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화의 힘 - 상하이에서 본 자동화의 본질
작성자 : 양거봉 이지로지스 2025.11.30 게시기술의 격차를 넘어선 관점의 격차
그림1. 물류박람회 전시회장 및 관련 자동화 설비 · 시스템
AI 생성
지난 10월 말,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DNA사업단 활동의 일환으로 상하이에서 개최된 아시아 최대 물류박람회를 견학했다. 물류와 관련된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참여하여 드넓은 전시회장을 가득 채웠지만 최근 물류의 트렌드가 AI 기반 자동화인만큼, 올해 전시회장 내 대부분 부스에서 AS/RS와 무인지게차 등 자동화와 관련된 설비와 시스템을 다루고 있었다. 사실 최근 한국에 도입되는 자동화 설비의 대부분은 전시회장에 있는 해외 기업의 제품인만큼, 전시된 제품들은 기대만큼 새롭거나 감명 깊지는 않았다. 그러나 박람회장을 둘러볼수록 크게 느낀 감정은 자동화에 대한 기술격차가 아닌, 자동화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였다. 전시장 초입과 메인 공간에는 대규모 데모룸에서 화려한 로봇과 설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전시장 구석구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완성형 설비가 아닌 센서와 모터같은 자동화의 메인 장치부터, 바퀴와 컨베이어벨트 같은 작은 부품에 이르기까지 한 가지 영역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업체의 부스가 매우 많았다. 이는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자 부품이나 개별 장치에 대한 그간의 관점을 바꾸는 순간이었다. 물론 내수 규모의 압도적 차이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분명 감안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부분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완성형 설비를 거래하는 방식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생각의 틀을 깨는 것은 물론, 이미 해외에서는 이러한 부품들을 조합해 필요한 기능을 만들 수 있는 생태계가 이미 자리 잡혀 있었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러한 차이가 운용과 설계, 그리고 활용의 범위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종종 어떤 이들은 한국과 중국의 물류 인프라 규모 차이로 인해 중국이 자동화에 유리한 구조를 가졌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실제 이러한 인식은 편견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역시 이커머스 성장에 따라 상품의 트렌드 변화와 제품의 수명주기 변동이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광군제 혹은 왕홍(인플루언서)의 라이브 커머스가 만드는 매출규모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에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수준의 물량 변동성을 빈번하게 만들기도 한다. 즉, 자동화를 도입하기 어려운 조건 자체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더 까다로운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의 인건비가 증가하고 있다 해도 한국에 비하면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므로 국내에서의 손익관점에서 보자면 고정적 형태의 자동화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모듈화 전략이 만든 차이
그럼에도 중국이 빠르게 자동화를 도입하고 여러 센터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기술의 우위도 하나의 이유이겠지만, 앞서 설명한 자동화를 구성하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며 이 중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모듈화일 것이다. 물론 중국에서 필자가 본 부분은 매우 단편적이겠지만, 실제 중국계 자동화 기업에 오랜기간 재직한 이에게 물었을 때, 중국 자동화 설비의 모듈화는 매우 큰 강점 중 하나로 꼽았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특정 공정이 바뀌거나 상품의 속성이 변하더라도 전체 설비를 교체할 필요 없이 일부 모듈만 변경할 수 있기에 제품에 맞춰 설비를 구축하는 케이스에 비해 리스크가 적고, 물량 변화에 맞춰 설비 배치를 조정하기도 훨씬 쉽다. 또 하나의 큰 차이는 자동화 업체 내 운영팀의 역할이었다. 한국에서는 자동화를 도입하려면 설비와 SI, WMS 업체를 시작으로 센터 운영자와 사용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며 논의와 설계에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개발자와 엔지니어가 운영팀과 함께 구축에 참여하며 여러가지 케이스를 현장에 접목하여 빠르게 최적의 값을 찾을 수 있으며 모듈화에 유연한 구조 덕분에 사양 확정부터 설계, 개발, 검증까지의 절차가 매우 간소화되어 있다. 고객사의 개발팀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서를 정리하는 부분에도 강점을 통해 현장에서 원하는 기능 구현과 문제 개선, 운영 전환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최적값이 예상을 벗어나거나 혹은 현장에서 검토하지 못한 이슈들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즉각적으로 제어 값을 조정하고, 프로세스 로직 설정도 그 자리에서 수정할 수 있으며, 24시간 쉬지 않고 대응을 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여 원격으로도 빠른 대응이 가능하기에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설비 가격 또한 하나의 강점이 된다. 이는 부품을 직접 제조하고, 호환도 쉬우며, 설치 방식이 단순해 초기 비용이 구조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치 인력도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해 속도가 빠르고, 수정이나 재작업 부담도 적으며 인건비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기에 해외에서의 프로젝트에도 매우 능하다. 따라서 일부 모듈을 변경하거나 AMR을 늘리는 작업 또한 큰 공정 없이 비교적 쉽게 처리할 수 있다. 필자 또한 현장을 운영하는 잠재적인 고객 관점에서 이러한 유연한 구조에서는 작은 범위에서부터 시도해 본 뒤 필요한 만큼 확장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에 변동성이 크더라도 자동화를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넓어질 수 밖에 없다.
자동화는 기계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자동화에 대해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이라는 인식이 남아있지만 실제 자동화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개발 프로젝트에 가깝다. 그렇기에 영업과 지원부서에서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부스에서 회사를 소개하는 담당자들 중 하드웨어 엔지니어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더 많은점은 부럽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개발자의 품귀현상과 더불어 물류소프트웨어의 숙련자가 여전히 부족하지만 박람회의 많은 부스에서는 API 구조, 데이터 신호, WCS·WMS 연동 방식을 누구나 설명할 수 있을만큼 많은 풀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운영자의 요구를 기반으로 현장에서 빠르게 변경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 결과 자동화의 반응 속도와 효율을 높이며 경쟁력 강화의 선순환이 이어진다. 물량 변동성, SKU 특성, 화주 요구사항이 자주 바뀌는 환경에서는 결국 '변화 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가 최근 자동화 영업의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는데 중국은 모듈화된 구조, 빠른 개발 문화, 운영 중심 의사결정, 설치 속도 등으로 이 변화 비용이 낮다. 그래서 동일한 환경에서도 자동화를 훨씬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고, 실패 리스크도 크지 않다. 물론 앞서 언급한 내용대로 시장의 규모나 기술 그리고 인건비의 차이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이 중국과 같은 생태계를 만드는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번 박람회에서 느낀 것처럼 다양한 변인을 고려한 유연한 자동화로의 구조 전환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도 작게 자동화를 적용해보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점차 자동화의 영역을 확장하는 방식을 구축해야만 앞으로 국내 또한 자동화의 확산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본 사이트(LoTIS. www.lotis.or.kr)의 콘텐츠는 무단 복제, 전송, 배포 기타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방법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 제 136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 핵심단어 | 자동화모듈화 전략운영중심의사결정소프트웨어중심부품모듈생태계 |
| 자료출처 | |
| 첨부파일 |
| 집필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