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물류 온디맨드(On-Demand) 사례는 네이버다. 연재를 통해 소개한 기업 중 네이버는 유일하게 2021년 7월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론칭하면서 물류 온디맨드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네이버는 2020년부터 위킵, 두핸즈, 파스토, 아워박스, 브랜디, 신상마켓, CJ대한통운 등 현재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에 합류한 파트너 업체들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의 목표는 판매자들의 서로 다른 물류 니즈를 서로 다른 물류 역량을 가진 물류업체에 매칭해 주는 온디맨드 물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예시로 네이버는 신선 물류관리가 필요한 업체에는 '아워박스'와 같은 저온물류 전문업체를, 동대문 사입 물류가 필요한 업체에는 ‘신상마켓’과 ‘브랜디’의 물류 서비스를, 더 안전한 배송 서비스가 필요한 업체에는 ‘발렉스’의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를, 가구 설치배송이 필요한 업체에는 ‘하우저’의 가구 전문 물류 서비스를 연결해준다고 했다.
이와 같이 네이버의 온디맨드 물류는 고객보다는 ‘판매자’ 관점의 키워드에 가깝다. 네이버에 입점한 56만 개 이상의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의 카테고리와 맞는 물류 서비스 견적을 내고, 네이버 판매자 관리 시스템을 통해서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 계약업체의 물류를 처리할 수 있도록 연동하는 개념까지 구현했다.
하지만, 네이버의 물류는 아직 사용자 관점의 온디맨드까지는 완전히 나아가지 못했다. 하나의 브랜드로 어느 정도 상품의 주도권을 갖고 물류망을 통제할 수 있는 올리브영과 토스모바일과는 다르게,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포털이자 오픈마켓이다. 네이버는 중개 역할을 할 뿐, 판매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많은 입점업체가 각기 다른 파편화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를 포함한 물류 서비스의 선택권은 이들 업체에 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쇼핑 사용자는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제각각의 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이러한 숙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런 맥락에서 강화되는 것이 2022년 12월 출시한 ‘도착보장’ 서비스이다. 도착보장은 고객 관점에서 네이버가 ‘도착 예정일’을 보장하는 빠른 물류 서비스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필터와 같은 도착보장 필터를 적용한 상품 검색이 가능하다. 만약 제시한 시점(통상 주말 제외 D+1일 배송)까지 상품이 배송되지 않는다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0원을 구매자에게 보상한다.
도착보장의 뒷단에서는 네이버의 물류 플랫폼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가 연동된다. 네이버 입점 판매자와 브랜드는 CJ대한통운, 두핸즈(품고), 파스토, 테크타카(아르고) 등 도착보장 제휴 물류업체와 계약하고, 재고를 지정 물류센터에 입고시켜야 도착보장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판매자와 브랜드가 기존 사용하던 물류업체 혹은 자사 물류망을 바꾸고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로 물량을 이동시킬 이유를 만들기 위해, 도착보장 솔루션의 ‘매출 증대’ 효과를 강조했다. 네이버가 갖춘 다양한 채널과 별도로 마련된 전용관에 도착보장 상품이 노출되며, 이를 통해 도착보장 솔루션을 이용하는 브랜드 업체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1.5~3배까지 증가할 정도로 높은 마케팅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기준 전체 브랜드 스토어 입점 판매자의 30%가 네이버 도착보장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가 도착보장 솔루션을 강화하는 이유는 빠른 물류 카테고리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지만, 한편에는 이를 통해 ‘운영 데이터’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 이러한 운영 데이터는 향후 ‘수요 예측’과 같은 공급망 관리 솔루션을 고도화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네이버가 강화하는 머천트 솔루션의 수익 모델로 기능할 수 있다.
더 많은 운영 데이터가 축적되면 네이버 입점 업체가 다루는 다양한 상품 정보를 바탕으로,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 물류 플랫폼에 속한 다양한 파트너사의 적합한 물류 서비스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도착보장 솔루션을 바탕으로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배송하는 타임라인의 물류 서비스만 네이버에 보이고 검색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네이버가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검색 필터를 사용자에게 제공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