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필먼트의 유래와 표준화

작성자 : 비욘드엑스 대표 에디터 김철민 / LoTIS 2021.05.27 게시

그림1.

비싼 뉴욕 도심에만 벌써 다섯 번째 물류창고를 지은 아마존은 이를 ‘풀필먼트 센터’라고 부른다. 풀필먼트는 고객의 다양하고, 복잡한 요구를 만족시키는 물류 서비스 프로세스를 뜻한다. 그렇다면 풀필먼트의 유래는 어디서부터 기인할까? 

■ 옛날 옛적 풀필먼트는

풀필먼트(Fulfillment). 우리말로 옮기자니 마땅한 단어가 없다. 오더 풀필먼트(Order Fulfillment)는 주문 이행, 혹은 주문 충족으로 번역이 가능할 것 같다. 주문 충족이라는 개념은 고객의 주문을 만족시키는 전체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즉 온라인 유통 산업에서 풀필먼트는 고객의 주문에 맞춰 물류센터에서 제품을 피킹, 포장하고 배송까지 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풀필먼트라는 단어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물류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에 우리는 ‘OO운수’, ‘OO운송’과 같이 수송·배송에 관련된 용어를 많이 사용했다. ‘OO창고’와 같은 단어도 익숙하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물류라는 단어로 변했고, 수송·배송과 보관·창고가 물류와 연결됐다. 이후 창고라는 단어는 서서히 사라지고, 대부분의 창고는 ‘물류센터’ 혹은 ‘물류창고’로 불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제 그 창고를 ‘풀필먼트센터’라고 부른다. 인력에 의존하던 수작업 중심의 창고가 컨베이어벨트, 자동화 설비가 구축된 물류센터가 되더니, 이제는 로봇과 정보통신기술이 총출동한 풀필먼트센터로 그 모습을 바꾼 것이다.

■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물류의 역할

이러한 변화는 산업의 변화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1990년대 이전의 산업은 품질과 기술력이 지배했다. 소니(SONY)와 같은 브랜드가 산업을 지배하던 시대. 그때는 제조업이 전성기였다. 물론 애플과 같은 유별난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큰 맥락에서 1990년대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였고, 따라서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는 아니었다. 제조업이 모든 프로세스를 처리하고, 유통과 물류는 그런 제조업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점차 기술은 평준화됐다. 그리고 대규모 유통기업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세상의 중심은 제조업에서 유통업으로 넘어갔다. 물론 제품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제조업이었다. 하지만 ‘기술 평준화’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갖춘 많은 기업에 제품을 만들 기회를 제공했고, 저렴하면서도 높은 품질의 제품을 빠르게 만들 수 시대를 열었다. 즉 유통과 ‘스피드’가 만나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반응하고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2000년대에 세상은 다시 한번 변한다. 유통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 확장됐다. 그리고 ‘온디맨드’의 시대가 개막했다. 이 시대에 소비자는 원하는 것을 원하는 곳에서,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이 아닌 개인도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내고, 3D프린터 등을 통해 이를 스스로 제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용이 저렴한 생산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물류를 통해 국경을 넘어 이를 공급하는 게 가능해졌다. 제조에서 유통으로 넘어온 산업의 중심이,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는 ‘온디맨드’로 넘어온 것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우리가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과 이를 소비하는 채널이 바뀌면서 물류 역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 제조에서 유통업, 그리고 이커머스 시대로

다시 제조업의 시대로 돌아가 보자. 그 시대, 물류의 핵심에는 대규모 재고를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된 제품을 대규모로 움직이는 게 중요했다. 원가 경쟁력이 중요했고, 규모의 경제가 중요했다. 물류 프로세스를 구성하고 있는 기업들은 기능별로 ‘대형화’됐다. 무엇보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중요했기에, 물류 기능은 파편화돼도 크게 문제 돼지 않았다. 원가 절감이 중요하다 보니, 물류가 전체 프로세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았다.

하지만 유통으로 산업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재고를 줄이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상품을 공급하는 게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즉,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더는 ‘원가’가 아니라 ‘스피드’가 되었다. 이때부터 비로소 ‘물류’라는 개념이 꽃피기 시작합니다. 물류의 핵심은 원자재 조달부터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를 하나의 관점에서 효율화하는 것이다. 이 무렵, 창고 역시 물류센터(Distribution Center)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사실 ‘Distribution Center’를 번역하면 물류센터보다는 유통센터에 더 가깝다. ‘Distribution’이란 상품을 유통채널에 공급한다는 개념으로서, 이때 물류센터에는 컨베이어벨트가 들어서고, 스피드를 높이기 위한 각종 자동화 설비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 시사점

온디맨드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는 더욱더 게을러졌다.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력도 평준화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제품을 소규모로 ‘즉시’ 공급하는 것이 되었다. 온디맨드 시대에는 고객이 언제, 어디서, 어떤 제품을 주문할지 알 수 없다.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서비스 수준도 높아졌다. 지리적으로 분산된 곳에서 소규모 주문이 발생하거나, 한 번의 주문에 여러 상품을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 이와 더불어 불확실한 주문 시기와 더욱더 빨라진 납기 등은 전통적인 물류를 혼란에 빠뜨렸다. 요컨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의 서비스’이다.

여기서 ‘풀필먼트’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온디맨드의 시대, 고객의 복잡한 요구를 효율적으로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창고에 새로운 역할과 이름을 덧씌운 게 바로 풀필먼트센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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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단어 온디맨드 시대중요 물류복잡한 요구 만족시키DISTRIBUTION CENTER경쟁력 중요
자료출처 CB 인사이츠 구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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