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쿠팡의 독주, 물류의 틈새를 찾는 방법

작성자 :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2024.05.13 게시

시장동향

쿠팡의 이커머스 시장 독주가 현실화됐다. 지난 몇 년의 팬데믹 기간 동안 사실상 네이버와 쿠팡 두 이커머스 플랫폼에 성장이 쏠리며 양강 구도가 공고화됐다면, 2023년 하반기부터는 사실상 모든 성장이 ‘쿠팡’이라는 하나의 기업에 쏠리는 모습이다.

네이버 커머스 거래액은 2023년 2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시장 평균 이상을 상회했으나, 같은 해 3분기 통계청 평균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4분기에는 통계청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악화됐다. 같은 기간 쿠팡은 여전히 시장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성장을 지속하면서 간격을 벌려나갔다.

쿠팡이 압도적인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 투자로 만든 거대한 해자를 이제 감히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심지어 이마트나 롯데쇼핑과 같은 거대한 업체들조차도 쿠팡과의 전면 대결을 피하고 있는데, 작은 이커머스 기업이 이제 와서 물류에 투자해서 쿠팡에 대항하는 것이 가다한가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장에 기회는 존재한다. 예컨대 쿠팡의 초기 로켓배송 카테고리는 반복구매가 일어나는 생필품, 속칭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에 집중돼서 마련됐다. FMCG의 경우 필요한 상품을 목적을 가지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에 ‘빠른 배송’이 고객획득비용을 떨어뜨리는 데 주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에서 구매한다면 내일 아침에 도착할 것이라는 고객의 믿음이 우리를 다른 플랫폼과 비교조차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 이미지를 빼앗고 싶다면 여전히 물류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 FMCG라는 카테고리에 선택과 집중을 하여 ‘도착보장’ 서비스를 강화하는 네이버가 대표적인 예시다. 다만, 이 안에서도 쿠팡과 차별점은 필요하다. 네이버가 단순히 빠른 물류 역량 강화 이상으로 솔루션 이용 판매자들의 ‘데이터 주권’을 강조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쿠팡과 FMCG 영역에서 전면 대결하는 선택이 부담스럽다면 쿠팡에게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버티컬 물류 역량을 강화할 수도 있다. 예컨대 배달앱 1위 지위를 바탕으로 커머스 영역으로 확장한 우아한형제들은 B마트와 배민스토어 등을 통해서 ‘즉시배송’ 역량을 강화했다. 도심 외곽의 대형 창고를 바탕으로 물류 인프라를 설계한 쿠팡이 규모 있게 제공하지 못하는 즉시배송 퀵커머스 서비스를, 쿠팡보다 더 많은 도심 MFC(Micro Fulfillment Center)를 바탕으로 구축하여 서비스 역량을 차별화했다.

이와 같은 전략은 도심에 매장망을 보유한 리테일 기업 역시 사용할 수 있다. GS리테일의 슈퍼마켓 브랜드 GS더프레시의 2023년 매출은 1조4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9.5% 늘었고, 영업이익은 276억원으로 무려 27.6%나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하향업종으로 ‘슈퍼마켓’이 지목되는 한 편에서,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GS리테일이 성장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존 400평 규모 직영 대형 점포와 별개로 구축하기 시작한 100평 내외의 가맹점포들의 성장이 있었다. GS더프레시는 적자가 나는 대형 직영점은 정리하고, 중소형 가맹점포를 확장하여 외형 성장과 손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다. 이러한 로컬 매장들은 온라인 퀵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동시에 활용 가능함은 물론이다.

물론 매장을 물류망으로 활용한다면 협소한 공간 특성상 충분한 고객의 상품 선택권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만약 고객이 원하지 않은 상품 재고를 매장에 비치한다면 이는 심각한 매출 타격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특정 지역의 고객 선호를 반영하여 매장별로 적절한 상품 재고를 분류, 보충하는 물류 역량이 중요해지고, 이러한 역량이 커진다면 경쟁업체가 쉽사리 침투하기 어려운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작동할 수 있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기업은 고객이 자사 서비스를 선택할 ‘첫 번째 이유’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객의 마음속에 각인되는 ‘첫 번째 선택지’가 되기 위해서는 고객이 우리 채널을 소구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나아가 물류 또한 그 메시지에 맞춘 방향으로 강화해야 한다.

물류기업 역시 이커머스가 소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맞춘 전문화된 물류 역량을 뾰족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퀵커머스가 됐든, 국경을 넘나드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주문 처리를 연계하는 물류가 됐든, 가구나 명품처럼 카테고리에 전문화된 물류 역량이 됐든 말이다. 바로 여기서 전통적인 비용 절감의 물류와는 다른 새로운 문법의 물류가 탄생할 수 있다.

최근의 풀필먼트 서비스는 이커머스 물류를 넘어선 영역으로 경계를 흩트리고 있다. 고객 전방 노출 구좌를 활용한 마케팅의 영역과 데이터를 활용한 상품 조달을 최적화하는 형태로 풀필먼트가 다루는 범위를 물류센터 밖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커머스 물류를 넘어선 종합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때문에 풀필먼트는 이커머스 물류지만, 이커머스 물류가 아니다. 이는 저단가 경쟁이라는 숙명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서비스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해 애를 먹는 물류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참고할 방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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