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과 퀵서비스가 한 전장에서 만난 이유
작성자 :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 /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2022.10.23 게시업계에 속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보기엔 배달대행, 퀵서비스 모두 똑같이 오토바이로 어떤 상품을 배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 법적인 분류도 같다. 2021년 7월 시행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으로 인해 퀵서비스와 배달대행 모두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에 포함됐다. 하지만 배달대행과 퀵서비스는 다르다. 같은 오토바이 배달이더라도 현장의 디테일이 다르다. 디테일을 가르는 것은 ‘화주사의 물량’ 특성이다. 배달대행업체의 화주사는 ‘음식점’이다. 조리 음식을 픽업하여 배달한다. 여러 개의 음식점을 들러 조리음식을 묶음 배달하는 특성으로 인해 ‘배달통’이 일반화됐다. 음료를 넣을 수 있는 공간, 짜장면을 넣을 수 있는 공간, 치킨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배달통 안에서 분리된다. 배달대행은 ‘음식’을 배달하기 때문에 주문 한 건당 30분~1시간 이내에 빠른 배달을 요구 받는다. 태생이 ‘즉시배달’이다. 빠른 배달을 위해서 통상 1.5~3km 이내의 단거리 배달 주문을 받는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에 퀵서비스와 비교해서 배달 라이더가 받는 단가도 저렴하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통상 건당 3000~4000원의 운임을 받는다. 반면 퀵서비스업체의 화주사는 일반적으로 배달대행에서 다루는 ‘조리 음식’을 다루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통신사 대리점, 직영점간 긴급 재고 보충, 패션용품 샘플 운송, 서류의 긴급배송 등이 퀵서비스 업체의 역할이었다. 부피가 크지 않은 상품만 나르는 것도 아니었기에 퀵서비스 라이더의 적재함에는 ‘배달통’이 아닌 ‘짐받이’가 달려있다. 화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결박하는 끈과 함께다.
그림1. 동대문 시장을 가르는 퀵서비스 오토바이. 이들이 배달대행 라이더가 아닌 이유는 배달통이 아닌 짐받이가 달려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커넥터스
배달대행이 ‘단거리’ 주문 수행에 집중한다면, 퀵서비스는 10~20km 이상의 중장거리 이동 주문을 주로 수행한다. 배달을 위해 이동하는 거리가 길어짐에 따라서 라이더가 주문 처리 한 건당 받는 임금도 최소 6000~7000원 이상에서 평균 1만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이동 거리가 길어짐에 따라 주문 한 건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 또한 몇분이 아닌 몇시간 단위다.
그림2. 퀵서비스 화물의 운송 품목별 운임 및 운송거리. 배달대행과 확실히 다른 숫자들이 나타난다.
한국교통연구원, 2018년
●호환되지 않는 물류망 이런 서로 다른 특성 때문에 퀵서비스와 배달대행 라이더는 쉽게 섞이지 않았다. 장거리를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퀵서비스 라이더에게 3000원짜리 음식을 배달하라고 하면 이 돈 받고 무슨 일을 하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배달대행에선 일반적인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음식점들을 방문하며 픽업과 배달을 반복하는 ‘묶음배달’ 또한 퀵서비스 라이더들에겐 좀처럼 어색했다. 물론 퀵서비스 라이더가 묶음배달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장거리 이동 경로 중간에 드문드문 있는 추가 주문들을 확인하여 픽업하는 방식이다. 묶음배달을 하더라도 세부적인 ‘특성’은 다르다. 배달 라이더들에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국 각 지역에 모세혈관처럼 박혀있는 ‘영업지점’들이 배달대행업계에서 라이더들을 관리하는 주체다. 이들은 그들이 영업한 음식점의 배달 요청을 유휴 소속 라이더들을 통해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배달이 늦으면 화주사인 음식점들의 분노를 몸으로 받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배달대행 지점들은 소속 라이더가 ‘먼 지역’으로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신이 영업한 음식점에 타 지역 지점 소속 라이더가 드나드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 일종의 전쟁 선포다, 이건. 배달 라이더들 또한 그들의 업무 특성 때문인지 ‘장거리 배달’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익숙하지도 않고, 단가 수지도 안 맞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요즘에야 배달요금에 ‘거리 할증’이 기본으로 반영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돈 되는 주문은 짧은 거리인 것이 맞다. 배달 라이더들이 왜 돈도 안 주면서 ‘유배 배달지’로 보낸다고 쿠팡이츠를 비판했는지 생각해보자. 왜 자전거, 도보 라이더로 등록하고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자토바이’가 생겼는지 생각해보자. 단거리 배달을 여러 개 치는 것이 배달 라이더들에게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퀵서비스 물량은 음식에 비해 부피가 크고 무거운 상품이 왕왕 나온다. 사실 이런 상품은 배달대행 라이더의 배달통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왜 배달 라이더들이 B마트 주문을 기피하는지 생각해보자. 무겁고, 부피가 크기 때문이다. 배달 라이더 사이에서 ‘똥짐’이라 불린다. 이렇듯 퀵서비스와 배달대행 두 업종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호환되는 듯 호환되지 않았다.
●경계가 흩어진다 그런데 그 법칙이 깨지고 있다. 배달대행과 퀵서비스 두 영역의 경계가 무섭게 흩어지고 있다. 두 서비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 건 이커머스의 성장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MFC(Micro Fulfillment Center)를 기반으로 한 ‘퀵커머스’의 확산이다. 기존 택배 인프라로 만들기 어려웠던 당일, 시간 단위의 빠른 배송이 이커머스의 경쟁력으로 대두됐다. 오늘 주문한 상품을 내일 배송하는 빠른 물류 서비스는 이미 쿠팡이 관련 인프라를 장악했다. 기왕 물류로 붙을 거라면 쿠팡조차 이제 막 투자 단계인 영역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수많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퀵커머스’ 영역에 진출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배달 플랫폼’을 기점으로 퀵커머스를 향한 첫 번째 확장 신호가 관측됐다. 국내 TOP3 배달앱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가 모두 2018년을 기점으로 퀵커머스에 발을 담갔다.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11월 ‘B마트(당시 배민마켓)’를, 요기요는 2020년 9월 ‘요마트’를, 쿠팡이츠는 2021년 7월 쿠팡이츠 마트를 론칭했다. 물론 이중 요마트는 사업을 접었지만, GS리테일에 의해서 다시 한 번 부활했다. GS더프레시 슈퍼마켓의 상품과 매장 거점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요마트에 노출했다. 요컨대 그간 ‘음식점’과 소비자를 디지털 공간을 통해 중개하기만 했던 배달 플랫폼들이 도심 물류거점을 구축하고, 음식이 아닌 상품을 매입하여 보관하기 시작했다. 혹은 이미 재고를 보유한 유통업체의 거점과 제휴하여 앱에 입점 시키기 시작했다. 여기 배달대행 라이더를 연계하여 소비자에게 빠르게 상품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왜 배달 플랫폼들은 퀵커머스 배송 네트워크로 ‘배달대행 라이더’를 사용했을까. 이미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만들어놓은 네트워크가 있는데, 수요가 넘쳐 흐르는 것이 아니라면야 굳이 외부의 망을 쓸 이유가 없다. 배달의민족은 ‘배민라이더스’를, 요기요는 ‘요기요익스프레스(구 요기요플러스)’를, 쿠팡이츠는 시작점부터 배달 파트너(라이더) 네트워크를 운영했다. 이 네트워크들이 음식이 아닌 상품 배달에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단가표가 퀵서비스보다 저렴했던 배달 네트워크다. ‘단거리 배달’이라면 퀵서비스 최저 요금표보다 저렴하게 더욱 빠르게 배달하는 것이 가능했다. 배달 플랫폼들의 이런 움직임은 플랫폼 입점 음식점들의 물류회사 격인 ‘배달대행업체’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음식 배달대행 네트워크로 성장한 기업 로지올(생각대로), 바로고, 메쉬코리아(부릉)와 같은 업체들이 2021년을 즈음하여 너도나도 ‘마이크로 풀필먼트’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즉, 퀵커머스를 경쟁력으로 인식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배달대행 라이더를 음식이 아닌 상품을 배달하도록 만들었다. 괜히 롯데마트가 롯데리아의 이륜차 라이더망을 활용하여 상품을 배송하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게 아니다. 괜히 네이버가 인성데이타(생각대로)에, 11번가가 바로고에, GS리테일이 메쉬코리아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 배달대행망을 활용하여 ‘퀵커머스’를 하겠다는 것이 이 투자 의사 결정들의 공통적인 배경이었다.
●뒤섞이는 법칙, 새로운 노동자들 여러 이야기를 전했지만 여전히 퀵서비스와 배달대행 라이더들은 호환될 듯 호환되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온 일의 ‘관성’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퀵서비스 라이더들에게 4000원을 줄 테니 배달을 하라고 하면 여전히 미친 소리처럼 들릴 것이고, 배달대행 라이더들은 ‘유배지’로 떠나보내는 퀵서비스가 마냥 반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관성’이 없는 노동자들이 몰려오고 있다면 어떨까. 종전의 퀵서비스와 배달대행을 전혀 경험하지 않았던 일반인들이, 플렉스 노동자가 업계로 밀려오고 있다. 이들은 오토바이가 기준점이었던 ‘퀵서비스’와 ‘배달대행’ 판에 새로운 인프라를 들고 왔다. 사륜 자가용,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도보 배달 라이더가 여기 섞였다. 새롭게 배달시장에 유입된 플랫폼 노동자들의 머릿속에는 시장 단가가 들어있지 않다. 퀵서비스는 마땅히 1만원을 넘게 받아야 되고, 배달대행은 마땅히 ‘묶음 배달’을 해야 하는 기준이 이들에겐 없다. 음식배달을 하든 상품배달을 하든, 그들에겐 새로운 표준이 된다. 관성이 없는 노동자다. 오토바이로는 부담스러운 음식이 아닌 화물의 부피와 무게도 사륜 자가용이라면 안정적이다. 눈비가 쏟아지는 악천후 상황에서 무거운 생수 배달을 오토바이로 한다고 하면 끔찍한데, 자가용으로는 한결 안전한 배달이 가능하다. 음식도, 상품도, 별다른 저항 없이 배달하는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요컨대 이종이 뒤섞이며 퀵서비스와 배달대행의 규칙은 무너지고 있다. 퀵서비스는 허브앤스포크 시스템 도입으로 종전에 서로 죽자고 싸우는 가격이라 평가 받았던 단가가 더더욱 저렴해졌다. 배달대행은 ‘단건배달’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퀵서비스를 따라 단가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실 라이더들에게 있어선 음식이 됐든, 음식이 아닌 것이 됐든, 한정된 시간에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만 있다면야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지 않나 싶다. 그렇게 배달대행과 퀵서비스의 경계는 계속해서 흩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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