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기업의 화물운송 플랫폼은 실패하는가
작성자 :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2025.06.30 게시화물운송
KT, LG유플러스 등 대기업이 화물운송 플랫폼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2025년 3월, KT 계열사 롤랩이 운영하던 ‘브로캐리’의 서비스 종료는 이러한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LG유플러스의 ‘화물잇고’ 역시 2024년 11월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연이은 철수는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닌, 이 시장이 가진 구조적 진입 장벽의 현실을 드러낸다. 화물운송 플랫폼이 작동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명확하다. 충분한 수의 화물차주가 플랫폼에 참여하고, 이들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안정적인 ‘물량’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을 주도하는 기존 정보망 사업자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대표적으로 전국24시콜화물, 원콜, 화물맨 등은 수십 년간 운송주선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이들의 물량은 주선사로부터 공급되며, 이 과정에서 화물차주와의 관계가 강화된다. 신규 플랫폼은 이들과 정면으로 경쟁하기 어렵다.

그림1. 브로캐리 서비스 종료 공지
신규 플랫폼이 화물차주 유치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이들이 지속적으로 플랫폼에 머물도록 하려면 경쟁력 있는 물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플랫폼이 독자적인 물량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내부 물량만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고, 외부 화주사를 대상으로 한 직접 영업은 기존 운송사와의 충돌을 야기한다. 특히 운송주선사는 플랫폼의 화주사 직거래를 ‘역할 대체’로 인식하며, 영업 정보 유출 가능성을 우려한다. 화주사 측의 반응도 긍정적이지 않다. 플랫폼이 제시하는 표준화된 운임 구조는 투명성을 제공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전통적인 운송사는 전화 한 통으로 상하차 요청, 대기료 협상, 긴급 배차 등 다양한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해왔다. 반면 플랫폼은 이 모든 과정을 항목별로 구분하고 정형화된 과금 체계로 처리한다. 결과적으로 실무자는 더 많은 절차를 감당하게 되고, 이는 현장에서의 체감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플랫폼이 가진 기술력이나 자본력은 이러한 불편을 상쇄하지 못한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여전히 ‘불편한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한 브랜드 화주사는 “예전에는 운송사 대표가 직접 트럭을 끌고 와주기도 했는데, 플랫폼은 모든 항목을 수치로 환산해 청구서에 붙인다”며, 실무자 간의 신뢰 기반 운영과 플랫폼 운영 방식의 차이를 지적했다. 화물운송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선 단기간의 자본 투입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플랫폼을 운영해본 기업 관계자들은 최소 2~3년 이상의 시간과 시장 적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플랫폼이 단순히 배차 시스템을 넘어서 현장의 다양한 비정형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함께 내부 관계자의 설득, 조직적 유연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대기업이 가진 조직의 특성상 이러한 장기적 투자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통신사들이 운영한 플랫폼은 내부 관계사로부터의 물량 확보조차 어려움을 겪었고, 조직 내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투자 동력을 잃었다. 일각에서는 KT의 브로캐리가 롤랩 매각 이후에도 일정 기간 서비스를 유지하다가 종료된 배경에, 인수 주체인 팀프레시의 재무 불안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물운송 플랫폼 시장은 여전히 대기업에게 매력적인 영역이다. 시장 규모는 30조 원을 상회하며, 디지털 전환 여지가 크고, 다단계 중개 구조나 수수료 과다 등 개선 포인트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트럭커’, CJ대한통운의 ‘더운반’, 한솔로지스유의 ‘카고링크’ 등이 플랫폼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성공 가능성이 있는 전략은 기존 정보망 인수를 통한 진입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빅딜’ 형태의 진입이 유일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시장 지배력을 갖춘 정보망 사업자를 인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력과 운영 역량을 결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방식이다. 실제 한 관계자는 “전국24시콜화물, 원콜, 화물맨 중 하나라도 인수한다면 시장 재편이 가능하다”며 “투트랙 전략 운영과 강력한 오너십이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요약하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화물운송 플랫폼이 반복해서 실패하는 이유는 단순한 역량 부족이 아니다.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 예컨대 안정적인 물량, 이해관계자와의 유연한 관계, 현장 중심의 운영 대응력이 확보되지 않은 채, 단기적인 자본과 기술에 의존한 결과다. 향후 이 시장에 다시 도전할 기업이 있다면, 기술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전략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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