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도입이 식품 공급사슬에 미치는 영향

작성자 : 김보성 부산대학교 교수 2022.11.21 게시

썸네일 이미지와 소개문

공급사슬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식품 공급사슬(food supply chain)이다. 식품 공급사슬은 식품을 재배하는 다수의 농장 (tier-2 supplier), 유통업자 (tier-1 supplier), 그리고 소매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록체인의 도입은 공급사슬을 구성하고 있는 각 업체들에게 어떠한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소비자들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본 원고에서는 게임이론 모형을 통해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연구한 Dong et al. (2022) 중 일부를 요약 및 정리하여 소개함으로써 관련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그림1. 시금치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식품 공급사슬에서 식품 오염 위험

식품 산업에서 생산자들의 주요한 과제 중 하나는 식품 오염이다. 미국의 경우 거의 매해 대규모 식품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06년 시금치 대장균 감염 사례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시금치 중 3분의 2는 캘리포니아 산인데, 캘리포니아 산 시금치 중 일부가 대장균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된 것이다. 오염된 시금치 섭취로 인해서 다수의 소비자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산 시금치 중 다량이 폐기되었다. 또한 공포심을 느낀 소비자들은 시금치 관련된 식품의 소비를 줄였고 이에 따른 손실 역시 막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Nash, 2018). 
대장균 오염의 피해 규모가 이렇게 컸던 이유는 무엇일까? 통상적으로 유통업자(distributor)들은 다수의 공급업체들(농부들)로부터 공급을 받는데, 유통업자들은 자신들이 어떠한 공급업체로부터 납품을 받는지에 대한 기록이 부재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시금치 중 어느 곳에서 생산된 시금치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는데 수 주의 시간이 걸렸고, 오염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발생 시점은 언제였는지 등 중요한 정보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한 농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수 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캘리포니아 산 시금치들은 모두 폐기되었다. 그 피해액은 7,600만 달러로 추산된다. 

추적가능성(traceability) 기술

앞선 2006년 대장균 사례는 박테리아 감염 위험이 있는 식품 공급사슬에서 추적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만약 어떤 농장에서 어느 시점에 생산된 시금치에 문제가 있었는지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면, 상술한 피해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공급사슬에서 추적가능성 시스템은 다음 세 가지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물리적 정보(장소, 시간, 온도 등)를 수집하고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할 수 있는 기능이다. 둘째, 생성된 디지털 데이터를 수집된 장소로부터 글로벌 혹은 클라우드 시스템/데이터 베이스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이다. 셋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서 다른 활동들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지난 20여년 동안 도입된 다양한 기술들은 대부분 첫 번째와 두 번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들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코드 QR코드, RFID 등은 첫 번째 기능에 관한 것들이며, 인터넷과 같은 기술들은 두 번째 기능에 대응되는 기술들이다. 이는 지금까지 추적가능성 시스템을 완성하는데 병목(bottleneck)이 되었던 기능은 마지막 세 번째, 데이터 접근 및 협업 기능이었음을 의미한다. 공급사슬에서 특정한 기업이 관리하는 중앙집권화 된 데이터베이스는 효과적이고 속도가 빠를 수 있지만, 구성원들 간 정보의 투명성(transparency) 및 신뢰성(credibility)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블록체인은 분산형 데이터베이스(distributed database), 불역성(immutability) 등과 같은 특징을 가진 기술로, 추적가능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과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매상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식물을 기르는 과정부터 이를 가공 및 유통하여 최종 소비자에게 이르는 과정까지 단계별로 (삭제 불가한) 기록들을 제공받을 수 있게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월마트(Walmart)와 IBM이 공동으로 개발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월마트는 식품 오염이 발생했을 경우에 오염원이 어디인지 쉽게 알아낼 수 있으며, 오염된 식품이 어디로 보내졌는지 수 초안에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식료품 업계에서 하나의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불필요하게 폐기되는 식품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으며, 부당한 소비자들의 반품 요구들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연구모형

월마트 사례에서 보듯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가시화됨에 따라서 업계 관련자들의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실전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들이 존재한다. 우선 공급사슬을 구성하는 각 업체들의 활동 및 정보의 흐름들이 밀접하게 동기화되어야 할 것이며, 이에 대한 업체들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이 각 업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만약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오히려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면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꺼려할 것이다. 
Dong et al. (2022)은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각 업체들의 의사결정 및 이에 따른 업체들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다수의 공급업체들과 단수의 도매업체, 그리고 단수의 소매업체로 구성된 공급사슬을 상정하고, 이들 간 상호작용을 게임이론(game theory)을 통해 묘사한다. 게임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각 공급업체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식품(예: 시금치)의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투자를 감행한다. 둘째, 유통업체는 생산된 식품의 구매단가를 결정한다. 이는 식품 공급사슬에서 단수의 도매업체가 다수의 공급업체에 비해 교섭력(bargaining power)에서 우위에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셋째, 소매업체는 도매업체로부터 납품 받는 구매단가를 결정하게 된다. 최종 소비자 가격은 고정되어 있다. 만약 오염이 발생했을 경우, 블록체인 기술 도입 유무에 따라 어떤 공급업체에서 오염이 발생했는지 여부가 확인이 되며, 이에 따라 폐기되는 양이 달라진다. 

블록체인 도입이 공급사슬 업체들에게 미치는 효과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공급사슬에 미치는 영향은 추적가능성 효과(traceability effect)와 전략적 가격설정효과(strategic pricing effect) 간 상호작용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추적가능성 효과는 직접적인 효과로, 식품 오염이 발생한 원천지를 쉽게 식별하여 불필요한 식품폐기를 줄임으로써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다. 전략적 가격설정효과는 간접효과로, 추적가능성효과에 의해서 증진된 공급사슬 내 각 업체들의 이익을 인접한 업체가 가격을 상승시켜 이를 착취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두 가지 효과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공급사슬의 각 업체들은 공급사슬 도입으로 인해 오히려 이익이 감소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적극성을 띄고 있는 월마트와 같은 소매상의 이익 역시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나아가 전략적 가격설정효과를 예상한 2차 공급업체(농장)들은 오염 예방을 위한 투자에 더 소극적이 될 수 있으며, 그 결과 공급사슬의 리스크 발생 확률이 높아질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장 직관적인 해결책으로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 후 업체들 간 계약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합의가 잘 지켜질 수 있다면 공급사슬에서 오염에 대한 리스크 위험 수준이 낮아지고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공급사슬 구조에 따른 블록체인 도입 효과

앞서 식품 공급사슬(특히 채소 및 과일류)을 다수의 농장, 도매업체, 소매상으로 구성된 3단계 공급사슬 구조로 개념화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현실에는 다양한 공급사슬 구조가 존재한다. 도매상이 존재하지 않고 소매상이 다수의 농장과 직거래하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으며, 반대로 다수의 경쟁 도매상들이 존재하여 이들이 동일한 공급업체들(농장들)을 공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분석 결과, 이러한 공급사슬 구조에서는 블록체인의 도입이 각 업체의 이익에 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곧 도매업체의 가격 설정 권한이 블록체인 도입의 간접효과(전략적 가격설정 효과)를 극대화 시켜 소매업체의 블록체인 도입 효과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결과다. 
만약 논문에서 상정한 기본 공급사슬 구조 하에서 공급업체들의 수가 증가하면 어떻게 될까? 공급업체들의 수가 일정 임계점(threshold)를 넘어서면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은 항상 소매상 뿐만 아니라 도매상과 공급업체들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공급업체들의 수가 증가할수록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의 직접적 효과(추적가능성 효과)가 증가하게 되어, 간접적 효과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해버리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공급업체 수가 늘어날수록 어떤 공급업체에서 문제가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의 가치가 더 빛을 발하기 때문인 것이다.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한 대체 수단들

지금까지 식품 오염으로 인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 및 한계에 대해 언급하였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 이외에도 오염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한다. 먼저 도매업체가 공급업체의 제품에 대해 검사(inspection)을 통해서 문제가 발생한 제품을 확률적으로 걸러낼 수 있다. 즉, 도매업체의 검사는 완전하지 않기에 문제가 발생한 제품을 적발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업체는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수익을 발생시킬 수 없기에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일 유인을 갖게 된다. 분석 결과, 도매업체의 검사가 더 효과적인 경우도 존재함이 확인되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공급업체들의 의사결정을 일원화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부들 간 협력을 통해 구성한 협동조합(cooperative)이 대표적인 사례다. 협동조합의 구성은 소매상에게는 항상 이득이 되지만, 공급업체(협동조합)과 도매상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다. 끝으로 도매업체가 농장들에게 품질개선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도매업체가 공급업체의 문제요인들을 제거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는데 직접 투자를 하는 상황에 해당한다. 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품질개선 프로그램의 도입은 공급업체와 1차공급업체에게는 해가 될 수 있지만, 소매상에게는 항상 도움이 되는 결과를 낳는다. 

요약 및 시사점

식품이 만들어져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공급사슬의 여러 단계들을 거치게 된다. 각 단계들에 해당하는 여러 업체들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항상 모든 업체에게 윈-윈 상황을 가져다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따른 직접효과(추적가능성에 따른 효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전략적 의사결정 상황에 따른 간접효과(전략적 가격설정 효과)는 간과되기 쉽다. 즉,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 및 실행이 단순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업체들 간 이해관계 조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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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단어 블록체인 기술 도입식품 오염식품 공급사슬
자료출처 Impact of Traceability Technology Adoption in Food Supply Chain Networks (2022.04.04) Walmart-led blockchain effort seeks farm-to-grocery-aisle view of food supply chain (2022.10.30)
첨부파일 10월 원고.docx
집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