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식 풀필먼트 ‘로켓그로스’의 요즘

작성자 :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2023.10.10 게시

쿠팡 풀필먼트 사업 분석

세간의 의문을 불식시키며 쿠팡의 흑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3분기를 시작으로 최근 발표한 2023년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순이익(Net Income), 영업이익(Operating Income)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더욱이 대단한 것은 쿠팡이 2022년 추정 거래액 43조7210억원(하나증권 추산)으로 국내 1위를 자신할 수 있는 덩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의 최근 실적발표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매출은 58억53만달러로 전년 대비 13%, 고정환율 기준으로 본다면 20% 성장했다. 이커머스 혹한기라 불리는 거시경제 악화는 최소한 쿠팡에게만큼은 영향을 주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2022년

2021년

전년 동기 대비 변화

매출

205억8262만달러

184억637만달러

+11.8%

+26%(고정 환율 기준)

조정 EBITDA 이익

3억8121만달러

-7억4764만달러

흑자전환

영업손실

1억1202만달러

14억9396만달러

-92.5%

제품 커머스 부문 매출

199억9546만달러

178억8377만달러

+11.9%

+26%(고정 환율 기준)

제품 커머스 조정 EBITDA 이익

6억584만달러

-3억6090만달러

흑자전환

성장사업 부문 매출

6억2802만달러

5억6866만달러

+10.4%

+25%(고정 환율 기준)

성장사업 조정 EBITDA 손실

2억2463만달러

3억8674만달러

-42%

활성고객 숫자

1811만명

1794만명

+1%

+5%(제품 커머스만 한정시)

표1. 2022년 쿠팡 실적 요약

커넥터스(쿠팡 IR 자료 참고 정리)

쿠팡이 밝힌 흑자전환의 대표적인 이유는 2020년 쿠팡이 시작한 풀필먼트 사업 ‘로켓제휴’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서비스의 이름은 2021년 제트배송, 2022년 로켓그로스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되며 발전했다. 초기 로켓제휴는 통상 10%인 마켓플레이스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수수료를 설정했으나, 2023년 4월부터 로켓그로스의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10% 내외의 판매 수수료와 함께 별도로 실질적인 ‘물류비용(보관요금, 입출고요금, 배송요금)’을 받는 모델로 재편했다.

쿠팡은 풀필먼트 서비스 론칭과 맞물려 그간 쿠팡이 매입하여 직접 유통하는 ‘자사’ 상품을 처리하는 데만 활용했던 물류망과 시스템을 쿠팡 마켓플레이스(아이템마켓)에 입점한 3자 판매자에게까지 개방했다. 3자 판매자는 로켓그로스를 통해 쿠팡의 물류를 빌려 쓰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쿠팡의 풀필먼트 또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여타 물류업체의 그것과 동일해 보인다. 하지만 쿠팡이 풀필먼트에서 강조하는 지점은 물류가 아니다. 전방의 고객이다.

쿠팡에 따르면 로켓그로스 입점은 ‘매출 상승’을 동반한다. 쿠팡에 입점하여 상품을 판매하던 필자는 2021년 말 쿠팡 직원의 제트배송 입점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이때 쿠팡 입점 영업 담당자는 쿠팡 풀필먼트를 이용한다면 몇 달 동안 25~35% 상당인 수수료를 절반으로 할인해줌과 동시에, 쿠팡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 대비 클릭수가 648% 상승하고, 매출은 평균 3배에서 많으면 12배까지 증가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했다.

사실 판매자 입장에서 풀필먼트 입점은 많은 진입장벽을 야기한다. 예컨대 소형 판매자의 경우 그들 스스로 물류를 처리하는 것이 풀필먼트에 투하하는 비용보다 저렴하다고 느낄 수 있다. 물류 인프라를 3PL(3자물류) 혹은 자사 물류로 운영하고 있는 중대형 판매자의 경우 계약을 변경하고, 물류센터를 이전하는 업무 자체가 번거로울 수 있다.

이런 판매자의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서 풀필먼트는 그들이 굳이 더 많은 비용과 계약변경, 물류센터 이전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만큼의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물류업체의 경우 그 유인책이 대개는 ‘더 저렴한 비용’이지만, 이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위기를 동반할 수 있다. 

반면, 쿠팡은 풀필먼트에서 비용 절감이 아닌 ‘매출 증대’에 방점을 찍으며 판매자를 유인했다. 비용 절감과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애초에 초기 쿠팡의 풀필먼트는 ‘물류비’ 자체를 받지 않고, 3배 이상 높은 수수료로 사실상 물류비를 대신했다. 물류에 끼얹어진 매출 측면의 부가가치는 더 높은 비용을 합리화했으며, 이는 물류 측면에서 만들 수 있는 이익의 파이를 넓혔다.

쿠팡이 이런 문법의 풀필먼트 영업이 가능한 이유는 고객 전방의 막강한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1100만명이 넘어갔다고 알려진 로켓와우 회원으로 대표되는 ‘충성고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켓와우 회원들은 빠른 물류와 무제한 반품에 매료돼 멤버십에 가입했고, 이는 ‘로켓배송’ 필터 검색이라는 결과로 증명된다.

일반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3자 판매자들은 쿠팡의 핵심고객인 로켓와우 회원들에게 도저히 닿을 수 없지만, 풀필먼트를 사용하는 판매자들은 다르다. 이 로켓배송 필터 검색 결과에 노출될 수 있다. 한 편에서 쿠팡은 기존 직매입 기반 로켓배송에서 부담해야 했던 재고 관리 부담을 판매자에게 이전시켜서 운영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판매자들은 더 높은 매출 증대를 위해서 부가적인 물류비용과 안 팔리고 남을 재고에 대한 위험을 감수한다.

즉, 풀필먼트는 직매입 구조 안에서 쿠팡이 부담했던 재고 관리 비용과 부담은 상당 부분 덜어내며, 동시에 마켓플레이스 입점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수취하는 수익 사업이다. 더욱이 소비자에게는 로켓배송과 동일한 형태의 서비스를 확장하는 방법이다. 자연스럽게 지금껏 쿠팡이 재고 부담으로 직매입하지 않았던 품목까지 3자 판매자의 풀필먼트 입점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되며, 고객의 빠른 배송 상품에 대한 선택권(Selection)은 늘어난다.

실제 풀필먼트는 쿠팡의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쿠팡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기준 풀필먼트가 다루는 판매 상품 수량은 전년 대비 90% 가까이 증가했으며, 풀필먼트를 통한 상품 거래액 성장률 역시 이와 비슷한 성장 추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쿠팡이 다루는 전체 매출(Revenue)에서 약 7%, 전체 판매 상품 수량 중 4%에 대해 풀필먼트 상품이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높은 성장률에 불구하고, 풀필먼트가 다루는 비중은 아직 쿠팡이 판매하는 전체 상품 중 4%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풀필먼트가 만들 기회는 굉장히 크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로켓배송 선택권(Selection)은 우리의 더 큰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따라서 향후 풀필먼트를 통해 로켓배송 품목을 확장시킨다면 장기적으로 비즈니스의 더 큰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풀필먼트는 우리의 이익(Margin) 증대에도 기여합니다”
- 김범석 쿠팡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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