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음식배달을 한다고?
작성자 :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 2022.02.10 게시연초 경제 뉴스 중에 ‘금융’, ‘물류’ 키워드로 검색된 흥미로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신한은행이 ‘땡겨요’라는 배달앱을 정식 오픈한 것인데요. 땡겨요? 이게 무엇이냐 한마디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음식배달앱을 말합니다. 코로나-19 이후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는 비대면 온라인 시장이죠. 그런데 대체 왜 금융업이 ‘배달앱’ 시장에 갑자기 뛰어들었을까요? 그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편의점부터 꽃배달까지… 은행들의 ‘기이한 행동’ 신한은행 뿐만 아니라 요즘 여러 은행은 은행일이 아닌 기이한 행동을 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은 뱅킹앱 안에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구요. NH농협은행도 마찬가지로 뱅킹앱에 ‘꽃배달’ 서비스를 추가했습니다. 물론 두 은행은 직접 진출이 아닌 외부업체와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연동하는 수준입니다. 얼핏보면 배달의 시대에 은행권들이 너도나도 온라인 비즈니스에 편승하는 모습으로 비춰집니다. 그런데 신한은행의 배달앱 출시는 종전의 사례와는 전혀 다릅니다. 신한은행이 직접 앱을 만들었으니까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배달앱 개발에 140억원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금액 140억원. 대체 신한은행은 배달앱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요?
●배달이 쉬운줄 알아?... 만만치 않은 플랫폼 경쟁 필자 주변에 신규로 배달시장에 뛰어든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만큼 배달 플랫폼에 지금 진입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배달 시장은 ‘과점 구도’가 공고합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로 대표되는 3개 플랫폼이 ‘1강 2중’ 구도로 시장점유를 하고 있습니다. 와이즈앱에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간 순사용자수(MAU)는 각각 1,263만명, 564만명, 367만명(2021년 6월 기준)입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성인 모두 ‘배달앱’을 쓰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배달 시장에서 특정 플랫폼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쟁 플랫폼에서 뺏어오는 것입니다. 이말인즉,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돈’을 쓸 수밖에 없다는 말이죠.. 실제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중에서 ‘돈’을 벌고 있다고 평가받는 업체는 없습니다. 모두가 엄청난 마케팅, 운영비용을 감당하면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는 게 현실입니다. 출혈경쟁의 파괴적 사례(?)를 들자면, 요기요는 치킨 한 마리에 7000원씩 매일매일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민을 쓰던 소비자는 요기요 쿠폰 정책으로 주 사용앱을 바꿔버릴 정도입니다. 쿠팡이츠도 점입가경입니다. 쿠팡이츠가 던지고 배달의민족이 받은 ‘단건배달’ 빠른속도 경쟁은 필연적으로 배달비 인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 어설픈 자본으로 시장에 뛰어들어다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기 십상이죠.
●얼마면 되니? 은행은 사이즈가 다를까? 신한은행의 자본은 훌륭합니다. 큰 자본이죠.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도 배달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선도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앱이용 고객에게 첫 주문시 사용 가능한 5000원 쿠폰, 두 번째 주문시 사용 가능한 5000원 쿠폰까지 총 1만원 쿠폰을 증정했고요. 음식점 가맹점에게는 입점 수수료, 광고비를 받지 않는 정책을 세웠습니다. 중개수수료는 2%로 업계 최저 수준입니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내세운 쿠폰 정책이나 저렴한 수수료가 경쟁 플랫폼에 비해 더 새롭거나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어차피 쿠폰 경쟁은 경쟁 플랫폼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앞으로도 더 계속 써야되는 비용일테고, 중개수수료 또한 지자체 등 공공 배달앱에서 더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는 정책입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vs. 다 계획이 있지 앞서 내용처럼 국내 배달 시장은 시장 점유를 위한 혹한의 시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이때 신한은행이 배달앱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미치지 않고서야’ 대 ‘다 계획이 있겠지’로 양분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신한은행의 계획은 어떤 계획을 말할까요? 신한은행은 스스로 배달앱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보도자료를 인용하자면 “땡겨요는 사업을 통한 수익보다는 플랫폼 참여자 모두에게 이로운 혜택을 제공해 배달 플랫폼에서의 상생을 실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합니다. 상생에 140억원, +α를 쏟는다는 신한은행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소비자가 있을까요? 속내가 더 있지 않을까요? 시장은 신한은행의 배달앱 진출에 대해 ‘씬파일러(Thin Filer)’라는 키워드를 뽑습니다. 씬파일러란 말 그대로 ‘데이터가 없어서(파일이 얇아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의사와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1금융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실제 돈을 갚을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신용을 평가할 데이터가 부족해서 금융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죠. 2021년 상반기 기준 국내 씬파일러의 숫자는 총 1280만 7275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씬파일러’ 비금융 데이터를 찾아서 토스나 카카오뱅크, 네이버파이낸셜 등 인터넷은행들은 제1금융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씬파일러 금융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1금융권 금융거래 대상 기준에는 못미치지만 실제 이들만큼의 상환 여력이 있는 대상에게 폭넓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네이버파이낸셜이 우리은행, 미래에셋캐피탈 등 금융사와 제휴하여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상의 신용대출 상품을 확대한 사례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기존 금융업체들도 씬파일러를 키워드로 금융상품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상품을 만들고 싶어도 정보가 없습니다. 바로 ‘비금용 데이터’인 것이죠.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의 매출을 알 수 있고, 배달의민족은 음식점의 매출을 알 수 있는데, 은행에서는 그런 데이터를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신한은행이 ‘배달앱’을 시작한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배달앱에는 대표적인 씬파일러로 분류되는 음식점주들의 판매 데이터가 모입니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한은행은 음식점주를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됩니다. 씬파일러(소상공인)를 잡기 위한 미끼가 바로 배달앱인 것입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의 모회사 인성데이타에 450억원의 금액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는데, 이후 이 회사에서 활동 중인 배달원(라이더) 데이터를 대상으로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이정도면 은행이 왜 배달앱에 뛰어들었는지 이해가 되셨나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신한은행이 직접 배달앱에 진출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기존 배달 플랫폼과 제휴를 하는 방법이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2020년 하나은행이 배달의민족과 제휴해 입점 사업자 대상의 소액 간편 대출 상품을 출시했던 것처럼 말이죠. 분명한 것은 은행 등 제1금융권이 앞으로도 더 많은 씬파일러를 찾아 금융상품 출시를 위한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란 큰 흐름에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씬파일러는 배달 시장에만 존재할까요? 시야를 좀 넓혀 화물운송시장 종사자 중 얼마나 많은 씬파일러가 존재할까요? 금융권이 물류업을 둘러싼 비금융 데이터를 찾는 여정이 활짝 열릴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모바일 핀테크 기업 토스가 택시 호출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를 인수한 것도 택시 시장의 씬파일러를 찾아나선 그 연장선에 있지 않을까요?
그림1.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
신한은행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181888958532168/posts/482591315746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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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단어 | 배달 시장배달 플랫폼비금융 데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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