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어떻게 물류 온디맨드 환경을 구축했나

작성자 :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2024.05.30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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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업계에 다양성을 불러온 것은 쿠팡이었다. 시작점은 서비스 품질 개선이었다. 쿠팡은 물류센터에 재고를 사전 보관하는 방식으로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배송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구축해 택배가 만들었던 D+1일 배송 속도의 표준을 한 발 더 끌어당겼다. 그전까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누구도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던 택배를 넘어선 물류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대규모 확충한 시도였다.

사실 앞서 택배업계의 90%가 넘는 익일배송률은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택배기사가 판매자의 물류센터에 방문해 재고를 집화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택배 허브앤스포크 시스템으로 인해 온라인 판매자들의 D+1일 배송을 위한 주문 마감시간은 제각각이었다. 

예컨대 택배기사 집화 시간에 맞춰서 오후 1시까지 주문한 고객의 상품에 한해서만 당일 출고돼 D+1일 배송이 되고 그 이후 들어온 주문에 대해서는 익일 출고가 돼 고객 관점에서는 사실상 상품을 받기까지 2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이러한 한계를 고려한다면 택배의 D+1일 배송률은 실질적으로 61% 이하로 떨어진다.

쿠팡은 이러한 택배 서비스의 한계를 자체 물류센터 구축을 통해서 해결했다. 직매입한 재고를 물류센터에 보관해 집화 과정을 생략해 주문 마감시간을 자정까지 미뤘다. 곧바로 전국 고객 권역별로 분류된 상품을 출고해 권역별 배송거점 ‘캠프’까지 간선운송을 하고, 이후 해당 상품을 쿠팡의 배송기사 ‘쿠팡친구’가 인계 받아 지역별 고객에게 배송하는 방식이다.

쿠팡의 물류망은 오늘날 더욱 다각화되고 있다. 2018년 하반기부터 오늘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하는 ‘새벽배송’, 오늘 오전에 주문하면 오늘 자정까지 배송하는 ‘당일배송’ 서비스를 추가로 확충했다. 이러한 더욱 빠른 물류 서비스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가입 회원들에게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사실 쿠팡이 2014년 처음 로켓배송을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유통물류업계 대부분은 두 가지 이유로 회의적인 시각이었다. 첫 번째는 이미 존재하는 가성비가 충분한 D+1일 배송이 가능한 ‘택배’가 있는데 12시간 정도의 배송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 12시간 정도의 배송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물류센터와 배송망에 대한 수조 원의 투자를 감히 감당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로다. 쿠팡은 업계의 의문을 불식시키고 파괴적인 성장을 지속했고 2022년부터 거래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1위를 달성했다고 평가받는다. 오랜 적자기업이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2023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까지 달성했다.

쿠팡이 물류를 바탕으로 만든 변화의 불씨는 유통물류업계에 ‘택배 이상’의 물류를 고도화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냈다. 새벽배송으로 이마트 이상의 온라인 거래액을 만들어낸 컬리가 등장했으며 당일배송을 무기로 뷰티 버티컬 커머스 1위에 등극한 올리브영이 나타났다. 그 네이버조차 2021년 7월 물류 플랫폼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 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시작하며 빠른 물류 역량을 따라가는 모습이다.

물류업계는 이러한 플랫폼들의 빠른 물류 수요를 감당하고자 택배를 넘어서는 라스트 마일 물류 서비스를 확충하기 시작했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포함한 국내 3대 택배사는 모두 쿠팡 물류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자정 마감, 내일 배송이 가능한 ‘풀필먼트’를 시작했다. 비록 엔데믹에 와서 유동성 악화와 여전한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팀프레시, 부릉, 바로고와 같은 새벽배송, 당일배송, 즉시배송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들이 수천억 원까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거스를 수 없는 고객의 선택

요컨대 물류 온디맨드를 구축할 수 있는 재료는 모두 모였다. 업계에는 물류센터 재고관리를 포함한 자정까지 주문하면 익일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물류업체도, 새벽배송 전문업체도, 3~4시간 배송 전문업체도, 음식 배달 카테고리를 넘어 확장하는 즉시배송 전문 배달대행업체도, 시간대에 맞춰 예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업체도 모두 존재한다. 가구에 특화된 설치 물류망을 운영하는 업체도, 물류센터 단에서 고객의 선물 포장을 지원하는 업체도 당연히 존재한다.

여기서 완연한 물류 온디맨드를 구축하기 위해선 단순한 물류업체 계약을 넘어서 ‘시스템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물류 온디맨드에는 서로 다른 여러 물류업체의 서비스가 연결된다. 이러한 복수 물류업체에 서로 다른 판매채널에서 발생한 여러 주문 정보를 엑셀로 모아서 각각 특성에 맞춰 할당한다고 생각해보자. 초기 기업이라면 주문이 많지 않아서 수기 대응이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선이 넘어간다면 분명히 사람의 실수가 발생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공급망의 정물 일치는 무너진다. 여기서 왜 쿠팡이 물류 온디맨드를 구축하는 데 경쟁력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쿠팡은 기본적으로 자체 구축한 인프라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물류를 설계했다. 물론 쿠팡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는 간선운송업체, 물류센터 운영사, 택배사는 많다. 하지만 이들 역시 쿠팡의 시스템에 그들의 운영방식을 맞춰야 한다.

예컨대 쿠팡은 공급사에 입고할 물류센터와 물동량을 지정하고 통보한다. 이는 쿠팡이 당일배송, 새벽배송, 익일배송 등 고객 수요에 맞춰 여러 물류센터에 보관할 재고를 사전에 최적화하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공급사의 물류센터에서 보관된 상품을 곧바로 고객에게 출고하는 벤더플렉스(Vender Flex)나 쿠팡 물류센터에서 할 검품과 송장 부착 작업을 산지에서 해서 미리 출고해 속도를 끌어올리는 ‘모바일 플렉스(Mobile Flex)’는 모두 쿠팡의 시스템이 설정한 기준에 입점 파트너가 맞춰서 만들어진 서비스다. 쿠팡의 압도적인 고객 트래픽 권력이 입점 파트너들이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그 결과 쿠팡 고객은 배송지별로 검색하는 상품에서 ‘최적의 물류 서비스’를 사전 안내받을 수 있다. 예컨대 고객의 거주지역에 따라서 당일배송, 새벽배송, 로켓배송(익일배송)이 가능한 상품들이 서로 다르게 노출된다. 단적인 예로 육지에서 섬까지 도선 시간으로 인해 물리적인 배송시간이 늘어나는 제주도의 로켓프레시 평균 배송 시간은 수도권처럼 새벽이나 당일배송이 아니라 D+2일 배송이다. 쿠팡은 고객에게 선택지를 안 줬다 뿐이고 이미 속도라는 기준점을 바탕으로 상품별 최적 물류 옵션을 고객별로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물류 온디맨드를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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