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머스크사례와 비교해보는 한진해운의 위기

작성자 : CLO 임예리 기자 / LoTIS 2016.11.04 게시

머스크 라인(Maersk Line)은 덴마크에 본사를 둔 해운업체다. 머스크는 2002년과 2008년 대규모 구조조정 프로그램 스타라이트(Starlight)와 스트림라인(Streamline)을 통해 조직문화부터 기업 시스템, 프로세스를 변화시켰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대거 교체도 일어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머스크는 성장 위주의 기업에서 성과 위주의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에 성공했고, 이는 업계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의 수익률을 내며 성공적인 구조조정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 위기를 맞이한 한진해운이 머스크를 배울 수는 없었을까. 본지는 관련하여 해운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연재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네 번째 만나볼 전문가는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센터장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와 관련하여 전 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진해운의 대응

현재 국내 해운산업 위기는 2008년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장기불황이 근본 원인입니다. 이는 국내 해운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침체와 무역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인해 발생한 해운시장 전체의 구조적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진해운 위기의 원인으로 대표적으로 경영상의 책임을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잘못했을까. 하나는 금융위기 이전 호황기에 고가의 장기용선을 확보하여 지금까지 막대한 용선료 부담을 지게 된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해운불황의 여파가 끝나지 않은 2010년 운임의 반짝 상승과 단기 호황을 믿고 무리하게 선박을 발주하여 금융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진 것입니다.

다만 장기용선을 통해 선박을 확보했던 것은 해운시장에서 선박의 초대형화 경향에 대응하고, 얼라이언스 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초대형선박 투자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 또한 존재합니다.

한진해운의 자체 시행 구조조정 충분했나?

2008년 이후 지속된 세계 해운시장의 불황으로 한진해운은 수익성 악화와 장기간의 유동성 문제에 시달렸습니다. 한진해운이 용선, 신조선 등에서 투자실패로 고비용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2008년 이후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과정 자체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한진해운은 금융논리에 따른 구조조정 방식이 적용됨에 따라 과도한 부채비율 축소를 원하는 채권단의 요구에 수익성 있는 자산과 사업부를 매각했습니다. 불황기 운송업의 손실을 커버할 수 있는 수단을 스스로 제거한 것입니다.

한진해운은 2013년부터 벌크선 및 LNG 사업부, 항만터미널, 컨테이너장비 등을 매각하는 전방위적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을 통해 2조원 이상 현금을 조달했습니다. 조달 자금의 대부분은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결국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부채비율 축소를 위해 최대한의 자구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장기 해운불황에 의해 적자는 지속됐습니다. 유동성 문제는 갈 수록 심화됐고, 이것은 한진해운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됩니다.

한진해운 위기에 대한 오너쉽의 부재는?

한진해운이 금융위기 이전의 고가의 용선을 확보하고 2010년 무리한 선박발주를 시행한 것은 당시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이며 책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선박투자 실패가 오늘날 한진해운이 지속적으로 유동성 문제에 시달리는 주 원인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당시의 최고경영자가 해운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었고 기업경영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전문성, 경영능력과 무관하게 재벌기업 가문에서 최고경영자가 나오는 우리나라의 경영승계 구조가 한진해운의 경영실패를 가져오는 요인의 하나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보조금이 기업의 혁신을 막고 있을까

현재 해운기업에 대해 국가가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주는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해운업에 대해 각국이 해운불황기에 자국 선사의 구조조정 시 은행권을 통해 자금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또한 해운업에 대해 선박취득, 등록 등 감면, 톤세 등 여러가지 세제 혜택이 부여되고 있으나 이는 유럽, 아시아 등 수 많은 국가가 도입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머스크가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아 보조금을 받는 다른 나라 선사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혁신을 했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머스크 혁신은 정부의 보조금이나 금융지원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변화하는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전략적 결단의 결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머스크는 해운 불황기에도 혁신을 하지만 호황기에도 다가올 불황을 대비하기 위해 조직문화 혁신, 인력 및 조직 감축, 사업구조 개편 등과 같은 구조조정을 시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과 구조조정은 경영전략적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이지 보조금이 부여지지 않아 시행된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합니다.

2008년 이후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실효성이 있었을까

2008년 해운불황 이후 정부는 KAMCO 선박펀드. 회사채 정상화, 해양종합금융센터를 통한 지원, 신규 선박펀드 등의 정책을 도입하였습니다. 이외에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P-CBO, 영구채 발행 등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원대책들은 나름대로 국내 해운산업 구조조정에 일정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 받고 있으나 국내 해운업에 충분한 지원대책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당시 국내의 수많은 산업을 지원해야 하는 정책금융기관의 여건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당시의 지원대책들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이었다고 판단됩니다.

한편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에 대해서는 1차로는 한진해운의 책임이지만 2차적으로 물류대란의 수습은 정부의 주도와 적극적인 지원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물류대란은 한진해운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해운업 및 물류산업 전체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해운업 구조조정에 있어 정부의 개입과 역할은?

향후 해운업 구조조정이 다시 일어날 경우 정부는 한진해운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구조조정의 방향과 사후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해운업의 구조조정은 금융당국이 주도하고 금융논리에 따라 구조조정을 하는 기존의 방식을 버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해운업의 구조조정은 해운업의 특성에 맞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해운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중요성을 고려하여 해운업의 기능과 역할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기업을 살린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국가의 해운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진해운이라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금융권이 금융지원을 하되 경영실패에 따른 책임을 물어 경영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국가가 관리하는 국영 및 공영체제로 운영하든가 아니면 다른 국적선사에게 인수시키는 방식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나아가 국공영선사 또는 한진해운을 인수한 다른 선사가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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