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의 미래, 그리고 물류(3)

작성자 :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 / LoTIS 2021.09.29 게시

그림1. 커브사이드 픽업 서비스는 고객의 차량정보 및 차량 도착 정보를 매장 측이 핸드폰 앱을 통해 전달받고, 매장 직원이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차량 트렁크에 싣거나 또는 차량에 있는 고객에게 직접 전달한다. 주유소를 활용한 리테일 모델로 급부상 중이다

커브사이드 픽업 서비스 & 베스트 바이

이커머스에게 주유소란?

아마존, 알리바바는 물론 쿠팡, 네이버 등 국내외 이커머스들은 도심형 주유소를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icro Fulfillment Center)와 마이크로 딜리버리 센터(Micro Delivery Center)로 눈여겨보고 있다. 쿠팡은 2년 전부터 현대오일뱅크와 로켓배송 거점으로 실험 중이다. 네이버는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중심으로 전략적 투자관계에 있는 풀필먼트 스타트업들과 다양한 공간에서 물류 기능을 전면에 내세울 복안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은 2019년부터 주유소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는 아마존의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Amazon Go)’나 무인택배사서함 ‘아마존 락커(Amazon Locker)’ 등 오프라인 매장 확대 전략과 맞물려있다. 2021년까지 매장을 3,000여 개로 늘려나갈 계획인 아마존은 주유소 사업 자체만으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의 고객수도 늘릴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아마존이 확보한 주유소를 통해 수천 개의 오프라인 배달 및 운송 거점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이 인수한 자율주행자동차 스타트업 기업 ‘죽스(Zoox)’를 통해 모빌리티 스테이션으로도 점칠 수 있다.

이외에도 알리바바는 2015년 중국석유화학 주유소 중 5,000곳을 인수했다. 주유 결제를 알리페이와 연동하고, 각종 O2O(Offline to Online) 서비스의 오프라인 거점으로 연결 중이다.

그림2. 아마존이 주유소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는 아마존의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Amazon Go)’나 무인택배사서함 ‘아마존 락커(Amazon Locker)’ 등 오프라인 매장 확대 전략과 맞물려 있다

아마존

홈픽 사례로 본 장밋빛 전망의 이면

이처럼 주유소는 사람과 화물 이동의 중심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매개체가 된다.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주유소는 차량 운전자만 가던 곳에서 생필품을 사고, 택배도 찾고, 각종 퍼스널 모빌리티를 대여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주유소라는 이름은 바뀔 수 있을지언정 그 활용도는 더 높게 점쳐진다.

그렇다고 주유소의 미래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SK에너지가 야심 차게 선보였던 주유소 택배 서비스인 ‘홈픽(줌마)’은 올 초 서비스를 접었다. SK가 지난해 인수한 이커머스 물류플랫폼 굿스플로가 홈픽을 흡수하는 모양새지만 사실상 매각이 이뤄진 셈이다. 홈픽은 SK에너지가 창립한 이래 처음 출자한 물류스타트업이었다. SK가 홈픽의 서비스를 차세대 상생모델로 내세울 만큼 전사적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GS 허태수 회장이 SK 최태원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GS칼텍스에서도 홈픽 서비스를 같이 활용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후문이 있었을 정도다. 그랬던 홈픽이 B2B 택배사업의 실적악화와 적자누적에 발목이 잡혀 사업을 포기했다. 현재 굿스플로에 흡수된 홈픽은 개인택배 집하만 주력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올해 CES 2021에서 ‘미래 주유소 변화’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회사가 공개한 동영상을 요약하면 ‘주유소 거점 드론 배송’이다. 우선 드론과 로봇을 결합해 편의점 상품을 멀리 배송하는 것과 육지에서 먼 도서지역에 음식을 배달한다거나 바다 위에 있는 선박에 물건을 전달한다는 시나리오다. 이외에도 앞서 나열한 전기·수소차 충전, 카셰어링,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다양한 물류거점으로 활용되고 향후 드론 격납·충전·정비, 드론 택시 승하차장 등 미래 모습이 담겼다. 물론 성공 여부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계획이 아닌가?

주유소 더하지 말고 덜어내자

국내 정유사들이 내놓은 주유소의 미래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그 이유는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압박과 조급함에서 기인한다. 또 ▲주유소 자체 수익모델 부재 ▲공간 임대형 모델 한계 ▲서비스별 거점 분석 오류 ▲사용자 관점 공간설계 부족 등 애초에 가진 문제가 복잡하다. 몇몇 스타트업과의 업무제휴나 생활편의형 서비스를 무작정 늘리는 것으로 미래 주유소의 사업모델이 확 바뀌거나 수익성이 개선될 수는 없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혁신에 대해 ‘더하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Deciding what not to do is as important as deciding what to do”(무언가를 하지 않도록 결정하는 것이 무언가를 하도록 결정하는 것만큼 중요하다–필자의 의역으로 더 좋은 번역은 독자에게 맡긴다.).

혁신할 때 제품과 서비스에 무언가를 자꾸 더하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CEO로 복귀한 뒤 처음 했던 일은 기존에 복잡했던 제품 라인업을 노트북과 PC로 단순화한 것이었다. 제품 디자인도 더 무언가를 뺄 수 없을 만큼의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 오죽하면 잡스는 “혁신은 무언가를 더 더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무언가를 더 뺄 수 없는 상태까지 가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과거 주유소의 변화가 리모델링, 증축 등 무언가를 더 더해 임대 수익률을 올리는 것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우리 일상생활을 바꾸는 공간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주유소의 벌어진 간극을 메우는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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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단어 홈픽 서비스미래 주유소주유소 미래주유소 변화주유소 사업
자료출처 커브사이드 픽업 서비스 & 베스트 바이 Ama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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