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없는 당일배송망, V2V

작성자 :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 /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2022.10.23 게시

2500원 택배가격에 당일배송이 된다고?

인천시가 국토교통부 ‘디지털 물류 서비스 실증 사업’의 일환으로 연수구내 당일배송 서비스를 2022년 8월부터 12월까지 실증한다. 인천시가 내건 실증 사업의 핵심 주제는 ‘공유 물류’다. V2V(Vehicle to Vehicle) 방식을 활용하여 물류센터 없이 당일배송망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V2V가 전혀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 기본 형태는 이미 민간 택배기업에서 범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허브앤스포크(Hub&Spoke) 개념을 차용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전국 단위의 허브앤스포크와 다르게 V2V는 일반적으로 ‘서울’과 ‘수도권(경기, 인천)’ 일부 지역 안에서 허브앤스포크 모델을 구현한다. 이는 V2V가 흔히 당일배송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모델로 구축되는 특성과 연결된다. 당일배송 서비스가 필요한 화주사는 대부분 ‘이커머스 업체’이고, 통상 전국 이커머스 물동량의 60~70% 이상은 수도권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 밀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과 집중을 한 셈이다.

또 하나의 차이는 허브앤스포크에서 ‘서브터미널’ 역할을 하는 지역 분류센터의 역할을 주차장, 공터 등 유휴 부지를 활용한 차량간 물량 교환 방식(V2V)으로 대체한 것이다. 이를 통해 물류 인프라 구축에 따르는 고정비를 낮추고, 경쟁력 있는 단가에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V2V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민간 물류업체들은 건당 2000~3000원대 가격에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상 포인트투포인트(Point to Point) 방식으로 연계되는 퀵서비스의 단가가 최소 6000원 이상, 1.5km 이내 배달대행 서비스의 단가가 3000~4000원 사이에 형성됐다는 것을 생각하면 파괴적인 수준의 가격이다.

궁극적으로 V2V는 C2C 택배 단가 수준의 물류 서비스를 만들고자 한다. 익일배송 기준으로 움직이는 택배보다 빠르면서, 동시에 포인트투포인트 방식의 퀵서비스, 배달대행 서비스보다는 저렴한 새로운 물류 서비스를 포지셔닝한다. 당일배송,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지속가능한 서비스 모델로 V2V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V2V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V2V가 물류센터 없는 모델을 표방하나 ‘물류센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택배 허브앤스포크 모델에서 ‘허브터미널’ 역할을 하는 중앙 허브센터는 도심지에 내재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인천시의 공유 물류 사업 실증 운영을 담당하는 업체 ‘브이투브이(https://career.vtov.kr/)’는 인천 중구 항동에 ‘도심 물류 거점’을 구축했다. 브이투브이는 서울에서도 실증을 이어가고 있는 데 서울 강서구, 강남구에 각각 도심 물류 거점을 확보했다. 종전 카센터로 활용되던 100~200평 규모의 공간을 분류 용도로 개조한 것이다. 브이투브이는 이 허브센터를 ‘광역 정류소’라 부른다.

또 다른 예로 수산물(신선식품)전문 커머스 ‘오늘회’ 또한 V2V 방식을 활용하여 물류망을 구축했다. 오늘회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 300~400평 규모의 소형 물류센터를 임차했다. 여기 기본적인 분류 설비와 일부 상품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를 비치했다. 오늘회는 이 물류공간을 ‘DC(Distribution Center)’라 부른다.

이 자그마한 물류센터들은 모두 화주사 물류센터에서 출발하여 집하된 상품들을 고객 권역별로 ‘분류’하는 역할을 한다. 허브센터 인근에 위치한 고객에게는 이 공간에서 곧바로 상품을 출고시키기도 하지만, 그 외 권역으로 이동하는 상품은 곧바로 배송되지 않는다. 배송 권역별 분류를 거쳐 간선차량에 태워져 고객과 인접한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다.

예를 들어 브이투브이는 그 공간으로 ‘주차장’을 활용한다. 브이투브이의 전략적 투자이기도 한 휴맥스의 주차장 플랫폼 ‘하이파킹’을 통해서 인천시 연수구 2개소, 서울 강서구 4개소 주차장 공간을 빌렸다. 이 공간까지 물량을 실을 간선차량을 이동시킨다. 브이투브이는 이 주차장 공간을 ‘지역 정류소’라 부른다.

다른 예로 오늘회는 그 공간으로 주차장, 사유지 공터 등을 미리 임대료를 지불하고 수배해둔다. 오늘회는 수도권 기준으로 허브센터(DC)별 14대의 간선차량을 출차, 운영하는데 총 14개의 라스트마일 배송거점이 생기는 셈이다. 오늘회는 이 공간을 TC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물류업계에서 사용하는 환적센터(Transfer Center)가 아닌 '환적차량(Transfer Car)'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지역 정류소’ 혹은 ‘TC’. 서로 이름은 다르지만 이 공간들의 역할은 사실상 동일하다. 임시 임차한 주차장 등의 공간에 정차해둔 간선차량에 실린 물량을 여러 대의 ‘라스트마일 배송’ 차량이 와서 픽업한다. 회차배송별 픽업이 마무리 되면 간선차량은 다시 한 번 허브센터로 이동하여 새로운 물동량을 픽업하여 ‘지역 정류소’ 혹은 ‘TC’로 이동한다.

얼핏 번거로워 보일 수도 있는 이 과정은 ‘배송 권역’별 주문 밀적도를 높이는 사전 작업이다. 앞서 언급했듯 포인트투포인트 방식의 퀵서비스, 단건배달 라이더는 한 번 픽업에 ‘한 건’의 배송밖에 할 수 없다. 유사한 경로의 여러 화물을 자발적으로 묶어서 업무를 수행하는 퀵서비스, 배달대행 오토바이 라이더라 하더라도 한 번에 3~4개 이상 주문을 초과하여 묶어 수행하긴 어렵다. 

반면, V2V 방식으로 권역별 밀도를 끌어올린다면 한 번에 20~30개 이상의 물량을 실은 차량 출차가 가능하다. 밀적도만 뒷받침 된다면 라스트마일 배송기사 한 명이 권역당 한 시간에 15개 이상의 주문 처리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특히나 당일배송은 짧은 리드타임을 요구하기에 고객 접점 인근의 ‘물류거점’ 확보가 중요하다. 예컨대 물리적으로 경기도 이천에 있는 중앙 물류센터에서 인천에 거주하는 모든 고객 대상의 물류를 3~4시간 안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지역에 있는 물동량을 여러 개의 권역으로 쪼개고 분류하는 TC가 물류업계에서는 흔히 활용된다. V2V는 이 TC를 도심 유휴공간과 차량 간 물량 이동을 통해 확보한 방법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림1. 브이투브이가 구축한 도심 허브센터 ‘광역 정류소’의 모습

브이투브이

그림2. 분류 및 보관 설비를 설치한 오늘회 성수 DC 내부 모습

커넥터스

그림3. 브이투브이의 지역 정류소(하이파킹 주차장 거점)에서 라스트마일 배송차량에 물량을 인계하는 모습

브이투브이

그림4. 사유지 공터 주차장을 분류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오늘회 TC의 모습

유튜브, 오늘회 캡쳐

● 배송 권역 ‘밀적도’에서 성패 갈릴 것

현재 V2V 모델을 차용한 물류업체 중에서 ‘흑자’를 내는 곳은 많지 않다.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배송 권역의 ‘밀적도(단위면적당 배송 물량을 높이는)’ 확보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규모의 물량 영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관련 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예컨대 ‘브이투브이’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기준 물량을 일 5만건, 공헌이익 흑자 달성 기준으로는 일 2만건의 물량을 넘겨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회’의 경우 당일배송 원가를 높여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mocis)’ 측면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 물류를 설계했다고 강조한다. 물론, ‘커머스’ 단에서 발생하고 있는 영업손실로 인해 전체적인 현금흐름은 적자가 맞다.

V2V 모델은 태생적으로 ‘집하’ 측면의 비효율을 야기한다. 짧은 리드타임 동안 거점별 재고 회전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인해서 여러 간선 차량을 동시에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간선 차량 한 대의 밀적도(화물적재 효율성)를 높이는 운영을 하기는 어렵다. 시간 제약으로 인해 한 차량이 여러 화주사의 물류센터를 순회 집하하는 ‘밀크런(Milk Run)’을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업체들 또한 태생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런 비효율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그런 비효율을 ‘배송 단계’에서 만드는 효율로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관건은 당일배송 타임라인 안에서 배송기사 한 명이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물동량의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로써 하루 200건 이상 택배기사에 근접하는 수준의 당일배송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배송기사가 나올 수만 있다면. ‘택배’ 가격에 지속가능한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꿈은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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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단어 V2V당일배송 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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