담당했는지, 그 이력을 추적해 보는 것만으로도 향후 쿠팡의 배송 전략을 예측해 볼 수 있음

-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이슈 대응과 관련법 개선 등 정부를 설득할 인물로는 김앤장 출신의 강한승 쿠팡 경영관리 총괄 대표가 있음. 이 때문에 네이버의 물류 영역 확장에 있어 쿠팡이 응수를 둔 것은 기존 물류 시스템에 대한 수용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

-  물류 산업의 경제화로 일대 혁신을 몰고 온 컨테이너의 아버지로 불리는 말콤맥린(Malcom McLean, 1913~2001)은 이렇게 이야기했음

“우리의 비즈니스는 선박(화물차)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화물(상품)을 움직이는 것이다. 고객은 누가 가장 멋진 배(택배)를 가졌는지, 누가 가장 넓은 철도망(사람)을 가졌는지는 관심이 없다.”  *** ( ) 안 내용은 필자가 임의로 작성했음

-  50년이 훌쩍 넘은 오늘, 말콤맥린이 던진 교훈이 네이버와 쿠팡에 어떻게 해석될지, 또 유효할지는 모를 일임. 둘 중 누가 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는 오롯이 소비자의 몫임

-  결론이 편파적이고 틀릴 수 있음

-  제목처럼 현시점에서 쿠팡이 네이버보다 물류가 한 수 위인 이유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음

-  네이버는 쿠팡처럼 화물 운송 시장에 대해 도전을 해본 적이 없음. 그 과정에서 터득한 경험치도 없음. 그래서 소비자의 요구를 배송 서비스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독자적인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음. 미안하지만, 네이버에는 아직 네이버만의 물류가 없음

본 사이트(LoTIS. www.lotis.or.kr)의 콘텐츠는 무단 복제, 전송, 배포 기타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방법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 제 136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핵심단어 네이버 쿠팡네이버 물류물류 시장쿠팡 네이버쿠팡 물류
자료출처
첨부파일
집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