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친환경 전환 (3/3)] 정의로운 해운 전환, 보조금 규모보다 설계 방식을 통해 가능하다

작성자 : 박치병 한국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공학부 2026.05.31 게시

형평성을 보지 않는 보상체계는 투자를 빠르게 늘릴 수 있어도, 그 혜택을 선진경제에 집중시켜 ‘뒤처지는 국가’를 더 늘릴 수 있다.

형평성을 보지 않는 보상은 가장 안전한 곳으로만 흐른다

앞선 두 글에서 확인했듯, 해운의 e-연료 전환은 자본 접근성이 국가별 경쟁력을 재편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IMO 중기조치가 단순히 수익을 모아 e-연료 생산을 보조하는 방식에 머무르면 문제가 생긴다. 보고서 ‘The Cost of Capital Challenge in Delivering a Just and Equitable Transition for Shipping’ 에서 말하는 ‘equity blind’ 보상체계는 겉보기에는 중립적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낮은 금리와 높은 레버리지를 확보한 선진경제 프로젝트에 더 유리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보상/보조금 체계는 IMO가 2023년 개정 전략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정의롭고 공평한 전환’과도 대치 관계에 놓인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더 뛰어난 국가가 아니라, 금융시장이 더 안정적이고 자본조달이 쉬운 국가에 투자가 몰리면, e-연료 전환은 탄소감축을 추진하면서도 국가 간 불평등을 확대하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 해운정책이 연료 전환의 속도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전환이 어느 지역에 산업과 일자리, 항만투자를 남기는지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그림1. IMO의 중기조치 설계는 해운 전환의 속도뿐 아니라 배분의 형평성도 고려한다

https://commons.wikimedia.org/

보조금과 양허성 금융은 비용 격차를 꽤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 ‘The Cost of Capital Challenge in Delivering a Just and Equitable Transition for Shipping’ 에서는 두 가지 수단을 검토 및 제안한다. 

하나는 저소득국 프로젝트에 사실상 무상자금 역할을 하는 보조금(grants), 다른 하나는 개발금융 성격의 양허성 금융(concessional finance)이다. 연 100만 톤 규모 e-암모니아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호주 수준의 초기 오프테이크 가격에 맞추려면 보조금만 쓸 경우 인도는 12억7400만 달러, 브라질은 3억9600만 달러, 아프리카는 19억2200만 달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호주 수준의 레버리지와 저금리를 양허성 금융으로 제공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브라질은 추가 보조금이 없어도 되고, 인도는 7억3300만 달러, 아프리카는 8억7200만 달러로 필요한 보조금 규모가 크게 줄어든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단순한 ‘돈 퍼주기’가 아니라, 민간이 감당하지 못하는 초기 금융불리를 교정해 투자 가능성을 만드는 장치라는 데 있다.

2030년까지 필요한 것은 연료규제만이 아니라 금융구조다

이러한 사실에 기반하여 보고서 ‘The Cost of Capital Challenge in Delivering a Just and Equitable Transition for Shipping’ 는 2030년까지 해운 탈탄소화에 필요한 투자확정 규모를 약 4000억 달러로 보고, 이 돈이 네 개 사례 지역에 고르게 분산되도록 하려면 보조금이 누적으로 약 470억 달러의 금융 조달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적절한 규모의 양허성 금융이 결합되면 필요한 보조금은 210억 달러 수준까지 내려간다. 절대액만 놓고 보면 큰돈이지만, 해운의 2050 전환을 위해 필요한 1조6000억 달러 규모의 육상투자와 비교하면 투자 지도를 바꾸기 위한 정책비용으로 읽을 수 있다.

UNCTAD가 IMO를 대신해 수행한 영향평가가 보여주듯, 저소득국과 특히 SIDS·LDCs·아프리카 국가는 해운의 연료전환이 초래하는 운송비 상승의 역진적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까지 선진국에 집중되면 부담은 남쪽에, 기회는 북쪽에 쏠리게 된다. 공정한 투자 배분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해운의 녹색전환이 기존의 금융격차를 더 벌리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막아 준다. 더 나아가 각국이 자국 항만, 에너지 인프라, 공급망, 연관 산업을 함께 키울 기회를 확보하게 한다.

그림2. 정의로운 전환은 연료 생산뿐 아니라 항만과 공급망 기반을 함께 키우는 일이다

Wikimedia Commons / M-Power solar in Tanzania (1080).jpg

결론: 해운의 에너지전환은 연료 경쟁이 아니라 자본 접근성 경쟁이다

결국 해운의 정의로운 전환은 ‘어떤 연료가 정답인가’보다 ‘누가 그 연료를 만들 기회를 갖는가’의 문제에 가깝다.

좋은 바람과 햇빛만으로는 시장이 공정해지지 않는다. 낮은 금리, 적절한 만기 기간, 높은 레버리지, 그리고 초기 위험을 흡수해 줄 정책 설계가 함께 있어야 한다.

IMO의 중기조치가 진정으로 전환을 앞당기려면, 선박이 쓰는 연료를 규제하는 수준을 넘어 그 연료가 생산될 금융조건까지 영향 범위에 포함하여야 한다. 해운 탈탄소화의 승부처는 기술선택이 아니라 자본 접근성의 재설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본 사이트(LoTIS. www.lotis.or.kr)의 콘텐츠는 무단 복제, 전송, 배포 기타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방법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 제 136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핵심단어
자료출처
첨부파일
집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