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대 당일배송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작성자 :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 /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2022.10.23 게시지난 로티스 기고에서는 물류센터 없이 차량만을 분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법론 ‘V2V(Vehicle To Vehicle)’에 대해 알아봤다. 화주사 거점 픽업 이후 곧바로 고객 목적지까지 배송하는 ‘포인트투포인트(Point To Point)’ 방식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2000~3000원대 가격 당일배송이 여기서 나올 수 있다는 ‘이상향’을 두 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제시했다. 이번 기고에서는 ‘택배 가격’에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또 다른 업체의 방법론을 소개한다. CJ대한통운의 ‘당일배송’ 서비스 구축 파트너사 중 하나인 체인로지스다.
체인로지스의 방법론도 먼저 설명했던 V2V와 마찬가지로 로컬 단위로 구현된 ‘허브앤스포크(Hub&Spoke)’를 기반으로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체인로지스는 사륜차가 아닌 이륜 오토바이를 주력 배송수단으로 설정했다. 허브센터 집약과 스포크 거점 재분류를 기반으로 이륜차 배송기사 한 명이 한 회 배송 출차시 처리하는 물량의 규모를 ‘수십개’ 단위로 끌어올렸다. 허브 집약과 스포크 재분류를 거치는 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체인로지스는 30분~1시간 이내 ‘즉시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 대신 집약을 기반으로 택배 수준의 당일배송 단가를 만들었다. 오전 10시와 오후12시, 오후 4시. 하루 3회 화주사 거점에서 물류센터까지 입고된 당일배송 물량을 분류하여 각각 오후 12시, 오후 4시, 오후 8시까지 ‘4시간 내 배송’을 완료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컬 허브를 중심으로 체인로지스의 물류 서비스 ‘두발히어로’는 기본적으로 ‘로컬 허브’를 활용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하나의 물류거점에 서울 전역 목적지로 이동하는 당일배송 물동량을 한데 모으는 것부터 물류 프로세스가 시작된다. 배달대행 라이더가 시간당 2~4개의 음식을 묶어서 이동한다면, 두발히어로 라이더는 통상 50~80개의 화물을 묶어서 목적지로 이동한다. 수십개에 달하는 화물을 전부 배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꽤나 길기 때문에 ‘4시간 내 배송’이라는 타임라인이 나왔다.택배기사들은 건당 800원 정도의 배송 수수료를 받는다. 배달대행 라이더들은 건당 3000~4000원대의 배달 수익을 얻는다. 두발히어로 라이더들은 건당 2000원대의 수익을 만든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바꿔 환산하면 상품 한 건에 태우는 데 소요하는 물류의 ‘원가’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두발히어로 라이더들의 시간당 수입이 적은 것도 아니다. 체인로지스에 따르면 두발히어로 라이더의 평균 월수입은 440만원을 넘어간다. 가장 많은 물량을 처리한 라이더의 월수입은 700만원을 넘기기도 한다. 웬만한 배달대행 라이더와 비교해서 결코 작은 수입이 아니다. 허브앤스포크를 통한 규모화가 만든 효율이다. 정리하자면 체인로지스는 ‘서울시’라는 로컬 단위에서 허브앤스포크 시스템을 구축했다. 체인로지스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화주사의 물류거점을 시작점(Spoke)으로 체인로지스 용산 분류센터(Hub)에 ‘서울시’ 전역으로 향하는 화물이 일괄적으로 모인다. 라이더는 그 화물들을 적재함 가득 넣고 고객까지 배송함으로 ‘규모’의 효율을 만든다. 체인로지스가 유치하는 고객 화주사의 물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밀도’의 효율이 더해진다.
그림1.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두발히어로 도심 물류센터. 고객사가 당일배송할 물량을 이 거점까지 간선 입고시키면 ‘분류’를 마치고 서울 전역으로 배송한다.
비욘드엑스
●새롭게 추가되는 스포크 체인로지스는 올해 본격적으로 서울 권역에 추가 도심 거점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 운영하던 용산 한남동 거점에 더해 동북센터(서울 성북구 안암동~하월곡동), 강동센터(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북센터(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남센터(서울 동작구 신대방동)를 연이어 오픈했다. 새로운 거점이 추가됨에 따라 기존 용산 한남동은 본격적으로 ‘택배 허브터미널’과 같은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앞서 당일 배송될 물량이 화주사의 거점에서 회차별로 오전 10시, 오후 12시, 오후 4시까지 용산 한남동 물류센터로 입고된다는 이야기했다. 이제 여기 모인 화물들이 다시 권역별로 분류돼 간선 화물차를 타고 동북센터, 강동센터, 서북센터, 서남센터로 이동한다. 각각의 거점에서 다시 라이더별 담당 배송 권역으로 물량을 분류하여 고객에게 최종 배송을 마무리한다. 얼핏 기존 용산에 이미 ‘허브’가 있는 체인로지스가 도심 물류센터 숫자를 늘려나가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거점’이 추가된다는 건 비용도 함께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 거점의 부동산 임차료가 공짜가 아니고, 거점까지 화물을 간선 이동 시키는 데는 추가 비용이 더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인로지스가 여러 개의 도심 거점을 확장하는 이유는 있다. 마치 택배의 ‘서브터미널’처럼 추가 거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고객 접점 인근에 물류센터가 생긴다는 것은 고객과의 ‘이동 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만들 수 있는 효율이 있다. 예컨대 과거 용산에서만 허브를 운영하던 체인로지스에 ‘신림’ 권역을 담당하던 라이더가 있었다고 해보자. 이 라이더가 용산 허브를 출발하여 신림 권역의 ‘첫 배송지’까지 도달하기까지 최소 20~30분 이상이 걸렸다. 모든 회차 배송을 마무리하고 추가 물량을 픽업하기 위해 다시 용산 물류센터로 돌아오는 데 또 20~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아무런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공차 이동’으로 1시간 가까운 시간이 사라졌다. 신대방동에 새로운 물류 거점이 추가된 지금은 라이더가 거점에서 출발하여 신림 권역 첫 배송지까지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5분’으로 줄었다. 라이더는 종전 공차 이동에 소요됐던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더 많은 물량 처리에 활용할 수 있다. 말인즉 체인로지스는 추가 도심 물류거점을 통해서 종전 2~3회전을 넘어서는 ‘다회차’ 배송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체인로지스가 서울 권역 물류 거점을 확장하면서 내부에는 하루 ‘240건’의 물량을 처리해낸 라이더가 등장했다. 한정된 적재함 크기를 가진 이륜차 라이더가 240건에 달하는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적재함을 가득 채운 상태로 3번 이상의 회차 배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다. 배송 권역 인근에 생긴 물류 거점으로 인해 회차 배송을 마치고 다음 회차를 위한 물량 픽업을 위해 거점에 복귀하는 시간이 짧아졌고, 이에 따라 종전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아직은 숙제인 ‘수익성’ 체인로지스는 이와 같은 구조를 확충하여 ‘우체국 택배’가 제시하는 수준과 동일한 수준의 당일배송 가격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택배가격 인상 추이와 당일배송 업계의 저단가 경쟁이 맞물려서 택배와 당일배송, 두 서비스의 가격 차이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요컨대 소화물을 출고하는 중소업체들이 사용하는 C2C 택배와 비슷한 수준으로 당일배송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물론 체인로지스가 아직까지 물류 서비스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이익’을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지속가능한 당일배송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체인로지스 또한 충분한 물량 규모를 영업해야 하고, 그 규모를 기반으로 배송지역의 밀도를 좀 더 ‘촘촘하게’ 구성해야 한다. 배송기사 한 명에게 할당하는 권역을 구단위에서 동단위로, 동단위에서 더 나아가 아파트 단위까지 좁혀나가야 된다. 체인로지스는 2022년 6월 기준 하루 6000~1만건 정도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물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배송 한 건당 들어가는 물류비는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체인로지스의 가정에 따르면 ‘서울시’ 물동량을 기준으로 월 20만건 정도를 처리한다면 운송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상각할 수 있다. 월 40~50만건 이상의 물동량을 처리한다면 기업 전체의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어쩌면 퀵커머스의 ‘지속 가능성’은 빠름과의 타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단건 배달의 비용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전가되고 있는 지금. 배달앱들이 ‘매장 픽업’ 서비스를 강화하고, 다시 한 번 ‘묶음배달’이 주목받는 지금. 어쩌면 우리가 퀵커머스에서 주목해야 할 역량은 무지막지한 속도보다는 ‘오퍼레이션’을 통한 효율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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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단어 | 브이투브이라스트마일당일배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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