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식 풀필먼트 ‘도착보장’의 진격 방향

작성자 :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2023.12.21 게시

물류를 넘어 커머스 솔루션으로

풀필먼트, 커머스 솔루션

네이버는 2021년 7월 풀필먼트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시작했다. 해마다 물류를 무기로 치고 올라오는 쿠팡에 대항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네이버의 풀필먼트는 보통 물류기업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네이버와 투자 및 지분교환으로 자본을 섞은 CJ대한통운, 두핸즈, 파스토, 아워박스, 위킵과 같은 업체의 물류 서비스의 가격을 플랫폼 안에서 ‘비교 견적’을 낼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정도에 그쳤다. 결국 네이버의 풀필먼트를 선택하는 이커머스 화주사의 판단요인은 ‘낮은 물류 단가’였다.

이는 네이버 파트너사들 간의 저단가 경쟁으로 이어졌다. 불특정 다수가 NFA 플랫폼을 통해서 네이버와 협력하는 물류기업의 견적을 비교할 수 있게 됨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결과적으로 네이버와 연합한 물류기업들의 재무위기는 이커머스 혹한기인 2022년을 거치면서 본격화됐다.

네이버 입장에서 더욱이 아쉬운 것은 그들이 만족할만한 풀필먼트 사용 판매자의 증가세도 없었기 때문이다. 초기 NFA의 성과에 대한 파트너 물류기업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NFA 파트너 물류기업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NFA 오픈 초기 판매자들의 견적 요청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중 대부분은 단순히 견적을 요청하는 데만 그쳤고, 실제 계약 체결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해피콜로 대표되는 견적 요청에 대한 문의 응대는 물류기업의 몫이 됐기에, 늘어난 NFA 관련 CS 공수에 부담을 호소하는 파터너사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NFA가 실제 계약까지 연결되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네이버가 자랑하는 57만개 가량의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 대부분이 ‘영세’하다는 것이 한 몫 했다. 네이버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78.8%는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 중소사업자였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이들 영세 중소사업자 중에는 재고 없이 공급업체의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출고하는 식으로 장사하는 구매대행, 위탁판매 리셀러가 많다. 이 경우 애초에 ‘풀필먼트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낀다. 기본적으로 풀필먼트라는 것은 ‘보관할 재고’가 있어야 사용하는 것인데, 이들은 재고에 대한 통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사입 재고’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물량 규모가 작으면 ‘물류’ 연결까지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런 소형 판매자들은 NFA 파트너사들에게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돈 안 되는 판매자들을 걸러 받기 위해 일부 NFA 파트너사들은 풀필먼트 사용을 위한 ‘최소 물량’ 기준을 요구하는데, 소형 판매자들은 이를 맞출 수 없다. 만약 사용이 가능한 풀필먼트업체를 찾더라도 생각보다 비싼 견적에 놀랄 수 있다.

쿠팡 문법 따라가는 네이버

네이버에 변화의 신호가 보인 것은 2022년 4월이다. 네이버쇼핑 검색 결과에 ‘내일도착’이라는 필터를 추가했다. 여기 쿠팡의 로켓배송과 같은 오늘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배송이 가능한 CJ대한통운의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를 연결했다. 내일도착 필터는 사실상 쿠팡의 ‘로켓배송’ 필터와 같은 기능을 한다. 빠른 배송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더 많은 트래픽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이를 네이버는 풀필먼트를 영업하는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왜 물류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상품 하나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소싱하고, 판매 이후 주문확인, 포장, 배송, 반품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거기에 재고관리, 창고임대 등 비용도 많이 들어 많은 판매자들이 어려움을 토로했죠. 이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NFA고, NFA를 시작한 판매자는 상품 과정 중에서 소싱, 등록, 홍보와 마케팅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주문 수집부터 포장, 배송까지 모든 것은 네이버 물류연합군이 책임지고 해결해드립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NFA의 진짜 강점, NFA를 진짜 해야 하는 이유는 NFA가 매출을 이끌어내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NFA 이용 판매자가 되면 판매량 증가와 물류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습니다”
- 최철영 네이버 NFA 운영 담당자, 네이버비즈니스스쿨 강의 中

요컨대 앞서 쿠팡이 풀필먼트를 영업할 때 그렇게 사용하는 키워드 ‘매출 증대’를 네이버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근거로 네이버는 ‘일반론’을 이야기한다. NFA는 쿠팡 로켓배송 수준의 ‘익일배송’ 서비스를 만드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물류센터에 상품 재고를 선입고하여 오후 6시~최대 자정(24시)까지 주문 마감 시간을 늦출 수 있다는 뜻이다. 

말인즉 판매자들은 NFA 사용을 통해 종전에는 ‘주문 마감 시간’ 이슈로 사실상 주문이 들어온 다음날 출고할 수밖에 없었던 더 많은 고객의 주문을 빠른 배송으로 보낼 수 있고, 그렇기에 매출은 늘어날 수 있다. 실제 네이버가 밝힌 스마트스토어 주문 데이터에 따르면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들어오는 주문이 하루 주문의 약 40%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주문이 들어오는 이 시간대에 ‘빠른 배송’으로 차별화를 통해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게 네이버의 논리다.

네이버가 강조하는 ‘두 번째’ 매출 상승의 근거는 드디어 네이버가 쿠팡의 ‘로켓배송’ 필터와 같은 시스템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내일도착’ 필터가 그것이다. 여기서 ‘내일도착’ 필터는 사실상 쿠팡의 ‘로켓’ 필터와 같은 기능을 한다. 내일도착은 당일 24시 주문 마감 여부와 익일 배송률 등 네이버가 요구하는 제반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붙일 수 있는 필터다. 

첨언하자면 그 전부터 네이버가 운영하던 ‘오늘출발’ 필터가 있다. 이는 내일도착의 하위호환이긴 하지만, 판매자들이 자유롭게 주문 마감시간과 휴무일을 고려하여 오늘출발 기준시간을 판매자 관리툴에서 설정 가능한 기능이다.

여기 네이버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했다. 2022년 12월 ‘N도착보장’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솔루션을 출시한 것이다. N도착보장 솔루션은 빠른 배송 서비스임을 강조하는 필터가 걸린다는 점에서 네이버가 앞서 시작했던 ‘내일도착’과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단순히 검색 필터만 추가됐던 내일도착과 다르게 네이버가 ‘도착 예정일’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만약 이 시점까지 상품이 배송되지 않으면 네이버가 책임지고 소비자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0원을 보상한다.

더불어 풀필먼트 영업에 ‘매출 증대’를 강조하는 네이버의 모습은 한층 본격화됐다. 네이버는 그들이 갖춘 쇼핑윈도우와 같은 다양한 온라인 전시 공간에 도착보장 상품을 노출한다고 강조했다. ‘도착보장관’과 같은 도착보장 상품 데이터베이스만 모아놓는 전용관을 마련한다고도 했다. 본격적인 쿠팡식 풀필먼트가 네이버에 구현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도착보장은 쿠팡과 비교하면 빠른 배송의 상품 구색과 속도가 뒤떨어지는 하위호환 서비스처럼 보일 수 있다. 여기 네이버는 차별화 요소를 하나 더 준비했으니, 도착보장 솔루션을 이용하는 판매자에 대한 수요예측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류를 넘어 ‘솔루션’으로 진격

네이버는 도착보장 솔루션을 이용하는 판매자들에게 판매량 예측과 분석 기술을 제공한다. 향후 수요예측뿐만 아니라 물류 데이터를 활용한 더 많은 솔루션 라인업을 강화하여 판매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판매자들이 D2C(Direct to Customer)를 강화하는 솔루션 파트너로 네이버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023년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도착보장’ 솔루션의 성과를 강조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도착보장 솔루션의 배송 성공률은 98%에 육박하며, 출시 3개월만에 전체 브랜드스토어 입점 기업 중 20% 가량이 도입할 만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샘소나이트 등 주요 도착보장 솔루션 이용 브랜드 업체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1.5~3배까지 증가할 정도로 높은 ‘마케팅 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네이버의 강조사항이다.

네이버의 도착보장은 그 자체로 ‘수익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모델이다. 네이버는 도착보장 솔루션에 ‘수수료’ 부과를 시작했으며, 이와 연계되는 판매자들의 매출 성장을 가속화하고 쇼핑사업 수익성 개선을 돕는 수십여개의 고도화된 커머스 솔루션과 기능들을 출시할 계획이다. 

요컨대 네이버는 풀필먼트 서비스 안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공급망 최적화 솔루션을 녹여가고 있다. 고객 전방의 수요 데이터, 나아가 물류의 흐름까지 파악하고 있는 기술 역량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다. 실제 네이버는 풀필먼트 플랫폼을 운영하지만 물류로 돈을 벌지 않는다. 솔루션 사용에 따른 수수료로 돈을 번다.

“2023년 네이버의 전략은 커머스 수수료(Take Rate)를 좀 더 높게 받을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나 브랜드스토어와 관련한 머천트 솔루션, 그리고 도착보장 솔루션과 같은 버티컬 커머스 비중을 더욱 확대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 도착보장은 이제 출시한지 1개월 남짓 됐는데요. 저희는 판매자와 유저 유입에 집중했으나, 거래액에서도 우상향 추이를 나타내고 있어서 거래액과 수수료 인상 등을 포함한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최수연 네이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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