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필먼트 센터의 핵심: 주문 구성

작성자 : 양거봉 이지로지스 2024.12.24 게시

운영 효율성을 좌우하는 주문의 형태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첫 번째 고민은 늘 '처리량'이다. 물류센터의 규모와 물동량에 관계없이 모든 주문의 당일 출고 완료는 기본적인 KPI이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모션이나 휴일 이후 물량 증가가 예상될 때의 처리 능력은 물류센터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간주된다. 

시즌 상품이나 신제품 출시 시기에는 평소 대비 3~4배의 물량이 쏟아지기도 하는데, 이때의 대응 능력은 물류센터의 전체적인 운영 상황평가와 조직원의 업무능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그러나 최근 이커머스의 개인화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서 처리 건수만으로 물류센터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평가와 목표설정, 더 나아가 비효율의 원인이 되곤 한다. 실제 물류센터의 역량과 무관하게 주문 구성에 따라 출고 작업의 정확성과 효율성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전 재직했던 두 기업의 사례를 통해 설명해보겠다.

 A사는 하루 1,000여 건 처리를 목표로 전용 물류센터를 임차하여 운영했지만, 이곳의 실제 출고 생산성은 기대치보다 한참 낮았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취급 품목은 5천 종을 넘었고, 주문당 평균 5개 이상의 상품이 포함됐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형 상품과 중량 상품의 비율 또한 타사 대비 매우 높았으며, 프로모션 기간에는 복수의 상품을 묶음 배송하는 주문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작업자들의 피로도는 지속적으로 가중되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성 개선을 할 수 있는 영역은 한계가 명확했다. 결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배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서 겨우 출고를 처리할 수 있었지만, 작업 오류와 재고 불일치 문제는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반면 B사는 하루 2천 건을 단 2명이 처리했다. 이곳은 A사와 정반대였다. 취급 품목은 30종 내외에 불과했고, 모든 상품이 가볍고 작은 화장품이었다. 주문당 평균 상품 수도 매우 적어 작업 효율이 뛰어났으며 규격화된 상품 특성 덕분에 피킹과 패킹 작업 또한 단순했고, 이는 높은 작업 정확도로 이어졌다.

두 사례는 물류센터의 처리량을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주문 구성과 상품 특성에 따라 물류의 표면적 생산성은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실제 작업 과정에서는 이 모든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 

피킹 작업의 경우, 단일 상품 주문은 작업자가 한 위치에서 상품을 가져오면 끝난다. 하지만 여러 상품이 포함된 주문은 넓은 센터를 돌아다니며 상품을 찾아야 한다. 한 주문에 포함된 상품들이 센터 곳곳에 흩어져 있다면 이동 거리는 크게 증가한다. 이동으로 인한 비효율은 지속적으로 누적되며 이는 생산성 저하와 오류 발생률 증가로 이어진다. 

포장 단계에서도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단일 상품은 정해진 규격의 포장재에 담으면 되지만, 다품종 주문은 부자재 선택, 포장 순서, 완충재 사용 등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깨지기 쉬운 유리 제품과 중량 상품이 함께 포함된 주문은 개별 포장과 검수가 필요해 작업 시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 프로모션 묶음 주문의 경우에는 구성품 확인과 세트 포장까지 필요해 처리 시간이 더욱 늘어나며, 이는 전체 물류센터의 작업 복잡도를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작업 난이도의 차이는 운영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품종 주문을 처리하려면 상품 특성과 포장 요건을 이해하는 숙련된 작업자가 필요하며, 이들의 이탈은 곧바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숙련된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을 투입해야하며,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 인력 교육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력의 구성과 유지가 잘 진행되더라도 성수기나 프로모션 기간처럼 물동량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최근 소비자 구매 패턴이 점차 복잡해지는 것은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배송비의 절감과 구매 혜택등으로 인해 객단가가 높아지며 여러 상품을 한번에 구매하는 경우가 증가했으며, 신선식품 카테고리의 성장으로 인해 신선식품과 일반 생필품을 함께 주문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물류센터 운영 난이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또한 당일 배송 및 새벽 배송의 증가에 따른 시간 제약은 이러한 운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빠른 배송은 배송 시간 준수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높으며, 이를 위해서는 출고까지의 시간 감소가 요구하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더 복잡한 주문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제약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복잡성의 빠른 증가는 물류의 복잡성과 비예측성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여겨졌던 설비 투자와 시스템 도입을 통한 해결책 또한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 많은 물류센터가 큰 비용을 투자하여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주문 구성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수동 작업으로 되돌아간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WMS(창고관리시스템)와 같은 시스템 또한 작업자 동선 최적화와 실시간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초기 설정과 운영이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도입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부족과 추가 비용의 부담으로 인해 실패로 끝난 사례가 적지 않다.

이처럼 시스템 또한 설비와 마찬가지의 한계가 있으며 두가지 방법 모두 단기간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배경과 개선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정확한 풀필먼트 센터 운영비용과 효율성 산정, 개선 목표의 수립을 위해서는 단순히 주문 건수만으로 성과를 판단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를 감안한 주문 구성, 상품 특성, 포장 요구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현황 분석과 프로세스 점검, 생산성 기준의 확립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단계적인 개선 전략의 수립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절대적인 목표치를 산정하거나 주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프로세스의 설계는 추후 운영방식 개선과 물류센터 레이아웃 수정에 더 큰 비용과 시간으로 이어져 더 큰 비효율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은 절대 하나의 개선과 변화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주문의 복잡성이 증가하는 환경에서는 단순 작업 중심의 레이아웃이 아닌, 동선 최적화와 온도대별 구획을 포함한 정교한 설계, 적정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리와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주문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대비한 인력 운영 계획은 물류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필수적이다.

물류는 디테일의 싸움이다. 단순한 처리량보다는 숨겨진 복잡성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성공적인 운영과 객관적 평가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은 작은 비효율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작은 비효율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것이 누적되며 전체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는 곧 고객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주문의 복잡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다양화되고 배송 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지면서 물류 기반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얼마나 많은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가'가 아닌, '얼마나 복잡한 주문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간과한 채 단순히 처리 건수 증가에만 집중한다면, 아무리 큰 투자를 하더라도 기대한 성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그림1. 풀필먼트센터

AI생성

본 사이트(LoTIS. www.lotis.or.kr)의 콘텐츠는 무단 복제, 전송, 배포 기타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방법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 제 136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핵심단어 다품종 주문물류센터 운영작업 동선주문 구성주문 처리
자료출처
첨부파일
집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