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시장을 보며 20년전 택배가 생각났다 (최종회)
작성자 : 비욘드엑스 대표 에디터 김철민 / LoTIS 2020.07.02 게시쌍둥이처럼 닮은 택배와 이륜차 배달 대행 시장의 성장 과정
- 2000년대부터 택배와 동반 성장을 이끄는 TV홈쇼핑 및 이커머스가 그 주역이라면, 2020년 현재는 온디맨드와 O2O 서비스의 일상화가 이륜차 배달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음 - 택배와 배달 시장은 규모의 경제와 경쟁사 간 출혈 경쟁, 신규 진입자의 등장과 업계 1위 쟁탈을 위한 M&A(인수합병) 과정에서 성장과 퇴출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한 속성을 띄고 있음 - 택배와 배달은 ‘상품의 물리적 이동’이라는 측면에서 사업의 본질이 같음. 그러나 최근 택배와 배달 서비스 산업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의 변화와 의식주 등 IT 기반의 생활 편의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프 플랫폼’과 만나면서 전혀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음 - 지난 3주간 연재한 <배달 시장을 보며 20년 전 택배가 생각났다>의 최종회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라이프 플랫폼 시대를 맞이한 택배와 이륜차 배달 시장을 정리함
수익성 0.5~1.1%… 풍요 속 빈곤의 시장
- 국내 택배 시장은 2014년 3조 9,800억원에서 2018년 5조 6,700억 원으로 연평균 8.2% 성장했으나 같은 기간 국내 주요 택배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6%에서 0.5~1.1%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음 - 택배 평균 단가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그 이유가 잘 나타나 있음. 2011년 2,534원에서 2018년 2,229원으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나타낸 전형적인 ‘치킨게임’ 양상임
그림1. 국내 택배 3사의 영업이익률 및 택배 평균 단가 추이 (자료: 삼정KPMG)
그림2. 택배 박스당 원가 구조, 이익률이 1.1% 정도 수준 출처: ㈜한진
운송료 2,000원… 택배와 배달은 다르지 않다
- 위 Figure 2를 살펴보면 택배 운송료는 박스당 2,229원 수준임. 박스당 원가 2,204원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개당 25원 정도임 - 원가 분석을 좀 더 깊게 살펴보면 인건비 87원, 간선운임(도선료) 265원, 조업료(환적, 상하차) 247원, 대리점 수수료(집하, 배송) 1,253원, 감가상각비 33원, 기타 319원으로 구성됐음. CJ, 한진, 롯데 등 택배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엇비슷한 구조임 - 상품(채널)별 평균 운송료는 TV홈쇼핑 2,200원, 서적/음반 1,300원, 화장품/건강식품 1,600원, 의류 1,500원 등임 - 흥미로운 점은 배달 대행 이륜차 운송비가 택배와 비슷한 2,500원 수준이라는 점임. 지난해까지 3,000원대를 유지하던 것이 올해 들어 2,500원대까지 떨어졌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말임.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음식 주문 플랫폼 수수료 조정과 더불어 배달 대행 업체들끼리 더 많은 물량 수주를 위해 제살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을 하는 것임
상승하는 고정비, 줄어드는 운송비
- 20년간 택배 산업은 운송료가 해마다 지속 하락했음. 반면, 인건비, 유류비 등 고정비는 매번 증가했음. 배달 대행 시장도 마찬가지임. 최근에는 특수고용직에 대한 4대 보험 보장으로 택배나 배달 대행업체들의 비용 부담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음 - 운송료 하락은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와 직결되는데, 이 때문에 경쟁사 간 출혈 경쟁을 더 부추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택배나 배달 대행 등 운송시장이 처한 현주소임 ** 규모의 경제(規模의 經濟, economies of scale)는 투입 규모가 커질수록 장기 평균비용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하며 생산량을 증가시킴에 따라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함. 규모의 이익이라고도 함
수익성 악화와 M&A, 그리고 시장 1위
- 국내 택배 시장의 1위 전략은 M&A 역사로 귀결됨. CJ는 1999년 택배나라 인수(CJ GLS)를 시작으로, 2000년 삼성물산의 HTH택배,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 인수까지 총 3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현재의 1위에 올랐음 - 한진은 2009년 신세계의 SEDEX를, 롯데는 2015년에 현대로지스틱스를 각각 한 곳씩 인수하면서 시장 2~3위권을 지키고 있음. 지난 20년간 국내 택배 시장은 인수·합병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시장 점유율을 넓힌 것이 1위 전략인 셈임 - 덧붙이자면 택배 4위인 로젠택배가 현재 인수·합병을 추진 중임.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6,235억 원임. 금융권에서는 매각가만 4,500억 원 수준임. 롯데(매출 8,149억 원)가 로젠을 인수할 경우 1위 CJ(매출 2조 6,482억 원)를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됨
그림3. 연도별 택배 M&A 현황
그림4. 국내 주요 택배사 매출 및 정기화물업체 현황
배달 시장도 M&A 회오리 속으로
- 이륜차 배달 대행 시장도 과거 택배 시장의 10년을 바라보는 것처럼 M&A 와 투자 이슈가 뜨거움. 생각대로를 보유한 인성데이터가 4,000억 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있었음 - 메쉬코리아는 경영권 공방 이슈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추가 투자 유치나 매각 등 각종 루머에 시달리고 있음. 이 회사의 매각가는 3,000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음 - 바로고는 얼마 전 대형 유통업체 한 곳이 지분 투자 또는 인수를 목적으로 기업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음. 로젠택배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그곳(?)임 - 이 밖에도 식자재 등 신선식품 수도권 1시간 배송에 특화하고 있는 피엘지(구 플리즈)는 식자재 업계 큰손인 대형 업체 두 곳과 대규모 투자유치 및 업무 제휴를 검토 중임. 공유주방과 동네식당을 겨냥해 B2B2C 영역으로 유통과 배송망을 깔겠다는 목표임
그림5. 국내 배달 대행 업체 현황
디지털과 감염의 시대, 물류가 뜬다
- 20년 전 TV홈쇼핑을 만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란 택배처럼 최근 이륜차 배달 시장이 ‘디지털과 감염의 시대’에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음 - 코로나-19로 ‘비대면(Uncontact)’ 서비스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기 때문임. 온라인이든, 비대면이든 시대에 따라 거래의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고객이 주문한 상품의 물리적 이동은 큰 변화가 없음 - 오히려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 배송 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생산적인가, 소비자의 배송 경험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더 붙잡아 놓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이 더 디테일 해지고 있음 - 쿠팡, 쓱닷컴, 이베이, 11번가 등 수많은 이커머스의 한결같은 고민임. 최근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포털은 물론 제조업체들도 자사몰을 강화하면서 이커머스 기능의 필수격인 ‘풀필먼트’와 ‘딜리버리’에 투자와 관심이 큼
짝짓기… 몸단장하는 배달 시장
- 이 때문일까. 배달 시장도 변화된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몸단장이 한창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서비스 카테고리를 확장하기 위해 적합한 파트너를 물색 중임 - 국내 배달 대행 시장의 원조인 띵동은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이 독일계 회사인 딜리버리 히어로(요기요+배달통)에 인수되자 음식 및 마트 배달시장을 지키겠다며 ‘생각대로+바로고’와 토종 배달 연합을 가동했음. 시장 독과점과 소상공인 피해를 막기 위해 주문 수수료를 2%로 내렸음. 힘을 모아 사세를 키우려는 모양새임 - 원더스는 프리 IPO(기업공개)를 통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임. 일반 배달 대행 서비스에서 스마트폰 개통 등 소형 전자제품 설치와 중고폰 거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한창임. 배달사원을 영업사원으로 둔갑시키기 위한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물류망에 판매망을 얹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됨
20년 전 택배가 2020년 배달 시장에게 대답한다
- 국내 택배 시장은 이커머스들의 ‘속도 경쟁’과 ‘차별화 경쟁’ 속에서 기존의 표준화된 서비스 한계에 봉착했음 - CJ대한통운이 네이버에 입점한 LG생활건강의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에 나선다는 소식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서비스 유형임 - 한진이 ‘내 지갑 속의 과일’이라는 타이틀로 함안 수박 쿠폰을 만들어 QR코드로 바로 찍으면 해당 상품을 택배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접근 방식임 - 디지털과 감염의 시대, IoT 기술의 발전으로 갈수록 시장이 더 커지는 비대면 서비스의 등장은 신선식품 등 배달 대행 시장을 혁신하고 있음. 그것이 무인차나 로봇이 될지, 데이터를 분석하는 AI가 될지, 지금 당장 일어날 일을 예단하기 쉽지 않음 - 다만, 오늘보다 내일 배송할 물량은 더 늘어날 것이고, 기존의 표준화된 서비스는 잊어버리라고 20년 전 택배는 오늘의 배달 시장에게 귀띔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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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단어 | 택배 배달배달 대행 시장국내 택배 시장20년 택배디지털 감염 시대 |
| 자료출처 | 삼정KPMG "'치킨게임' 택배시장, 디지털 기술이 돌파구" (2020.01.01) 배달 시장을 보며 20년전 택배가 생각났다 (첫회) (2020.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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