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자산의 시대, 카자흐스탄의 ‘농지’ vs 캐나다의 ‘광물’

작성자 : 이종태 부산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겸임교수 2026.08.31 게시

농지는 영토주권, 광물은 공급망 안보

국가적 개방 기준이 바뀌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인투자는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으로 받아들여졌다.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자본은 새로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기술과 경영 경험을 이전하며, 고용과 수출을 확대한다. 자본의 국적보다 투자 규모와 경제적 효과가 중요하다는 것이 오랫동안 국제경제를 지배한 논리였다. 외국자본을 더 많이 유치하고 시장을 더 넓게 개방하는 국가가 경쟁에서 앞설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국가의 판단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외국자본이 얼마나 들어오는가 못지않게, 어느 국가의 자본이 어떤 자산에 접근하고 얼마나 많은 통제권을 확보하는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농지, 항만, 에너지시설, 핵심광물, 반도체, 데이터와 같은 자산은 더 이상 일반적인 투자대상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평상시에는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이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식량공급, 산업생산, 기술경쟁력, 국가안보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의 농지와 캐나다의 핵심광물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두 자산은 외형적으로 전혀 다르다. 농지는 이동할 수 없는 영토적 자산이며, 핵심광물은 채굴·가공·제조업을 연결하는 산업적 자원이다. 카자흐스탄과 캐나다 역시 정치제도와 경제구조가 크게 다르다. 그럼에도 두 국가는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특정 자산만큼은 시장에 전적으로 맡기지 않으려 한다.

카자흐스탄은 농지를 식량안보와 영토주권의 문제로 본다. 캐나다는 핵심광물을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청정에너지와 동맹 공급망의 문제로 본다. 하나는 땅을 통해 국가의 경계를 지키고, 다른 하나는 지하자원을 통해 미래 산업의 통제력을 지키려 한다. 두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분명하다. 경제안보 시대의 국가경쟁력은 시장을 얼마나 개방하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무엇을 개방하고, 무엇을 끝까지 통제할 것인가를 구분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림1. 카자흐스탄과 중국의 국경을 촬영한 위성사진

NASA Earth Observatory, Landsat/USGS, Kazak-Chinese Border near Tacheng, Public Domain.

카자흐스탄에서 농지는 경제적 자산

카자흐스탄은 국토 면적이 약 2억7천만 헥타르에 이르는 세계적인 영토 대국이다. 농업용 토지 역시 약 1억1천만 헥타르에 이를 정도로 광대하다.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농지는 생산성과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경제적 자산이다. 외국자본과 선진 농업기술이 유입되면 대규모 영농, 농업 인프라 개선, 가공산업 육성, 수출 확대도 가능하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에서 농지는 단순한 생산요소가 아니다. 소련 시기 토지가 국가와 집단의 소유로 관리됐던 역사, 독립 이후 영토적 정체성을 형성해 온 과정,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조건이 농지를 매우 민감한 정치적 자산으로 만들었다. 농지의 외국인 소유와 장기 임대는 단순한 투자계약이 아니라, 영토에 대한 통제력이 외부로 이전될 수 있다는 불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인식은 2016년 농지법 개정 논란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외국인이 카자흐스탄 농지를 장기간 임차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전국적인 항의가 발생했다. 특히 중국 자본이 대규모 농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불안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주권과 정체성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정부는 결국 관련 개혁을 중단하고 모라토리엄을 도입했으며, 이후 외국인과 외국계 법인의 농지 소유 및 임대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정책의 경제적 효율성만이 아니었다. 외국자본을 제한하면 농업 부문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의 유입이 줄어들 수 있다. 생산성이 낮은 토지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농촌개발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카자흐스탄 정부가 강력한 제한을 선택한 것은 농지 개방의 경제적 편익보다 정치적 불안과 주권 상실의 비용을 더 크게 보았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에서 농지는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기 전에 국가가 누구의 것인지를 보여주는 영토적 상징이다. 농지를 외국자본에 개방하는 문제는 단순한 투자정책이 아니라 국가 정당성과 사회안정의 문제로 연결된다. 외국인투자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경제적 논리만으로는 농지를 둘러싼 역사적 기억과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카자흐스탄의 농지정책은 시장효율보다 영토주권과 사회적 회복력을 우선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2. 카자흐스탄 파블로다르 지역의 대규모 밀 수확

Prime Minister of the Republic of Kazakhstan/Wikimedia Commons, CC BY 4.0

개방경제 캐나다가 핵심광물 투자를 경계하는 이유

반면, 캐나다는 카자흐스탄과 달리 개방경제와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국가다. 미국과의 긴밀한 경제통합, 안정적인 법제도,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본을 유치해 왔다. 사유재산권과 시장경제 전통이 강하고, 토지와 자원에 대한 권한도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에 분산되어 있다. 따라서 전략자산을 보호하는 방식 역시 카자흐스탄의 일괄적인 금지와는 다르다.

캐나다가 최근 특히 주목하는 자산은 핵심광물이다.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 우라늄과 같은 광물은 과거에도 산업원료로 중요했지만,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풍력발전, 첨단제조업, 항공우주와 국방산업이 성장하면서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커졌다.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청정에너지 전환과 첨단산업 육성도 어려워진다.

캐나다는 60종 이상의 광물과 금속을 생산하며 니켈, 칼륨, 알루미늄, 우라늄 등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자원은 캐나다 경제에 투자와 고용을 제공하는 수출품인 동시에, 미국과 유럽 등 동맹국이 중국 중심의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데 필요한 전략적 자산이다. 핵심광물은 단순히 땅속에 묻힌 원료가 아니라 미래 제조업과 동맹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입장권이 된 것이다.

문제는 광산 개발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외국인투자를 활용하면 탐사와 채굴, 가공시설 건설을 앞당기고 글로벌 가치사슬에 빠르게 편입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가 외국정부의 통제를 받는 국영기업이거나 특정 국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광산 소유권뿐 아니라 생산량, 기술, 가공시설, 판매처에 대한 통제권까지 외국정부의 전략적 영향 아래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외국인투자를 전면적으로 차단하기보다 핵심광물 부문에 대한 국가안보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외국 국영기업과 외국정부에 밀접하게 연계된 투자자에 대해서는 투자자의 자금 규모뿐 아니라 공급망, 기술,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을 함께 판단한다. 캐나다는 시장의 문을 닫지 않지만, 핵심광물에 접근하려는 투자자가 누구인지 문 앞에서 선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림3. 캐나다 래브라도의 노천 광산

Neil Carey/Wikimedia Commons, Open Pit Iron Mine, Labrador,

그림4. 캐나다가 지정한 31개 핵심광물

Government of Canada, Canada’s 31 Critical Minerals and Some of Their Uses

같은 경제안보, 다른 해법: 카자흐스탄의 사전 차단 방식, 캐나다의 선별 심사 방식

카자흐스탄과 캐나다는 모두 전략자산에 대한 외국자본의 접근을 경계하지만, 사용하는 정책수단은 다르다. 카자흐스탄은 외국인의 농지 소유와 임대를 직접적으로 제한한다. 투자자의 국적이나 개별 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심사하기 이전에 일정한 범주의 외국인과 외국계 법인을 제도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이다.

반면 캐나다는 시장을 원칙적으로 개방해 두면서 특정 투자의 위험을 선별적으로 심사한다. 외국인투자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를 유지하되, 핵심광물과 전략산업에서는 투자자의 실질적 지배관계, 외국정부와의 연계, 공급망 안보, 기술유출 가능성을 검토한다. 카자흐스탄이 자산의 문 자체를 닫는다면, 캐나다는 문을 열어두고 입장하려는 투자자를 가려 받는 셈이다.

이 차이는 두 국가가 걸어온 역사적 경로에서 나온다. 카자흐스탄은 소련의 국가소유 전통, 독립 이후의 국가건설, 주변 강대국에 대한 경계, 2016년 농지시위를 거치면서 중앙집권적 통제와 직접 금지의 경로를 강화했다. 농지 규제는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국가주권을 확인하는 상징적 조치가 되었다.

캐나다는 사유재산권, 연방주의, 외국인투자 개방, 법적 심사제도의 전통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전략적 위험이 커졌다고 해서 기존의 개방경제 모델을 전면적으로 폐기하기는 어렵다. 대신 투자심사제도를 강화하고, 전략부문과 투자자의 성격을 구분하여 선택적으로 개입한다. 동일한 경제안보 압력 아래에서도 국가의 제도적 유산은 가능한 정책수단의 범위를 결정한다.

결국 두 국가의 차이는 어느 정책이 더 개방적이거나 폐쇄적인가에만 있지 않다. 카자흐스탄은 농지에 대한 외부 통제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함으로써 주권을 보호한다. 캐나다는 외국자본을 활용하되 통제권이 전략적 종속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심사한다. 전략자산 보호라는 목표는 같지만, 카자흐스탄은 금지를, 캐나다는 조건부 허용을 선택한다.

즉, 전략자산의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다

농지와 핵심광물은 왜 하나의 글에서 비교될 수 있을까. 두 자산의 물리적 성격은 다르지만, 국가가 이를 전략자산으로 판단하는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략자산은 본래부터 고정된 범주가 아니다. 한 국가의 역사, 산업구조, 지정학적 위치, 사회적 기억과 대외의존도에 따라 전략적 가치가 달라진다.

카자흐스탄에서 농지는 식량을 생산하는 토지이면서 국가의 영토와 정체성을 구성한다. 외국인이 농지를 지배할 수 있다는 불안은 경제적 손익계산을 넘어 주권 문제로 이어진다. 반면 캐나다에서 핵심광물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와 청정에너지산업의 공급망을 결정한다. 광물 생산과 가공을 누가 통제하는가는 캐나다의 미래 산업과 동맹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략자산의 범위는 시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산업화 시대에는 석유와 철강, 항만과 철도가 전략자산이었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데이터, 반도체, 통신망, 클라우드 인프라가 전략자산이 된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가 심화되면 농지, 수자원, 비료와 종자도 국가안보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결국 전략자산은 시장가격이 높은 자산이 아니라, 통제력을 잃었을 때 국가 전체의 취약성이 커지는 자산이다.

따라서 모든 외국인투자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방식은 경제안보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일반 제조업 투자와 농지 소유, 유통업 투자와 핵심광물 광산 인수는 경제적·안보적 효과가 다르다. 투자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투자대상, 투자자의 성격, 지배권의 범위,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

효율보다 회복력, 외국인투자의 기준이 바뀐다

외국인투자를 제한하면 비용이 발생한다. 카자흐스탄은 농지에 대한 외국자본 접근을 막으면서 농업 현대화에 필요한 투자와 기술의 유입을 놓칠 수 있다. 캐나다 역시 핵심광물 투자를 엄격하게 심사하면 광산 개발에 필요한 자본 조달이 늦어지고 일부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낮아질 수 있다. 시장효율만 놓고 보면 더 많은 투자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안보는 단기적인 효율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외국자본으로 생산량이 늘더라도 전략자산의 의사결정권과 공급망이 특정 외국정부에 의존하게 된다면, 위기 시 국가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낮은 비용과 빠른 개발이 반드시 장기적 안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외국인투자정책의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투자를 유치할 것인가”가 중심이었다. 이제는 “어떤 분야에서 누구의 투자를 어떤 조건으로 허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자본의 양보다 자본의 출처와 목적, 그리고 투자 이후 형성되는 통제구조가 정책판단의 핵심이 되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투자가 좋은가 나쁜가가 아니다. 외국자본은 여전히 경제성장과 기술혁신에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자산에 어떤 투자자가 들어와 어느 수준의 통제권을 확보하는가이다. 경제안보 시대의 투자정책은 개방과 폐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효율성과 회복력 사이의 경계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림5. 캐나다 핵심광물 가치사슬

Office of the Auditor General of Canada

그림6. 조건부 개방의 시대: 자산과 투자자에 따라 달라지는 시장의 문

연구자재구성

이제는 ‘조건부 개방’의 시대

카자흐스탄과 캐나다의 정책을 세계화의 후퇴나 보호주의의 부활로만 해석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두 국가 모두 세계경제와의 연결을 포기하지 않는다. 카자흐스탄은 WTO와 유라시아경제연합 등에 참여하면서 외국인투자와 수출을 경제발전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한다. 캐나다 역시 미국과의 깊은 경제통합과 개방적인 투자환경을 유지한다.

달라진 것은 개방의 방식이다. 과거의 개방이 가능한 한 많은 자본을 차별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었다면, 경제안보 시대의 개방은 자산과 투자자를 구분한다. 일반적인 산업에는 시장원리를 적용하되, 식량안보와 영토주권, 첨단산업과 공급망 안보에 직결되는 자산에는 별도의 규칙을 부과한다.

카자흐스탄의 농지와 캐나다의 핵심광물은 서로 다른 전략자산이지만 두 사례가 전하는 메시지는 같다. 세계화가 심화될수록 국가는 모든 영역에서 통제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외부 의존의 위험이 커지는 분야를 구분하고, 그 안에서는 국가의 역할을 강화한다. 시장은 자원을 가장 효율적인 곳으로 이동시키지만, 국가는 그 이동이 장기적으로 어떤 종속과 취약성을 만드는지 판단해야 한다.

앞으로 전략자산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는 농지와 수자원의 가치를 높이고, 에너지 전환은 핵심광물의 전략적 중요성을 키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경쟁은 기술, 데이터, 전력망과 연구인력까지 국가안보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국가가 보호하려는 자산의 범위는 계속 넓어질 것이다.

경제안보 시대의 국가는 세계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는다. 대신 자본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문과 반드시 심사를 거쳐야 하는 문, 들어와서는 안 되는 문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결국 앞으로 국가의 경쟁력은 얼마나 개방되어 있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무엇을 시장에 맡기고, 무엇을 조건부로 개방하며, 무엇을 끝까지 통제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능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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