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사슬 관리의 과제와 블록체인의 역할
작성자 : 김보성 부산대학교 교수 2022.10.23 게시썸네일 이미지와 소개문
공급사슬(Supply Chain, 이하 'SC' 라 함)의 성공이 원활한 제품, 공정, 정보와 현금의 흐름에 달려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복잡해진 공급사슬 구조와 공급사슬을 구성하는 각 업체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사슬 관리는 각 기업에게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구체적으로, Microsoft (2018)에 따르면 64개국의 400개의 조직과 회사 중 69%는 공급사슬 가시성(visibility) 문제를 경험하였고, 65%는 공급사슬 붕괴(disruption)을 경험한 바 있다. 게다가 기업 대 국가(B2G), 국가 대 국가(G2G) 무역을 진행함에 있어, 절차의 복잡함과 불확실성, 낮은 신뢰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의 도입은 글로벌 공급사슬관리 및 국제 무역에 있어 기업들이 직면한 중요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그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본 원고에서는 공급사슬 관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 현황, 과제, 그리고 기회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Chang et al. (2020) 연구 중 일부를 요약 및 정리하여 소개함으로써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그림1. 블록체인 기반 저장시스템
https://semiconductor.samsung.com/kr/support/tools-resources/dictionary/blockchain/
블록체인이란?
블록체인(blockchain)은 영구적으로 변조 불가능하게 거래 자료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이다. 여기서 분산원장이란 네트워크 참여자에 의해 공유되고 복제되고 동기화되는 특정한 종류의 데이터베이스(database)를 말한다. 모든 승인된 관계자는 체인에 저장된 정보를 검토할 수 있으며, 한번 저장된 자료는 지워거나 변경되지 않는다. 또한 네트워크 합의 알고리즘(network consensus algorithms)에 기반한 엄격한 검증과정을 거친 이후에만 개정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사용자의 범위와 노드(node)의 운영 방식에 따라서 Public blockchain (예 Bitcoin), private blockchain (예: Multichain), 그리고 permissioned blockchain (예: Ripple)으로 나뉠 수 있다. Bitcoin과 같이 모든 node를 공개할 수도 있으며, Multichain과 같이 사용자를 소수로 제한할 수 있다. 그리고 Ripple과 같이 부분적으로는 소수만 공개되고 특정 활동에 대해서는 private blockchain을 따르는 혼합형일 수 있다.
글로벌 공급사슬 관리의 과제와 블록체인의 역할: 추적 가능성(Traceability)
2015년 미국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 Chipotle Mexican Grill 에서의 대장균 발병 문제가 발생하였지만 그 오염원을 정확하게 찾을 수 없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시금치에서 대장균이 발병한 사례가 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주요 시금치 생산지로, 역시 오염원이 어디인지 추적할 수 없었기에 시금치들은 전량 폐기되어야 했으며 그 손해는 2.58억 달러에 달하였다 (Dong et al., 2022). 추적 가능성이 필요한 경우는 이것 만이 아니다. 위조품(counterfeit)이 전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5%(4,51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제약 체인의 위조 제품은 소비자의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 있기에 심각한 문제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비자, 정부 그리고 기업은 추적 가능성을 요청하고 있다. 일례로 2018년 7만명의 소비자가 Walmart 및 Forever 21을 포함한 대기업 및 브랜드에 SC 투명성을 높일 것을 촉구하는 청원에 서명했다.
블록체인 및 관련 추적 기능을 통해 SC의 모든 접점으로 감사 추적 transaction data를 제공 가능 하다. 또한 제품 내역을 디지털 인증서 형태로 검증하고 변경할 수 없는 기록을 투명하게 추가할 수 있다. 투명한 솔루션은 또한 제품 리콜 또는 오염이 발생하는 경우 문제를 식별하고 소스를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추적하는 것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설문조사를 통해 81%가 추적 가능성 향상이 블록체인 투자의 3대 이유이며 출처 추적이 소비재 산업에서 블록체인의 주요 사용 사례임을 확인했다.
글로벌 공급사슬 관리의 과제와 블록체인의 역할: 분쟁 해결(Dispute resolution)
정상적인 제품을 정시에 납품하지 하지 못하고 운송 중 파손될 경우 문제를 식별하고, 벌금이나 보상을 통해 해결하는 과정이 공급사슬의 거래 당사자들에게 뒤따른다. 하지만 계약 조항이 모호하거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판별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다. 분쟁으로 갈 경우,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추적 감사가 뒤따르게 되며, 특히 무역 거래 중 발생하는 분쟁의 경우, 국가 및 지역 법률 등의 문제로 더욱 복잡 해진다. 만약 자산 출처, 소유권 이전, 합법성 및 안전 요구 사항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블록체인의 기능을 도입한다면, 분쟁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계약(미리 결정된 비즈니스 규칙을 포함는 코드)은 사전 설정된 조건을 위반할 경우 낮은 절차 비용만으로 자동 보상, 벌금 징수를 할 수 있게 만들게 되므로 이를 통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공급사슬 관리의 과제와 블록체인의 역할: 화물 무결성 및 보안
선적증서(bills of lading), 보험증권, 인보이스 등은 국제무역에서 중요한 문서들로, 만약 범죄자들이 이러한 문서를 위조하게 된다면 화물 인도를 진행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제적으로 보면 연간 약 300억에서 500억 달러 정도의 화물 도난이 발생하고 있다. 2018년 미국에서는 총 592건의 화물 절도가 발생했고, 이 중 74%가 트럭에 실린 화물이었다. 국제 무역이 전자화됨에 따라 사이버 공격에 대한 위험 역시 증가하고 있다. 2013년 벨기에의 앤트워프 항구는 범죄 조직이 마약 밀매를 위해 지속적인 사이버 공격을 사용하였으며, 이러한 공격이 2년 이상 당국에 적발되지 않고 지속되었다고 보고하였다. 범죄 조직은 터미널 시스템에 원격으로 접속한 다음, 정보를 삭제하고 컨테이너를 자신의 트럭 운전사에게 양도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그 결과 많은 '유령 컨테이너'가 생성되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사이버 보안과 물리적 운송 보안 간의 상호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CoC(Chain-of-Custody) 프로세스의 무결성을 보장한다. 미리 정해진 조건이 충족되면 화물 소유권은 지체 없이 디지털 방식으로 이전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두가지 방식을 통해 안전하게 여정을 따라 화물을 추적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다. (i) 네트워크의 승인자에 발급된 고유 식별자는 화물이 실수령인만 수취하도록 보장하여 화물 도난을 방지한다. (ii) 블록 암호화와 블록체인 작동 방식은 해커와 범죄 조직이 시스템을 교란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선적 관리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인 CargoSmart는 예약, 선적 추적, 선하증권 생성 등과 같은 핵심 선적 프로세스를 변환하기 위해 Oracle과 함께 블록체인 지원 선적 문서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글로벌 공급사슬 관리의 과제와 블록체인의 역할: 공급사슬 디지털화
세계 무역의 90%는 여전히 해상운송을 통해 이뤄진다. 해운 사업은 수많은 서류와 문서들을 상호주고 받으며 운반된다. 이러한 행정 절차로 인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며, 데이터의 중복, 불일치, 투명성 문제등이 큰 문제로 제기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컨터이너 운송업체인 Maersk에 의하면 케냐 몸바사(Mombasa)에서 유럽으로 물품을 운반하기 위해 30개의 조직간 200건의 개별 교신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문서 작업으로 인해 항구에서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한 비용은 물품을 보내는 비용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conomist (2018)에 따르면 공급사슬 디지털화를 통해 공급사슬 전반에 걸친 행정 문제와 구식 관행을 제거하는 것은 관세를 철폐하는 것보다 국제 무역을 촉진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모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무역 관련 서류를 완전히 디지털화하면 비용을 최대 31%까지 절감하고 연간 최대 2,570억 달러의 수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SC 디지털화에 대한 투자는 2025년까지 2,320억 달러에 이를 것이다. 블록체인은 인공 지능(AI), 워크플로 자동화, 사물 인터넷(IoT)과 함께 SC 디지털화의 중추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는 관료주의를 무너뜨리고 거래 시간과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긴 서류 궤적을 변조 방지 디지털 형식의 자동화된 데이터 저장 프로세스로 대체함으로써 화물 흐름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은 지불 및 소유권 전환 자동화 등을 통해 거래 프로세를 용이하게 하며 자동화할 수 있다. 또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보다 직접적인 관계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글로벌 공급사슬 관리의 과제와 블록체인의 역할: 규정준수
오늘날의 글로벌 시장과 환경에서 기업은 제품 안전 및 무결성, 기술 규정, 공급업체의 사회적 및 환경적 책임, 윤리적 소싱 등을 포함한 수많은 사항들을 준수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대한 실패는 기업에게 큰 손실로 이어지거나 규제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에, 2017년 영국의 최대 슈퍼마켓 치킨 공급업체는 식품 안전 기록을 조작하여 유통기한이 지난 치킨을 판매하는 부정을 저질렀다.
Deloitte(2018)은 규정 준수와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였다. 첫째, 어떻게 공급사슬 내 이해관계자들이 그들이 준수해야할 규정에 관련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을까? 둘째, 공급사슬 전반에 걸쳐 요구조건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소통 및 조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이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공급사슬에 대한 실시간 가시성을 제공하여 모든 계약 조건이 충족되도록 하고 조직이 규정 준수 요구 사항 내에서 조정하고 작업하도록 하는 한편, 저장된 데이터는 검증을 위해 감사자가 즉시 사용 가능하도록 해준다. 스마트 계약은 컨테이너 내부의 IoT 센서가 필요한 환경 조건을 위반했음을 나타내는 경우 검사를 위해 실시간 경고를 보내어 사전에 제품 품질 저하를 방지하도록 한다. 변경 불가한 블록체인 구조는 데이터 변조를 방지하고 공급사슬 이해 관계자가 고객을 보호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사슬 관리의 과제와 블록체인의 역할: 신뢰 및 이해관계자 관리
신뢰는 공급사슬 이해관계자들이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현재 이들은 거래를 확인, 기록, 조정하기 위해 은행 또는 법인과 같은 중계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이러한 중개 구조는 일반적으로 불필요하고 변동성 증가의 원인이 된다. 신뢰는 또한 국제무역 상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수입규제기관에서 원산지 증명서 발급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신뢰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블록체인은 관계자들이 신뢰하고 별도의 중개 없이 직접 거래 가능한 플랫폼을 가능하게 한다. 전자상거래 시장인 Coupit은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구매자와 판매자의 평판을 검증한다. 또한 블록체인의 타임스탬프가 각 토큰 거래를 보관하고 체인에 저장된 거래 데이터를 편집하거나 변경할 수 없어 정부 기관이 제품 출처를 식별하여 비대칭 신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요약 및 시사점
현대의 공급사슬은 그 구조가 복잡해지고, 정부 및 소비자로부터 발생하는 요구사항들이 다양해지고 있기에 블록체인이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뢰라는 것은 과거 공급사슬 문헌에서는 조직 간 오랜 유대관계를 통해 형성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블록체인은 기술을 통해 신뢰를 보장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 흥미로운 점이다. 과도한 낙관 및 비관에 빠지지 않고 블록체인 도입이 공급사슬을 어떻게 변모시킬 것인지 예측하려면, 공급사슬에서 어떤 과제들이 있으며, 이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블록체인 기술의 어떠한 특징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선결 과제일 것이다. 나아가 성공적 블록체인 도입을 위해서는 각 기업 단위에서 문제 해결에 따라 어떤 효과(혹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공급사슬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상호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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