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 3품목(PR, HF, FPI)에 대한 일본 수출 규제 및 대응
작성자 : 김정 인천대학교 교수 2023.02.27 게시■ 일본 수출 규제
2019년 7월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손해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적 보복을 목적으로 수출 통제∙조직 취약, 한국은 캐치올 전략물자를 WMD(대량살상무기)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대한 법적 규제 미흡, 3년간 양국 각 정책 대화가 열리지 않아 신뢰 훼손 등의 이유를 들어 3가지 품목에 대해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실시했다. 3가지 품목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 재료인 PR(photoresist, 감광제), HF(hydrogen fluoride, 불화수소), FPI(fluorinated polyimide)이다. PR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게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재료이다. HF는 노광 공정 이후, 남아있는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부식성 가스이다. FPI는 flexible 디스플레이 제조, 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재료이다. 위 3가지 품목의 당시 우리나라의 일본 수입 의존성과 세계 시장에서 일본의 점유율을 보면 상황이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기준 일본산 PR, HF, FPI 수입 의존성은 각각 93.2%, 41.9%, 84.5%에 달했고 일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각각 94%, 70%(고순도 95%), 90%에 달했다. 즉, 일본에서 수출을 규제하는 순간 대부분의 공급망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데 일본의 시장 점유율도 높아 공급망을 새로 구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그림1. 수출 규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전 수입비중 (2018년)
한국무역통계 K-stat
■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일본은 이번 수출 규제에서 우리나라의 일본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점적으로 규제하였다. 게다가, 이 품목들은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주요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2021년 기준 수출액 중 23.2%)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우회 수입, 국산화 연구, 해외기업의 투자, 정부 지원 등의 노력을 하였고 결론적으로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에 성공했다. 앞으로 정부 및 기업이 수출 규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품목별로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그림2. 2021년 한국 주요 수출 품목의 수출액 및 비중
한국무역협회
- PR(Photoresist, 감광제) 초반 PR 수급에 핵심적인 대응책은 벨기에를 통한 우회 수입이었다. 수출 규제 이후 일본산 수입 비중이 최대 73.9%(2019년 10월)까지 감소했고 2020년 5월을 기준으로 86.7%를 기록했다. 반대로, 벨기에산 PR 수입 비중은 수출 규제 직전 0.3%에서 16.8%(2019년 11월)로 증가했다. 이는 실제로 새로운 공급망으로 벨기에 업체를 통해 수입한 것이 아닌 기존에 거래하던 일본 회사 중 벨기에에 합작법인이 존재하는 경우 그를 통해 수입하는 경우이다. 합작 법인을 통해 수입하는 것은 수출 규제 내용 중 제3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재에 관련된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일본 회사인 JSR의 벨기에 합작 법인인 루뱅공장을 통해 EUV PR을 수입했다. 동시에 PR 제품 국산화를 시도했다. SK materials는 EUV PR과 관련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전자소재 부민을 인수하고 PR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서 400억가량을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EUV PR을 생산하는 미국 인프리아에 SK 하이닉스, TSMC 등과 공동으로 3,300만 달러를 투자하였고 동신쎄미켐에 EUV PR 생산을 위해 투자하여 국산화에 성공한 후 양산 라인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7월 사업통상자원부는 일본산 PR 수입 의존도가 50% 이하로 감소했고 이는 벨기에에서 수입하는 것이 12배 늘어난 것의 원인이 크다고 밝혔다. - HF(hydrogen fluoride, 불화수소) HF는 중국과 대만을 통한 수입으로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했다. 대만의 경우 2019년 6월에 3.8%에 불과했던 수입 비중이 2020년 2월 이후 39.9%로 대폭 상승했으며, 중국 역시도 70%를 상회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대만과 중국산 HF 수입이 많이 증가하면서 일본산 HF의 수입 비중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수출 규제 직후인 2019년 8월과 9월은 수입 비중이 0%였다. 그러나 2019년 8월과 2020년 2월 일본에서 HF와 관련된 수출 규제를 완화하여 그 이후 약 12%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HF의 국산화는 대부분 솔브레인에서 맡고 있다. 솔브레인은 2020년 1월 순도 12Nine(99.9999999999% 수준의 순도를 나타냄)의 초고순도 액체 불화수소 대량 생산 능력을 확보하였고 이는 국내 수요의 70~80% 정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 디스플레이는 2019년 10월 중 디스플레이 생산용 액체 HF를 전부 국산 제품으로 대체 투입하였다고 한다. SK materials는 2019년 초고순도 HF 개발에 성공, 2020년 6월 양산 시작 및 2023년에는 국산화율 70%를 목표로 노력 중이다. 국산화의 노력으로 솔브레인의 생산 능력이 2배 확대되는 등 성과가 두드러졌고 2021년 7월 HF의 수입액은 규제 전 대비 1/6 수준으로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다. - FPI(Fluorine polyimide, 불화 폴리이미드) FPI의 경우 일본산 수입 비중이 규제 이후에도 큰 변화 없이 90% 정도를 유지했다. 이는 수출 규제 이전부터 어느 정도 국산화가 진행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2016년에 FPI 개발에 성공했고 2019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실제로 2018년 7월~2019년 5월에 수입 규모를 확인하면, 2,400만 달러 정도로 동기간에 PR(2억 8,600만 달러), HF(1억 4,700만 달러)와 비교했을 때 수입 규모 자체가 아주 작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수출 규제에 FPI 생산 원료인 polyamic acid(불화폴리아믹산)가 포함되지 않아서 원료를 수입 후 국내에서 가공하여 사용하는 방법도 채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수출 규제를 기점으로 제대로 된 국산화를 이루기 위해서 SKC는 충북 진천에 연간 100m2 규모의 FPI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그리고 2020년 이후 삼성전자에서는 폴더블스마트폰에서 FPI 대신 UTG(Ultrathin Glass)를 채택하면서, FPI에 대한 수출 규제 문제는 거의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림3. 2019년 1월 ~ 2020년 5월 수출 규제 3품목의 일본 수입 의존도 변화
한국무역통계

그림4. 일본의 수출 규제 2년 후 산업통장자원부 발표 내용
산업통상자원부
■ 시사점
일본의 수출 규제는 예상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정부 및 기업의 대응은 성공적이었고 오히려 필요했던 공급망 확대 및 국산화에 가속도를 붙여준 점도 주목해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국산화로 해결한 것이 아닌 다른 공급망을 확보하면서 해결했다. PR의 경우는 수입하는 국가만 달라진 것이지 결국 일본 업체에서 수입한다는 사실은 동일하고, HF는 일본 대신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증가했다. 게다가, HF를 제외한 PR과 FPI의 실질적인 수입액은 증가했다는 한계점 역시 존재한다. 산케이신문에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는 경제 및 산업에 심대한 타격을 입지 않고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언제 다시 일본이 수출 규제를 시행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으므로, 이제는 대응이 아닌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아직도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공급망의 다변화를 통해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반도체 공정 재료들의 국산화 개발 및 양산에 대한 연구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출처
[1] 홍지상, 일본 수출규제 1년, 3대 규제품목 수입 동향 및 對日의존형 비민감 전략물자 점검, IIT TRADE FOCUS, 한국무역협회, 2093-3118, 2020 [2] 김태윤, “반도체만 ‘왕’ 우리는 ‘봉’이냐” 디스플레이 업계 뿔났다., 중앙일보, 2022.04.27 [3] 권동준, [뉴스줌인] 국산 EUV PR 양산∙∙∙일 수출규제 3대 품목 모두 대응 성공, 전자신문, 2022.12.01, 17면 [4] 이재홍, 스마트폰 신제품 기술 동향, Weekly KDB Report, 2022.10.14 [5] 산업통상자원부, 일본 수출규제 2년∙∙∙소부장 핵심품목 대일 의존도 크게 낮아져, 정책뉴스, 2021.07.01 [6] 윤성철, “일본, 징용 해법 따라 수출규제 완화 검토”, MBC 뉴스, 2023.01.28 [7] 이지운, [특징주] 동진쎄미켐, 반도체 감광액 국산화 최초 성공∙∙∙삼성전자 양산 라인 도입 소식에 강세, 머니S,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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