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주의적 반품과 소매상의 반품정책 (상)
작성자 : 김보성 부산대학교 교수 2023.05.03 게시소개문
온라인/오프라인을 가릴 것 없이 소매상(retailer)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소비자들의 반품(product return)일 것이다. 2015년 미국의 National Retail Federation (NRF)이 발행한 Consumer Returns in Retail Industry Annual Survey에 따르면, 북미 한정 연간 2605억 달러에 달하는 제품들이 반품이 되고 있으며, 이는 전체 판매 제품의 8%에 달하는 수치이다. 반품된 제품들 중 일부는 다시 제 가격에 판매되기도 하지만, 일부 개봉된 전자제품과 같은 경우는 제품 가치가 크게 훼손되어 가격을 크게 낮추어서 판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품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물류 비용이 발생하며, 제품을 재포장(repackaging)하는 등에도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반품은 예나 지금이나 소매상들이 직면하는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no-questions-asked와 같은 관대한 반품정책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이러한 관대한 반품정책으로 인해 일부 소비자들은 기회주의적인 반품 행태를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제품을 잠깐 대여하여 사용할 목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반품기간이 종료되기 전 제품을 반품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턱시도와 같이 특별한 행사에서 입기 위해서 제품을 구매한 다음 행사가 끝난 이후 제품을 반품하거나, 월드컵과 같은 행사를 시청할 용도로 대형 TV를 구매한 이후 제품을 반품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매상들은 여전히 관대한 반품정책(return policy)을 유지해야 할까? 기회주의적인 반품에 대항하기 위해 최근 들어 사용하고 있는 반품정책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각 정책들은 어떤 상황에서 효과적일까? 본 원고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연구한 Altug et al. (2021)과 Shang et al. (2017)을 소개하여, 관련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기회주의적 반품(wardrobing)이란?
문헌에서는 제품들을 구매할 목적이 아닌 대여의 목적으로 구매하였다가 의도적으로 반품하는 소비자들의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wardrob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Shang et al. 2017). Wardrobing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첫째, 소매상들이 소비자들이 제품을 충분히 경험하고 반품할 수 있도록 관대한 반품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둘째, 소매상들이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한 이후 기회주의적으로 이를 사용했는지 감시(monitoring)할 수 없어야 한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경우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고 있기에, 전체 반품 중 wardrobing으로 인한 반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높다. 앞서 언급한 NRF의 2015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반품된 제품들 중 4-6%의 제품들이 구매할 목적이 아닌 대여의 목적으로 구매되었다가 반품된 제품들이라고 한다. 또한 63개 소매상을 대상으로 수행된 2017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기회주의적인 반품의 비중은 11%에 달한다고 한다 (Safdar, 2018). Shang et al. (2017)에 따르면 wardrobing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 추정액은 연간 109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앞서 wardrobing이 발생하기 위한 선행조건을 이야기했지만, wardrobing의 발생은 당연하게도 어떠한 소비자가 어떠한 종류의 제품을 구매하는지에 따라서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먼저 소비자 측면에서 살펴보자. 당연하게도 wardrobing이 가능하다고 해서 모든 소비자들이 이와 같은 기회주의적 행동을 행하는 것은 아니다. Mazar and Ariely (2006)에 따르면 wardrobing의 경향성은 자아상(self-image)와 같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나아가 Mazar et al. (2008)는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과 자신의 자아상(self-image) 간 일치를 강조하는 사람일수록 wardrobing을 행할 경향성이 낮다고 보고하고 있다.
두 번째 중요 요인은 제품의 특성이다. 예를 들어, 턱시도와 캐쥬얼 자켓을 비교해보자. 전자는 특정한 상황에서만 사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제품의 가치가 몇 번의 사용으로 소모될 것임을 의미한다. 반면에 캐쥬얼 자켓의 경우에는 제품의 사용이 장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일어나기에, 제품의 가치가 소모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같은 논리는 캠코더와 아이팟 간 비교, 그리고 선글라스와 일반 안경 간 비교에도 적용될 것이다. 정리하면, 소비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사용이 제한적이고 그 빈도가 떨어진다면, 그렇지 않은 제품들 대비 wardrobing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소매상들의 반품정책: 기존 방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wardrobing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소매상들은 어떠한 반품정책을 사용하고 있을까? 각각은 어떠한 특징이 있을까? 먼저 소매상들의 반품정책 설계가 왜 어려운 과제인지 간략하게 설명하고 넘어가자. 기본적으로 소매상은 사전적으로 정확하게 각 소비자가 wardrobing을 행하는 기회주의적인 소비자인지, 아니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에만 반품을 행하는 정직한 소비자인지 판별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너무 엄격한 반품 정책을 취한다면 정직한 소비자들이 구매할 인센티브를 감소시켜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너무 관대한 반품 정책을 취한다면 소매상이 걱정하는 wardrobing에 취약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최근 들어 반품비용을 조절하는 데서 나아가 좀 더 정교한 반품정책을 사용하고 있는 소매상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들을 알아보자.
소매상들의 반품정책: 최근 사례
첫째, 소비자의 과거 구매기록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된 반품 정책이다. Best Buy, J.C. Penney, Home Depot, Sephora, Victora’s Secret 등의 소매상들은 Retail Equation과 같은 서드파티 데이터 분석 기업에게 소비자들의 과거 구매데이터 분석을 의뢰하여, 어떤 소비자가 정직한 소비자인지 아닌지 예측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Retail Equation(그림1 참조)와 같은 경우, 각 소매상에게 특화된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소비자들의 과거 구매 행동을 점수화 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짧은 시간안에 다수의 제품들을 반품했다면 해당 소비자의 점수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식인 것이다. 만약 소비자들의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부정직한 소비자로 분류가 되는데, Retail Equation은 자사의 알고리즘을 통해 wardrobing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위 1%의 소비자들을 가려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Safdar, 2017).
그림1. The Retail Equation 사의 홈페이지
https://www.theretailequation.com/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개인화된 반품 정책은 일견 진일보한 정책으로 별다른 단점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단점이 없을 수는 없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단점은 소프트웨어 솔루션 활용에 따른 비용(라이선싱, 유지 및 보수, 업그레이드 등 관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치명적일 수 있는 단점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소비자의 타입을 예측하는 것이 100%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정직한” 소비자가 억울하게 부정직한 소비자로 낙인이 찍혔다면, 이 고객은 크게 실망하여 더 이상 해당 소매상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Retail Equation의 유명 고객사들 중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이탈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경우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Safdar, 2017).
반품정책의 두 번째 트렌드는 제품의 판매와 반품 권리를 분리하는 것이다. 즉, 소비자들에게 (i) 기존 방식(반품 옵션을 탑재하여 정상가격으로 제품 구매)과 함께 (ii) 새로운 방식(반품 옵션 없이 좀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 구매)을 제시하여, 소비자들이 자신만이 정확히 알고 있는 반품 가능성에 대한 사적정보(private information)에 따라서 스스로 두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떠올랐지만 현재는 폐업하게 된 Jet.com 이다. Jet.com은 고객들에게 동일한 제품에 대해 몇 가지 옵션(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사용, 무료 반품 대신 반품비용 부담, 같은 재고창고에 있는 제품 주문)들을 포함하느냐 여부에 따라서 가격을 달리하고, 고객들이 자신의 선호에 맞는 대안을 선택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단순화해서 이야기하면, 고객에게 (높은 가격, 환불 가능)과 (낮은가격, 환불 불가)이라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고객이 자신의 타입(양심고객 혹은 비양심 고객)에 따라 대안을 선택하도록 만듦으로써, 선택적 할인(conditional markdown)을 시행한 셈이다. 이러한 반품 메뉴 제시 정책은 어떠한 장점이 있을까?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면) 비양심 고객처럼 환불의 의도가 확실한 고객들은 가격이 조금 더 높더라도 환불을 받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이며, 특별히 기대와 어긋나는 경우를 제외하고 환불을 하지 않을 생각인 양심 고객들은 환불 옵션을 포기하고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첫번째 대안과는 다르게 소비자들의 정보를 활용하지 않고서도 소비자들의 타입(양심 고객/비양심 고객)을 구분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소비자들이 자의에 의해서 대안을 선택한 것이므로 첫 번째 반품 정책과는 다르게 소매상에게 불만을 가지는 소비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서드파티 데이터분석 업체를 고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반품이 온/오프라인 소매상들에게 중요한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이들에게 큰 관심사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반품은 실제 제품의 가치가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발생한다. 많은 수의 소매상(특히 온라인 소매상)들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전 제품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반품을 감소시키는데 힘쓰고 있다. 예를 들어, 패션제품의 경우 AR/VR과 같은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상세한 제품 정보(실측 사이즈)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의 반품 동기는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반품 동기와 구분되며, 이들로 인한 피해 역시 무시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고 있다.
본 원고에서는 wardrobing 문제에 대해 개괄하였으며, wardrobing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실제 소매상들이 사용하고 있는 몇 가지 반품정책들을 소개하였다. Altug et al. (2021)과 Shang et al. (2017)은 반품정책을 설계함에 있어 이러한 wardrobing 문제를 고려하는 것이 소매상의 이익에 중요할 수 있음을 공통적으로 역설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소매상들은 관대한 반품정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의 연구와 최근 기업 사례들은 항상 관대한 반품정책 만이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바이다. 아울러, 반품정책에 있어 최근 동향은 단순한 정책에서 진화하여 소비자들의 타입(정직한/부정직한 소비자) 등을 고려한 좀 더 정교화된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정교한 반품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반품 정책에 따라서 소비자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예상하고, 다시 이를 반영하여 최적의 정책을 설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본 사이트(LoTIS. www.lotis.or.kr)의 콘텐츠는 무단 복제, 전송, 배포 기타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방법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 제 136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 집필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