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용 창출을 위한 물류기업은 지속가능할까

작성자 :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2024.09.30 게시

물류스타트업

내이루리는 2021년 12월부터 정기배송 서비스 ‘옹고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가 다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 기업과 차이가 있다면, 모든 배송 인력을 55~74세 사이 연령의 어르신으로만 꾸렸다는 것이고요. 옹고잉은 원가 절감과 수익 증대를 목표로 하는 다른 물류 기업과 달리, 애초에 그 시작부터 목적이 ‘고용 창출’에 있습니다.

현재 내이루리는 78명의 어르신 인력을 고용하여, 현대그린푸드와 같은 대기업을 포함하여 20여개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 고객의 재구매율은 70~80% 수준으로 유지되며, 서비스 공헌 이익 흑자 역시 증명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내이루리가 성공가도를 밟았던 것은 아닙니다. 내이루리가 만든 도보배달 서비스의 이름이 옹고잉의 전신이 되는 ‘할배달’인데요. 결과적으로 할배달은 서비스 운영 약 1년여만인 2022년 1월 사업을 종료하게 됩니다.

내이루리가 꼽는 실패의 결정적인 이유는 지속적인 어르신 인력의 서비스 참여, 그러니까 ‘리텐션(Retention)’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할배달은 지역 음식점을 대상으로 오토바이 배달대행 서비스에 비해서 약 30% 정도 저렴한 건당 2,500~2,800원 정도의 단가로 도보배달 서비스를 영업하며, 시니어 도보 배송인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그러나, 음식점의 서비스 니즈를 만족시킬 만한 충분한 숫자의 시니어 인력을 확충하긴 쉽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시니어 인력 모집에서 발생했습니다. 내이루리는 온라인 접근성이 낮은 시니어 인력을 도보 배달 서비스에 참가시키기 위해서 가가호호 전단지를 붙이는 방식을 활용했는데요. 아무래도 사용하는 운영비용과 공수 대비 공급자 네트워크가 빠르게 늘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고요. 그렇다고 정부 기관으로부터 어르신 고용 지원을 받기에는, 사업 초기인 내이루리가 가진 평판이 빈약했습니다.

물론 내이루리는 어찌어찌 인력을 모아서 서비스를 진행하긴 했지만요. 그렇게 모인 시니어 인력들은 계속해서 서비스 공급자로 잔류하지 않고 이탈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배달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확인하고, 배달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요. 눈에 익은 커다란 아파트 단지까지는 어찌어찌 배달을 하더라도, 골목 곳곳에 뻗쳐있는 작은 주택까지 배달하는 데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니어 배송인들이 많았다는 평가입니다.

덩달아 발생한 문제는 음식배달 특유의 물량 변동성이었습니다. 내이루리가 영업한 음식점 네트워크에서 발생할 1km 이내 도보 배달 수요를 예측하여, 적정 숫자의 공급자를 모으는 것이 어르신 인력 한 명의 수익 증대를 위해 중요했으나, 매번 그 예측은 틀어지기 마련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배달 업무를 나온 어르신이 아무 일도 못하고 돌아가는 일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당시 어르신 인력 한 명이 배달 업무에 적응하는 데는 길게는 2주까지 걸렸으며, 앞서 설명한 다양한 이유로 대부분은 그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이탈했습니다.

결국 정 대표는 그들이 만든 도보배달 서비스가 경쟁사인 도보60이나 한 발 늦게 시장에 진입한 GS리테일의 도보배달 서비스 ‘우딜’과 비교하여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1년 7월 할배달의 서비스 중단을 결정하고, 빠르게 다음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내이루리가 분석한 할배달 서비스의 실패 원인은 ‘공급자 이탈률’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탈률이 만들어진 대표적인 이유는 내비게이션을 통한 가가호호 길찾기의 어려움과 매일 발생하는 배달 주문의 불확실성이 꼽혔죠.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제거할 수 있는 물류 일자리라면, 충분히 많은 어르신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고민에서 2021년 12월 정기배송에 특화한 서비스인 ‘옹고잉’이 탄생하였습니다.


정기배송에 특화한 이유

음식배달과 정기배송의 차이는 ‘운영 안정성’이 만듭니다. 매일매일 산발적인 고객 수요가 발생하여 예측이 힘든 음식배달과 달리, 정기배송은 고객이 희망하는 날짜에 배송하기에 사전에 고객 수요를 확정할 수 있고요. 이에 따라 안정적인 물량을 특정 배송인에게 배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한, 배송 출도착지도 어느 정도 고정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옹고잉의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 고객 중에는 푸딩이나 플레이팅, 웃어밥과 같이 기업 사무실로 도시락이나 급식 케이터링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많습니다. 이때 배송 출발지는 특정 음식 조리 거점으로 고정되고, 배송 목적지는 서비스를 받는 기업 고객 사무실로 고정됩니다. 음식 배달과 달리 매번 음식을 픽업하고 배달해야 하는 고객 목적지가 달라지는 경우와는 다르게 길찾기 난이도가 확연히 낮아집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내이루리는 영업 고객사의 예상 물동량에 맞춰서 ‘정규직’ 시니어 노동자를 고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옹고잉 서비스의 시작은 2명의 시니어 배송인(‘프로’라고 부릅니다)과 함께했지만, 2022년에는 30여 명, 2023년에는 60여 명의 인력을 고용하며 그 규모를 빠르게 늘려갈 수 있었습니다.

옹고잉 시니어 배송인은 담당 노선과 물량을 할당받아 하루 3~6시간씩 주 5일 가량 일하며, 최저시급 이상의 임금을 받습니다. 월평균 수익은 주휴 수당을 포함하여 140만원이며, 연장 근로에 따른 추가 수당도 지급됩니다. 이를 통해 많게는 2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는 어르신도 있습니다.

시니어 배송인력은 내이루리가 제공하는 레이, 밴 등 회사 차량을 이용하거나, 자가용을 활용하여 배송을 마무리합니다. 현재 회사 차량과 개인 자가용의 비중은 7:3 정도이며,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그 유류비는 회사에서 지급하는 기준에 따릅니다.

그림1. 현장에서 업무 중인 옹고잉 시니어 배송인(프로)의 모습

출처: 내이루리

내이루리에 따르면, 옹고잉에 배송인으로 참가하고 있는 어르신의 만족도는 굉장히 크다고 하는데요. 어르신들은 하루에 몇 시간만 근무하면서도 부담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적당한 물동량을 할당받습니다. 특히,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구조 덕분에 건강보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습니다. 한국법상 퇴직자는 소득에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직장가입자에서 소득, 재산, 자동차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데 이에 따라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거든요. 옹고잉에서 일을 한다면 보험료 고민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옹고잉 시니어 배송인력의 연간 퇴사율은 10%대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는 연간 50~60% 이상의 인력 이탈률을 보이는 라스트마일 배송업계에서 특히 낮은 수치라는 것이 내이루리의 자부심이고요. 내이루리는 음식배달에서 ‘정기배송’으로 사업 전환을 통해 기존 도보배달 시장에서 겪었던 ‘리텐션’의 숙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확장성의 숙제는?

앞으로 옹고잉이 마주할 숙제가 있다면 ‘확장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기배송에 특화한 이상, 옹고잉 서비스가 침투할 수 있는 시장의 상한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내이루리는 별도의 관리가 요구되는 정기배송 시장의 최대 시장 규모를 약 400억원 정도로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옹고잉은 다음 단계로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더 많은 수요처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옹고잉은 코레일과 함께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들의 짐 나르기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식자재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오더히어로와 협력하여 도심 물류센터(Micro Fulfillment Center)에서의 피킹 및 패킹 업무를 어르신 인력들이 대행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봤을 때, 옹고잉이 추후 정기배송에 특화한 물류 서비스 업체를 넘어서 종합적인 시니어 인력 중개 플랫폼과 같은 모습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러한 생각을 정 대표에게 이야기하니 이미 지난해 하반기 ‘시니어 일자리 매칭 플랫폼’을 비공개적으로 테스트한 적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비록, 이 테스트는 플랫폼에 유입된 시니어 인력 대비 일자리 매칭률이 낮아서 서비스를 본격화하진 않았지만요.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할 뿐이지, 관련된 꿈을 접은 것은 아닙니다.

이런 배경에서 내이루리의 진짜 기회는 ‘가까운 미래’에 오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초고령 사회는 이제 도무지 막을 수 없는 필연입니다. 복지비용을 분담할 출생인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령인구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요. 이에 따라, 시니어 인력 고용을 많이 한 기업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금이 늘어나거나, 일정 숫자 이상 시니어 인력을 의무 고용을 강제하는 규제가 확산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규제가 현실화 된다면 옹고잉과 같은 ‘시니어 인력 네트워크’를 잡고 있는 서비스 기업은 길목의 지배자로 부상할 것입니다. 옹고잉이 향후 시니어 인력 매칭 플랫폼 서비스를 본격화한다면 바로 규제가 본격화되는 이 시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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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단어 시니어 인력어르신 인력도보배달 서비스정기배송 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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